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실패에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청년들. ”추락 방지 안전망이 필요해요”
청년들의 샌드박스
실패에 대한 두려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우울증 진료 인원은 총65만1810명으로, 이 중 20대가 16.9%를 차지했고 60대가 16.5%로 그 뒤를 이었다. 국내 우울증 환자는 최근 5년간 60대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2020년 20대 우울증 환자가 60대를 넘어섰고, 지난해 역시 20대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청년 우울증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이처럼 청년들은 계속되는 취업 실패와 취업 후에도 여러 난관으로 겪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서울시 A대학 자연계를 졸업한 민아무개(26.여)씨는 IT계열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정부에서 최대 190만원까지 월급을 지원해주는 ”정부 지원 사업“ 회사에 6개월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그러나 입사 전까지 해당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회사 측은 “우리쪽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생각중이다”라며 계약서로 쓰진 않았지만 계속해서 재계약에 대한 의사를 밝혀, 민씨는 당연히 재계약 체결을 생각하고 이직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 측은 재계약 직전에 갑자기 말을 바꿨다. 해당 회사는 정부 지원 사업이라 재계약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 불체결의 이유였다. 갑작스럽게 퇴사 통보를 받은 민씨는 “6개월 동안 빼먹고 버려진 기분이다. 내가 일을 조금만 더 잘했다면 짤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일자리 알아보고 자소서 쓰기가 두렵고 의지도 안 생긴다”며 “당장의 월세랑 공과금을 생각하면 죽고 싶다” 이처럼 청년들은 어렵게 얻은 일자리인 만큼 취업 후의 회사에서의 작은 실패 (퇴사, 재계약 문제 등등?)에도 크게 휘청인다.
소위 ‘인 서울’명문대 이공계열 졸업생 문아무개(27)씨는 취업 스트레스와 더불어 부모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다. “내가 이럴려고 힘들게 대학 보낸 게 아니다. 빨리 취업해라”라는 부모의 말에 문씨는 1년 넘게 전공과 관련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시험이 사실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차선책으로 선택한 일인데.. 내 나이대의 취준생들은 한가지 길을 선택하면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해온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게 되고 그럼 정말 실패자가 돼 버린다”고 말했다. 문씨는 자신을“패배자”, “쉴 자격도 없는 놈”이라 칭하며 끊임없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보였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계속되면 화가 난다. 그 모든 화를 나한테 돌리게 되고, 그러다 보니 내 말과 행동, 모든 일에 확신이 없고 내 안에 중심이 잡히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말을 수차례 번복하고 일관성 없는 대답을 하는 등등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자신의 감정과 말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태도들 보였다.
<패배자 낙인>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센터장 김현수씨는 “한국 사회는 여전히 청년들에게 자기계발을 강요한다.”며 “20대는 약해 빠졌어”라는 조롱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더 잘해” “이겨내”란 격려의 말에도 “죽을 힘을 다해” “젖 먹던 힘을 짜내”라는 말이 붙곤 한다. “‘자기계발’이라는 형태의 자기 착취, 제 살 파먹기가 끝나면 세상과 이별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른다”고 말한다. 여전히 사회는 청년들의 개인적 사회적 상황과는 별개로 무조건적인 젊음의 열정과 패기를 강요한다. 그러다 취업 시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포기하는 청년들에겐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패배자”라는 낙인? 이름표? 수식어?를 부여한다.
<무기력함 관련 인터뷰>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성훈 교수는“2030세대의 경우 취업 또는 직장 스트레스, 인간관계, 가정환경, 이성 문제, 미래에 대한 불안 같은 것들이 다른 연령층에서보다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다 보니 인지적으로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걸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것이 절망감과 무기력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 인터뷰>
계명대 동산병원 이호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진료실에서 환자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울 때가 우울증 환자에게 가족이나 지인들이 '너는 의지가 약해서 우울증 극복이 안 된다' '의지만으로 충분히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으니 병원이나 약에 의지하지 마라'라고 말을 하면서 우울증 환자를 비난하는 경우다. 이는 우울감과 우울증을 혼동하거나 제대로 우울증이라는 병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면서"우울증은 병이기 때문에 그 개인이 극복할 의지나 힘조차 없는 상태인데 그런 그들을 옆에서 비난하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청년들은 계속되는 취업 실패가 자신의 무능력함이라 생각하고, 취업에 성공한 청년의 경우에는 힘들게 들어간 회사에서 버티지 못하고 나왔다는 자괴감과 자신의 의지 부족을 탓하며 스스로에게 모든 실패의 탓을 돌린다. 이는 자기혐오로 이어지고 자기가 본인 스스르를 고립시켜 곧 사회 단절로 이어진다.
