사랑의 '교육심리학'(재)
많은 사람들은 심리학을 배우려 한다.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 보려거나 나름대로 인간을 이해하려는 열망이 내면에 숨어있기 때문이리라.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고대인들은 인간 또는 인생을 영혼에 의하여 설명하면서 인간의 모든 심리 현상도 영혼에 지배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인간을 사실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스피노자, 존 로크, 칸트 등에 의해 이어져 왔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내성주의, 행동주의, 형태주의, 정신분석, 인본주의로 발전하고 있다.
내가 사랑해 온 교육심리학은 교육 현상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학과 인간 행동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심리학의 이론을 접목시킨 학문영역이다. 앞서 말한 심리학은 인간 행동에 대한 보편적인 원리와 법칙을 확립하는 학문임에 비하여 교육학은 교육현장에서의 학습자 행동을 바람직하게 변화시키는 변인에 관심을 두는 학문으로서 극히 가치 지향적이며 처방적인 데 특징이 있다.
유능한 교사가 되려면 교육학 지식이 풍부하여야 한다. 교사가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손 치더라도 효과적으로 잘 가르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교사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을 학생들에게 의미 있게 학습시킬 수 있는 능력은 교육학 지식을 가질 때 비로소 정립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학은 가르치는 방식을 배우는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교육심리학은 교육방법을 도출시키는 학문이기 때문에 이를 연구하거나 학습을 해 보면, 많은 영역에서 다양한 교육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나는 왜 교육심리학을 사랑하는가. 물론 20년 이상 유아교육과 학생들에게 강의한 교과목이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교육심리학이 단순히 인간 행동의 이해에 머무르지 않고 그를 바탕으로 교육의 효과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양하게 연구가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교육학과 심리학이 만나 이루어진 교육심리학. 그래서 교육심리학을 교육의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고 그 현상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심리적인 이론을 동원하여 효과적인 실천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교육의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들이란 어떤 것들일까. 학습자의 문제, 학습에 대한 문제, 가르치는 방법에 따른 문제, 생활지도에 관련된 문제, 교육 평가에 관련된 문제 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교육심리학이 밝혀주는 각각의 이론과 실천방법을 들여다보면 효과적인 교육방법이 도출되는 까닭에 교육심리학이야말로 예비교사들에게는 필수적인 연구영역인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교육심리학의 연구 영역을 안내하고자 한다.
우선 학습자를 이해하는 일이다. 학습자의 신체적 발달과 정신적 발달, 인성과 도덕성 발달에 관련하여 개개인의 변인을 연구하는 일이다. 정상아와 특수에 대한 이해도 같이 이루어진다.
눈과 손의 협응력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피아노의 운지법을 익힌 유아와 협응력이 이루어진 후 익힌 유아와의 학습결과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적기성 또는 결정적 시기의 개념이라든가 영유아기 부모의 양육방법이 자녀의 성격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라든지 도덕적 판단이 복종과 벌이 기준이 되는 시기로부터 욕구충족 수단, 대인관계, 법과 질서, 사회계약 정신, 보편적 도덕원리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순차적인 발달수준에 대한 이해 등을 깊게 하게 된다.
다음은 학습에 대하여 이해하는 영역이다. 어떻게 학습이 이루어지는가. 이에 따른 심리학적 이론이 정착되지 못하면 효과적인 교사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영역에서는 학습이 이루어지는 메카니즘을 행동주의와 인지주의로 양분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소위 행동주의에서 말하는 학습원리들, 즉 강화라든가 일반화와 변별, 소거, 벌과 같은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이를 적용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일이 행하여진다. 인지주의는 형태주의 심리학과 정보처리이론 그리고 신경망 이론을 중심으로 연구되어왔다. 이론의 교육적 적용방법 또한 이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주요활동이다.
행동주의자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화 이론, 손다이크의 시행착오 이론,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화 이론은, 학습을 자극-반응의 연합(결합)이라고 주장하면서 계속적인 연습과 일관된 지도와 외적 보상 등이 학습이 이루어지는 데 주요처방이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독일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인지주의자들은 형태심리학을 구축하고 통찰과 발견, 장의 인지구조 변화로 학습이 이루어진다고 보아 자극만 주어져도 학습은 가능하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이들은 스스로 발견하여 희열을 느낌으로써 다음 학습에 접근하려는 내적 동기가 형성되는 것이라 한다. 정보처리 이론가들은 학습에 있어서 주의 집중을 강조한다. 집중하여 교사의 지도내용을 확실하게 지각하고 지각된 내용을 반복 연습하고 이를 부호화하여 머릿속에 저장토록 하는 학습 진행과정을 명확히 설명하고 있다. 신경망 이론은 기억이 신경망으로 구성되고, 기억 내용들이 기억 마디인 노드 사이의 연결 강도로 저장된다고 보고 있다. 기억 마디의 활성화 정도에 따라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습심리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학습자의 동기이다. 성취동기를 증진시키는 교사에게는 열정과 온정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고 학생들의 느낌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과 학생들에 대하여 긍정적 기대를 갖는다(자기 충족적 예언).
교육심리학은 가르치는 활동(교수 활동)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교육학자들은 교수과정과 교수이론을 어떻게 구안하여 놓았는가. 과연 그것들이 현장 교육활동에 얼마만큼 공헌해 왔는가. 오늘날의 교실 현장에서 그 이론은 얼마나 잘 적용되고 있는가 등등을 탐구함으로써 효과적인 수업과정과 그에 합당한 수업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교사의 생명은 ‘수업’이라고들 말한다. 수업기술의 정석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주요 영역이다.
수업과정이론을 들여다보면 교육의 기본적인 과정인 목표-지도-평가의 단계를 더 세분하기도 하고 지식의 구조화를 강조하는가 하면 유의미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교수 단계를 조직하기도 하고 학습의 위계를 강조하여 과제를 분석하기도 한다. 학습의 성취도를 공식화하여 학습에 필요한 시간에 대한 학습에 사용된 시간의 비율로써 학습의 정도를 가늠하는 이론도 있다.
교사들의 수업기술로 제시되는 것들을 보면, 수업을 조직하는 일, 명확한 교수 용어를 사용하는 일, 주의를 집중시키는 일, 학습 진행 상태에 대한 피드백, 그리고 수업 태도 등에 대한 모니터링. 효과적인 발문법 등이다.
생활지도 영역에서는 생활지도 활동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되며, 특히 상담의 기본조건으로 제시되는 것들은 학생과의 대화에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테면 진지한 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신뢰가 중요하며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만 내담자를 수용하는 자세를 갖게 된다. 또 상호존중과 감정이입이 이루어질 수 있는 친밀한 분위기 조성이 중요성함을 배우게 된다. 더 나아가서는 학교교육과 정신건강의 문제를 짚어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심리측정 또는 학업평가의 개념과 유형, 검사 도구의 양호도 기준을 제시하여 교실에서의 평가 방향을 안내해 준다.
교사가 되기 위한 예비교사들이나 현장의 교사들이 잠시라도 놓아서는 아니 될 학문이 교육심리학이다. 교육심리학이야말로 모든 교사들에게 교수-학습이론과 실제를 제시하는 현장 중심의 학문영역이다. 이런 연유로 나는 교육심리학을 사랑하고 옹호하고 보급하려는 것이다.
(2009.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