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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잡채시의 세계1 /정민 著
놀이하는 인간
글자로 쌓은 탑, 층시 또는 보탑시
뭐니 啥 (사)
콩이야 豆巴 (두파)
얼굴 가득한 꽃 滿面花 (만면화)
모래밭 빗방울 자국 雨打浮沙 (우타부사)
꿀벌이 제 집인 줄 알겠네 蜜蜂錯認家 (밀봉착인가)
여지 열매와 복숭아 씨 쓴 외 茘枝核桃苦瓜 (려기핵도고과)
온 하늘의 별들이 지는 꽃잎 때렸나 滿天星斗打落花 (만천성두타락화)
한 글자에서 일곱글자까지 늘려가는 재미남 형상이다 운자도 맞춰 중국식으로 읽으면 경쾌한 가락을 이룬다.
다음은 고려 승려시인 혜심慧諶(1178~1234)의 詩다.
원제목은<차금성경사록종일지십운次錦城慶司祿從一至十韻>
사람 人 (인)
사람 人 (인)
업을 따라 隨業 (수업)
그 몸을 받네 受身 (수신)
괴로움과 즐거움은 苦樂果 (고락과)
선함 악함의 인과로다 善惡因 (선악인)
사악함 망령됨 따르지 말고 不循邪妄 (불순사망)
언제나 바르고 참됨을 행하라 常行正進 (상행정진)
부귀라 하는 것이 쌀겨와 같다면 秕糠兮富貴 (비강혜부귀)
인의라 하는 것은 갑옷과 투구로다 甲胄兮仁義 (갑주혜인의)
하물며 오묘한 이치 깨쳐 참됨 얻으면 況須參玄得眞 (황수삼현득진)
절오 바탕 바뀌고 정신도 맑아지;리 自然換骨淸神 (자연환골청신)
내 이 몸은 불과 바람 , 땅과 흙이 아니며 體不是火風地水 (체불시화풍지수)
마음은 인연과 염려 티끌 먼지 아닐레라 心亦非綠慮垢塵 (심역비록려구진)
이어 붙인 태 없는 탑의 등불은 밤이 없고 沒縫塔中燈然不夜 (몰봉탑중등연불야)
뿌리 없는 나무 위에 꽃이 피니 늘 봄이라 無根樹上花發恒春 (무근수상화발항춘)
바람이 밝은 달을 갈 때에 뉘 병들고 나았으며 風摩白月兮誰病誰藥 (풍마백월혜수병수약)
구름이 청산과 하나 되니옛것과 새것 그 뉘러뇨 雲合靑山也何舊何新 (운합청산야하구하신)
시원스레 뚫린 길은 성현들께서 밟아 오신 바이니 一道通方爲聖賢之所履 (일도통방위성현지소리)
온갖 수레바퀴가 같아 예나 지금이나 함께 전진하네 千車共轍故古今而同進 (천차공철고고금이동진)
누각 樓 (루)
누각 樓 (루)
강 언덕 江岸 (강안)
성 머리 城頭 (성두)
허공에 떠 浮碧空 (부벽공)
긴 물결 둘렀네 帶長流 (대장류)
장하게 사해 보며 壯觀四海 (장관사해)
웅장히 서주 누르네 雄壓西州 (웅압서주)
몸 기우려 우주를 엿보고 側身窺宇宙 (측신규우주)
손 끌어 북두견우를 당기네 引手挽牛斗 (인수만우두)
신선들 거처하기 좋은 곳이요 仙人所以好居 (선인소이호거)
시인들 얼마나 많이 와 놀았던고 騷客幾多來遊 (소객기다래유)
바람 안개 사계절 각기 다른 그 모습 風烟四節各殊狀 (풍연사절각수장)
천 년간 사람 일은 허깨비요 물거품일세 人事千年等幻漚 (인사천년등환구)
을밀대 곁으로 신마는 돌아올 줄 모르나니 乙密臺邊神馬不還 (을밀대가신마불환)
기린굴 속에는 옛날의 자취만 쓸쓸히 남았네 麒麟窟裏古跡空留 (기린굴이고적공유)
채색 난간 오르니 문득 맑은 흥 일어남 깨닫겠고 高登雕欄頓覺逸興生 (고등조난돈각일흥생)
멀리 평원 바라보니 문득 티끌 생각 사라짐 기뻐라 逈挹平原便欣塵慮休 (형읍평원편흔진려휴)
단청에 해 비치니 한 잔 술에 온갖 근심 사라져버리고 丹靑曜日一杯可消百憂 (단청요일일배가소백우)