<전문가 인터뷰>
맘편한정신건강의학과 김동욱 원장에 따르면,
우울감을 느끼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아주 많이 우울한 상태죠. 자신이 처한 현실적인 부분을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감이 떨어진 것도 우울감의 일종이에요 제 심각한 우울증인데 자신이 스트레스받는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20년도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박아무개(28여)씨. 예술계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박씨는 졸업 후에 아무런 활동도 할 수 없었다. “오디션 10곳에 지원하면 3곳에서 연락이 올까 말까다. 근데 그 3곳도 코로나 때문에 공연 자체가 아예 무산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청년들은 도전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무기력에 빠졌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실업 문제조차 박씨는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내가 코로나 핑계를 대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내가 능력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닌가. 이렇게 아무 성과도 없이 코로나가 끝나버리면 어쩌지?”하는 만성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렇다고 취업을 아예 안 해본 건 아니다. 지난해 6월, 공고사이트에서 배우 오디션을 보고 극단에 입단했다. 그러나 공연의 성격과 본인이 맞지 않았고, 집단 내의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경제적 이유로 3개월 만에 하차했다. 극단에서 나온 박씨는 자신을 “패배자”, “3개월짜리 인간”이라 말하며 자책했다. “알바든 취업이든 다 3개월까지 버티고 그만뒀다. 그러다 보니 내가 3개월짜리 사람인가? 뭘해도 안 될 것 같고 벼랑 끝으로 떨어진 기분이다"고 말했다. 박씨가 당장의 괴로움을 잊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술이었다. 한 달동안 매일 밤 소주 1병씩을 먹은 결과, 바깥 활동이 불가능해졌고 실패의 경험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매일 밤 본인 탓을 하며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박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화 정신과 상담을 3차례 받았다. 단절된 인간관계로,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핸드폰 너머 모르는 사람에게 털어놓으니 밖으로 나올 조금씩 의지가 생겼다. “상담을 받기까지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나는 가족의 도움으로 정신과 문턱을 넘을 수 있었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는 고립된 청년들은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쉽지 않을거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청년들이 순간의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 쉽게 선택하는 것이 바로 술이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태영 원장은“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많은 청년이 경제적 어려움이나 취업 준비로 인한 스트레스를 술로 해결하고 있다. 이들의 음주가 불안, 우울과 같은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가처방의 행태를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맨정신으로 견디기 어려운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술을 마시겠지만, 음주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며 “운동이나 취미활동 등 술이 아닌 건강한 방법을 찾아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평소에 정신건강 관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22일 인터뷰에서 알렉스 코브의 정의와 마찬가지로“(청년 내담자에게)우울증은 절대로 혼자 해결이 안 된다. 반드시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지금도 우리 사회는 마음의 아픔, 그런 감정을 숨기라고 한다.약해 보이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아파도 아프다고 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울하면 털어놓아야 한다. 참으면 안 된다”며 병원이나 전문기관의 문을 두드릴 것을 거듭 촉구했다.
실패에 냉정한 사회. 패배자로 낙인찍는 사회.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청년들은 작은 실패에도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끊임없이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고, 이 과정에서 스스로를 고립시켜 결국 사회와 단절된다. 우리 사회는 청년들의 실패에 대해 유연한(관용?)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그리고 청년의 실패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고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나 예방책이 이뤄져야 한다. 고층 건물에 추락 방지를 위해 설치한 안전망처럼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청년들을 위해 사회적으로 최소한의 안전망과 청년들이 실패에도 오뚜기처럼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인 관용이 필요하지 않을까.
첫댓글 흐름: 민씨 사례-> 리드문장( 00하는 취준생들이 00의 위험에 노출돼 있어 이들에 대한 정신상담 지원 등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런 류의 리드,조정해볼 것) -> 건보공단 통계 –>20대 우울증 최다 현상은 ‘벼랑 끝에 내몰린 취준생의 심리적 취약성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들의 공통된 심리 증상은 자타가 공격해오는 ’패배자 낙인‘과 ’무기력감‘ -> 문씨, 박씨 사례 차례대로. -> 전문가 처방 (직접 취재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가져온 것이 있다면 버릴 것.) -> 마지막 문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