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중히 초대한 詩는
내가 때때로 슬픈 이유 / 최명숙
(시집 황금빛 위로, 2022년 6월 발간)
호박죽이 끓어 넘쳤을 때 나는
내가 때때로 슬픈 이유를 알았다
내 인생에서는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시계의 틀 안에서 규칙적으로 돌아가듯
호박죽은 냄비 안에서만 끓어야 했다
호박죽에 찹쌀가루를 넣어야 할
알맞은 때가 있듯이
인생에는 알맞은 때가 있었다
행복한 삶의 예가
머릿속에 기준으로 쌓여 있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런 작은 틀에 갇혀서
그런 틀로 바라보면서
나 또한 가까운 누군가가
끓어 넘치는 호박죽처럼 그 틀을 벗어날 때
알맞은 시간에 어떤 일을 하지 않을 때
나는 걱정이 되고 슬프기까지 했던 것이다
정해진 때나 정해진 틀만 없어도
속상할 것도, 슬플 것도 없을 것을
찹쌀가루를 넣지 못해 호박죽이 묽으면
묽은 대로 먹으면 되고
호박죽이 넘치면 치우면 될 것을
왜 나는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때때로
그 어리석음 때문에 슬프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
.
클릭-> https://youtu.be/SnNURNm38tg
(많은 분이 감상하게 퍼담아 가세요, 공유해 주세요)
첫댓글 저에게 시집 두 권을 보내주신 문학박사 최명숙 시인, 시를 읽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최명숙 시 잘읽었습니다 ~
너무잘할려고
하고 틀에 맞게
살려고 하는 의지가 강하게느꼈습니다 ~ 감히제가 ᆢ 인생은
물 흐르듯 살고 싶군요 욕심을
버려야 마음이
편할것같습니다 되는데로 살다보니
어느새 채우는
인생이된다면
아름다울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