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로 전 세계가 비상상태에 있는 것을 몸으로 직접 느끼게 하는 일이 있었다.
선교지에 나와 있으면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가 있다면, 병원에 가는 문제다.
첫째는 언어의 문제이고, 또 하나는 의료 시스템과 의료 신뢰성의 문제이다.
한국은 너무 많은 사제 병원들이 많은 검사와 돈을 요구해서 문제이지만, 유럽의 경우 대게 국가가 운영하는 의료 시스템은 느리고 정확한 진찰과 진료를 잘 해 주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즉 돈을 안 내기 때문에 의료 서비스 수준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대개 특별한 경우(수술, 응급처치)가 아니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할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도 이제 거의 반은 돌팔이 약사가 다 되었다.
부러지거나 찢어지거나 아니면 속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대충 증세를 보고 가지고 있는 약을 가지고 우리 가족 모두에게 처방하는 것이 이젠 예삿일이 되었다. 어떨때는 아이들에게, 어떨때는 나 자신이 약물 투약 대상이 된다.
가끔씩은 응급처치를 하기도 하는데, 그런 일들은 돌이켜 생각하기도 싫은 무섭고 떨리는 순간이다.
예전에 이삭이 발에 뽀쪽하게 날이 선 열필심이 사고로 깊숙히 박힌 적이 있었다.
아이는 정신없이 울고, 겨우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바늘 정도 밖에 없었다.
그 아이를 붙잡아 놓고, 바늘로 발바닥의 살을 후벼 빼낸 적이 있다.
그럴때면 내 자신에게서 어디서 그렇게 냉정함과 담대함이 나오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류의 사고가 일단락 지게 되면, 나 자신도 맥이 풀려 쓰러지곤 한다.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우리는 지금까지 살았다.
간절히 기도하는 것은 그 은혜가 날마다 우리에게 충만하게 넘치는 것이다.
사실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없다면 하루 하루 살아가는것 자체가 우리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은 신종플루에 대한 많은 정보가 있고, 또 병원이나 약국에서 응급 처치 및 약품구입이 어렵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심각함은 우리 모두가 전 세계의 상황을 봐서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한국은 도움의 손길이 가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심적 평안을 줄 것이다.(물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하지만 이곳 크로아티아의 우리 다섯 식구의 주치의는 여호와 하나님이시다.
그리고 그 주치의의 보조 간호 조무사는 나 김경근이다.
의술이나 전문지식으로 따지자면 무면허에 돌팔이...하지만 그런 세상의 지식과 약이 아니라 그냥 믿음과 은헤로 돌보는 것이 나이다.
지난 목요일에 큰딸 영은이가 머리가 아프다며 말했다. 얼굴을 보니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열이 나면...신종플루를 의심해야 하는데...
근데 내 수중에는 타미플루가 없다. 또 타미플루도 아직까지 나에게는 검증되지 않은 약이다.
말로만 무성하게 들었지..내가 이곳에서 쓰지 않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한 약이었기에...
당황스러웠다..또 이곳에서 그 약을 구할 수 있는지도...
하지만 너무 많은 걱정은 괜한 문제만 만들 수 있기에..
집에 가서 해열제와 항생제를 먹이고 재웠다.
대게 해열제를 먹으면 시간이 지나 효과가 나타난다.
근데, 이 경우는 좀 달랐다. 영은이의 체온이 계속 38-9도 사이를 오르락 하며 전혀 내려가지 않는다.
하루를 보내고 그 다음날이 되었다.
아무래도 병원에 데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은이가 이 나라 의료 시설에 등록이 안되어 있었기에(행정착오로 인해 두 딸 아이 등록이 안됨) 사제 병원에 데리고 가서 검진을 시켰다. 하지만 그렇게 기대하고 갔던 사제 병원은 실망스러웠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갔는데, 첫번째는 이곳에 소아과가 없다고 해서 다시 30분을 버스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가야만 했고, 또 그곳에서는 진료에 대한 정확한 설명 보다는 의사 선생이 나에게 병이 나을 것이라 확신을 주고 싶어 보이는 것 같아 보였다. 그것도 무려 1시간 정도나 아픈 아이를 잡아 두고...또 처방전을 써 주는 데만 무려 15분 이상이 걸렸다.
그리고 받은 처방전은 파라세타몰과 브루펜 시펍이 다다..
집으로 돌아와서 약을 먹였지만..열은 떨어지지 않았다. 계속 38-9도를 오르락 거리며...아이는 더 정신없어 갔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인터넷에서 정보를 구하기 시작했다.
신종플루의 증세..그리고 타미플루에 대해서.. 아마 그때가 오후 8시가 넘은 시간이었기에 아무 곳에서도 약을 살수도 없고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본 정보는.
만약 이 병이 신종플루라면 48시간 내에 약을 투약해야 한다는 것과.. 또 하나는 주변의 동유럽 국가들이 국경을 봉쇄할 정도로 이 지역에 신종플루의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영은이가 아픈 때를 생각하니..벌써 오늘 밤이 지나면 이틀이 지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타미푸루 라는 약이 없다. 또 이곳에서 약을 구입할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두려움이 엄습했다.
기도했다..
그러면서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는데..
얼마전 나와 함께 식사를 하다 우연히 그가 타미플루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어서다..
시간을 보니 밤 10시가 되어간다.
하지만 실례를 무릅쓰고라도 다이알을 돌렸다.
다행히도 그가 전화를 받아 주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했다.
약이 필요하다고...그러니 그 사람은 선듯 자기가 지금 약을 가지고 이곳을 오겠다고 한다.
약이 오는 십여분의 시간동안...
뭐랄까...내 마음속에는 감사와 더불어 갖은 감정들이 뒤죽 박죽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약을 줄때..
하나님꼐서 이 사람을 이미 예비하셨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집으로 들어와 약의 설명서를 꼼꼼히 다 읽었다.
그리고 영은이에게 맞는 용량과 또 약에 대한 모든 부작용을 읽었다.
그리고 캡슐을 열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약을 용량을 추출했다.
처음 약을 영은이에게 먹일때...
긴장감...
아직 신종플루라는 확진도 없고.. 이 병에 대한 부작용에 대한 조치도 없고..또 아이가 이 약을 먹고 난 이후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는 그 긴장감 속에서...또 확진을 검사할 길도 전혀 없는 상황속에서...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나님만 바라보며 약을 먹였다..
난 그날 밤 한잠도 못 잤다. 우리 집 사람도 마찬가지고..
다음날..일찍..
체온계를 가지고 영은이의 열을 재러 방으로 갔다.
그리고 영은이의 열이 조금 떨어졌음을 봤을때...
그때서야 마음의 안심을 누릴 수 있었다..
영은이는 지금 회복중이다.
열도 떨어지고 괜찮아졌다..
하지만 오늘부터 영진이와 이삭이가 비슷한 증세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첫번째만큼 긴장하진 않는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또 아이들에게 약을 먹인다.
아무런 문제가 없길 기도하며..
감사하게도 여기서 약을 구입할 수 있었다..대신 약값이 너무 비쌌지만..
그래도 구입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가?
약이 나에게 좀 여유분이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받은 은혜를 혹 다른 이에게도 나눠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