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나, 봄 외1
윤인자
바람은 명주옷처럼 부드럽고 따스하다
개울가에 솜털 같은 버들개지 꽃 피고
봄동밭 배추흰나비 나풀나풀 날아갈 때
울타리에 매달린 개나리 실눈을 치켜뜬다
봄은 늘어지게 기지개, 긴 하품 하고
마루 밑에서 잠 깬 고양이 게으르게 기지개를 켜는
바구니 옆에 끼고 주머니칼 챙겨 들로 나간다
큰 샘골 논 지나 저수지 건너
산밑 천수답, 자운영 꽃핀 논둑길 걸어가니
아기 쑥, 사랑 부리, 엉겅퀴나물이 지천이다
물 잡아놓은 텃논에는 개구리알 들이 떠 있고
물오리 떼 찰방찰방 물장구치며 노니는데
혹한을 견딘 마른 잔디 속에서 봄이 두런거린다
굳건하게 지켜온 뿌리에서 새싹을 밀어 올리니
이제 정말 봄이 오나, 봄.
아버지의 소금꽃
아버지의 등허리에 핀 소금꽃
염전 바닥에 피는 소금꽃,
어떤 소금꽃이 더 짜디짤까
새벽부터 염전 둑 누비며
수차 돌리는 아버지
막걸리 한잔에 소금 안주로
뜨거운 여름 소금밭 일꾼으로 살면서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소금강 건너 뼈 마디마디마다
사리로 가득할 것 같은
한숨 소리도 잠시 잠깐
가르치고 입히고 먹이고
도회지 가서 편히 살라고
소금 창고 싹싹 긁어 섬에서 육지로 보내
학비며 용돈 밀린 적 없이 소금꽃에 절인 작업복
자식들 앞에 힘든 기색 한 번 보이지 않고
쉬는 날 아버지 도와주러 염전에 나가면
손사래 치며
집으로 쫓던 햇볕에 까맣게 탄 얼굴에
하얗게 소금꽃 피우는 아버지.
윤인자
2011년 《 리토피아 》 시, 2024년 《 시와사람 수필 》 로 등단
시집, 『 에덴의꿈 』, 『 스토리가 있는섬 신안島』, 『 시가 열리는 과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