찬 기운 오싹 뼈에 스며 오월에도 한가을인가 의심한다네 寒氣逼骨五月疑是九秋 (한기핍골오월의시구추)
중이 저물녘 절에 돌아가니 이따금 대지팡이 소리 들리고 僧歸暮寺時聞響竹笻 (승귀모사시문향죽공)
객은 내 낀 물가 지나다 언제나 목란배에 기댐을 보네 客過烟浦每見倚蘭舟 (객과연폼매견의란주)
동편으로 향로봉 바라보면 뭇 메들 우뚝솟아 있고 東望香爐衆峰兀兀 (동망향로중봉올올)
서쪽으로 서울 쪽 가리키면역마 길은 아득해라 西指京洛驛路悠悠 (서지경락역로유유)
나루 어귀 핀 꽃은 구름 비단 펼친 듯하고 花明渡口開雲錦 (화명도구개운금)
강바닥에 이른 달빛은 옥갈고리 걸은 듯 月到波心掛玉鉤 (월도파심괘옥구)
홰나무는 멀리 버들 둑에 맞닿았고 靑槐遼連柳堤 (청괴요연류제)
노랫소린 어부가에 화답한다네 歌曲時和漁謳 (가곡시화어구)
산천만은 홀로 변함이 없는데 山川獨依舊 (산천독의구)
경치는 오히려 부끄럽구나 風景猶帶差 (풍경유대차)
이 좋은 곳을 떠나려니 名區久別 (명구구별)
계절이 먼저 가서 時序先遒 (시서선주)
더 머물고 싶어도 雖欲居 (수욕거)
그럴 수 없어 誠難留 (성난유)
바라보다가 騁眸 (빙모)
고개 들면 擡首 (대수)
근심 愁 (수)
근심 愁 (수)
화문시, 바로 읽고 돌려읽고
건륭황제가 북경의 천연거天然居라는 술집을 제목으로 시를 짓게 했다
나그네 천연거에 올라가더니 客上天然居 (객사천연거)
느긋이 천상의 객이 됬네 居然天上客 (거연천상거)
그러자 기효람紀曉嵐이 이렇게 받았다
사람이 큰 절간을 지나가는데 人過大佛寺 (인과대불시)
절의 부처 사람보다 훨씬 크더라 寺佛大過人 (사불대과인)
다음은 이규보의<미인의 원망美人怨(미인원)>이란 작품이다
꾀꼬리 우는 봄날 애끓는 마음 腸斷啼鶯春 (장단제앵춘)①
진 꽃은 온 땅을 붉게 덮었네 落花紅蔟地 (낙화홍주지)②
이불 속 새벽잠은 외롭기만 해 香衾曉枕孤 (향금효침고)③
고운 뺨엔 두 줄기 눈물 흐르네 玉臉雙流淚 (옥검쌍류루)④
임의 약속 믿음 없기 뜬구름인 듯 郞信薄如雲 (랑신박여운)⑤
제 마음은 일렁이는 강물 같네요 妾精搖似水 (첩정요사수)⑥
긴 날을 그 누구와 함께 지내며 長日度興誰 (장일도흥수)⑦
근심 겨워 찡그린 상 물리쳐볼까 皺却愁眉翠 (추각수미취)⑧
이 시를 거꾸로 읽으면 다음과 같이 변한다
눈썹은 근심 겨워 찌푸렸으니 翠眉愁却鄒 ⑧(취미수각추)
뉘와 함께 긴 날을 지내어 볼까 誰興度日長 ⑦(수흥도일장)
강물은 내 마음인 양 넘실거리고 水似搖情妾 ⑥(수사요정첩)
구름은 믿음 없는 임 마음 같네 雲如薄信郞 ⑤(운여박신랑)
두 뺨에 옥 같은 눈물 흐르고 淚流雙臉玉 ④(루류쌍검옥)
외론 베개 새벽 이불 향기롭구나 孤枕曉衾香 ③(고침효금향)
땅 가득 붉은 꽃이 떨어지더니 地蔟紅花落 ②(지주홍화락)
봄 꾀꼬리 애 끓을 듯 울어대누나 春鶯啼斷腸 ①(춘앵제단장)
마음을 맑게 할 수가 있고 可以淸心也 (가이청심야)
맑은 마음으로 마셔도 좋다 以淸心也可 (이청심야가)
맑은 마음으로도 괜찮으니 淸心也可以 (청심야가이)
마음도 맑아질 수가 있고 心也可以淸 (심야가이청)
또한 마음을 맑게 해준다 也可以淸心 (야가이청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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