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대학시대’ 새정부 대학정책 진단2…"방향성은 좋으나 전문성과 구체성 부족해"
지방대학에 재학 중인 대다수 학생은 지방대학 소멸 문제를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으며, 해결이 필요한 사회문제라고 생각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 아래 ‘이제는 지방대학시대’ 과제를 제시, 첫발을 떼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 및 대학 등 현장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새 정부는 ‘지방대 지원을 위한 지자체 자율성 및 책무성 강화’, ‘산ㆍ관ㆍ학 협력 및 지원 등 지역 위기 극복, 지역 맞춤형 인재 확보’, ‘학사제도 유연화’ 등을 교육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 한림랩 뉴스팀은 지방대학 위기를 체감한다는 재학생들이 새 정부의 국정과제 내용 중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해결책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강원·충청 등 5개 지역 지방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10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윤석열 정부의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라는 국정과제 내용 중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책은 무엇인가’(복수 응답 가능)라는 질문에 65.7%가 ‘산·관·학 협력 및 지원 등 지역 위기 극복’이라고 응답했다. 또 ‘지역 맞춤형 인재 확보 및 지역인재 투자’ 41.9%, ‘지자체 자율성 및 책무성 강화’ 31.4%, ‘학사제도 유연화’ 30.5%로 뒤를 이었다. 대다수 학생은 지방대학을 비롯한 지역사회에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지역 맞춤형 인재 확보 및 지역인재 투자’를 위해 교육청과 지자체, 지역산업간 연계와 협약으로 인재를 육성하는 ‘지역인재 투자협약제도’를 2023년부터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설정했다. 대학에서 지역 맞춤형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졸업 후에도 해당 지역에 머물며, 지역 경제를 이끌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교육부가 담당하고 있는 대학 행ㆍ재정권을 해당 지자체에 이양한다는 ‘지자체 자율성 및 책무성 강화’를 내세웠다. 권한 위임을 통해 지자체가 관할 내 대학교를 면밀히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적극적인 지원이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새 정부의 과제가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우려하는 문제들의 해결책을 담아낼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지역 교육 전문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원도 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유선 강원도의원은 “2023년부터 정부와 지자체가 협약을 맺고 지역과 연계해 인재를 육성하는 지역인재 투자협약제도가 도입되면 지방대학과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진로탐색-교육·훈련-취업지원, 직업교육 혁신지구 확대, 공공기관 지역 인재 의무채용 확대 등 실천과제가 잘 지켜진다면 지자체-대학 연계 상생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며 정책의 구체적 실천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이어 “그동안 대학에 대한 권한은 중앙정부 소관이라 지역대학과 지자체 간의 협력이나 예산지원이 불가능한 구조였다”며 “국정과제를 통해 지역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과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 문제에 지자체와 대학의 공동 대응 필요성을 정부가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쥐고 있던 행정과 재정 권한을 지방정부로 위임해 지자체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키우겠다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모든 정책이 성공할 순 없는 법. 위 과제의 구체성과 전문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했다.
정 의원은 구체적인 실천계획의 부족함을 꼬집었다. “지역과 대학 간 연계ㆍ협력으로 지역인재 육성 및 지역발전 생태계 조성과 역량을 지속 개발할 수 있는 평생ㆍ직업교육 강화 달성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부족하다”고 정책의 전망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지자체와 지방대ㆍ지역 산업체 등이 참여하는 ‘지역고등교육위원회(가칭)에 대해서도 전문성을 지적했다. 교육행정은 교육부와 17개 교육청이 담당, 교육정책 관련 전담부서가 없는 지자체에서 사업 계획을 세우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다양한 지자체의 특성에 맞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지자체와 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플랫폼, 지역 맞춤형 규제특례제도인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을 비수도권 전역 확산을 제시했으나 지자체마다 처한 상황이 매우 다를 뿐만 아니라 협력할 산업체가 없는 지방대학에게는 지역 상생이 구호로 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림대학교 역량교육혁신원장 최영재 교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우 글로벌 대학이 각 주에 위치해 주에서 대학의 연구나 교육을 지역개발 프로젝트와 연계해서 진행한다. 각 지방대학이 속한 지역 특성화 산업에 맞춘 연구와 교육의 차별점을 가져야 지자체-지방대학-지역 산업의 협력 발전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중앙에서 지역대학에 대한 지원은 등록금으로 충원되지 않는 재정을 지원해주는 정도였다”며 “시스템이 정해지지 않았기에 초기에는 중앙정부의 시스템을 따라가겠지만, 지역별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학·석·박사 통합과정을 운영하고, 일반대 온라인 학사과정 운영 등 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하겠다는 ‘학사제도 유연화’도 핵심 내용으로 삼았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학사제도의 유기적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피력했다. 다양한 방면에서 이를 실행해 대학이 실무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는 대학이 학문 분야의 학자 양성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각 실무 분야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며 “복수전공 자유화나 인턴 학점 제도처럼 다양한 방면에서 제도를 유연화해야한다”고 전했다.
결국, 지방대학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신입생 충원이 돼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수립한 정책들이 실현됐을 때, 지방대학 진학에 대한 고등학생들의 인식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입시를 앞둔 서울, 강원 등 2, 3학년 고교생 53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지자체와 지방대학, 지역 산업의 협력으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 맞춤형 교육을 받은 지방대 졸업생들의 취업이 활성화된다면 지방대학을 선택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가 45.3%로 다수를 이뤘다. 앞서 ‘지방대학을 선택할 의향’을 묻자 79.2%가 ‘아니오’라고 답했던 결과를 고려한다면 지방대학의 환경이 개선됐을 때 고등학생들의 인식 또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뒤이어 41.5%는 ‘잘 모르겠다’, 13.2%는 ‘아니오’ 라는 응답을 보이며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 국정과제 실현 여부와 별개로 지방대학에 대한 물음표를 남겼다.
한편 이 문제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지방의 청년 인구 유출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강원도의 경우 청년 인구 유출이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한 지원은 곧 지역소멸 예방으로 이어진다. 청년들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총괄적 기능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의 ‘이제는 지방대학시대’ 모토는 이제 시작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옛 속언처럼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필요하다. 제시한 교육 과제가 구체적으로 수립, 발전돼 사라져 가는 지방대학을 살리고 나아가 지역의 상생까지 이뤄낼 수 있을지,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국정과제에서 나타난 윤석열 정부의 지방대학를 포함한 지역사회 혁신 의지가 지역에 활기를 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권대근, 진광찬, 최민준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