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 업 |
컬렉션(점) |
기 업 |
컬렉션(점) |
기 업 |
컬렉션(점) |
미국내셔널보험 AT&T 아모코 아서엔더슨 보스톤은행 캘리포니아은행 아메리카은행 BP아메리카 케미컬뱅크 시그나 시티뱅크 |
1500 2500 6500 2600 6000 1500 6000 1425 2200 9000 5000 |
코카콜라 디어앤회사 포드자동차 제너럴 일렉트릭 홀마크카드 존슨 엔드 존슨 크마르트 멕도날드 3M 폴라로이드 다이제스트 |
1500 1500 5000 1500 3500 1100 1500 3000 3000 6000 3000 |
칼튼호텔 워싱턴포스트신문 아그파(독일) 암스테르담은행(네덜란드) 호주아트뱅크 브리지스톤(일본) 이데이스(일본) 산토리(일본) 킨키니혼 도쿄 |
2000 1000 5000 8000 6000 600 2000 1500 2000 2000 |
자료 : 「월간미술」, 1993.
<표 4-5-2> 기업이 문화활동을 하는 이유
순위 |
설 문 항 목 |
읍답인원 |
백분비 |
1 2 3 4 |
기업의 이미지 개선 기업의 사회봉사차원 근로자의 후생복지 증진 판촉 및 광고효과 기타 무응답 |
41 34 12 6 1 2 |
42.7 35.4 12.5 6.3 1.0 2.1 |
합 계 |
96 |
100.0 |
자료 : 문예진흥원, 「기업의 문화활동 실태 및 참여 적극화 방안」, 1989.
현대 기업의 홍보 전략은 상품의 차원을 넘어서 기업의 이미지에 대한 경쟁으로 나타나며, 따라서 문화사업과 예술품에 대한 투자는 소비자에게 기업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줌으로써 기업의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기여하게 된다. 따라서 현대의 기업들은 이러한 문화사업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을 감지하여, 점점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기업과 미술의 관계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 될 수 있다. 하나는 예술이 새로운 산업의 소재로 나타나는 경우이다. 이윤 확보를 최대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디자인의 창조라는 미적활동이 생산성의 질을 향상시키는 필수 요소라는 점을 인식함으로써, 미적 활동에 대한 가치부여가 가능해 질 것이다. 이러한 관심은 소비자들의 문화적 감수성이 증대해 가는 현실의 흐름에 보조를 맞추어서 그들의 감성에 적당한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해야 한다는 필요성으로 제기된다.
다른 하나의 측면은 기업 이윤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측면에서 기업의 문화사업에 대한 투자의 문제이다. 즉 예술지원이 기업의 이미지를 상승시키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미술분야에 대한 지원은 일차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문화적 지원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경제적 효과 이외에도 기업의 이윤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17)
미술과 기업의 밀접한 연관성에 대한 인식은 기업으로 하여금 사회 전반의 문화적 활동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하며, 그것은 창조 활동과 기타 여러 방면을 직접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직접적인 지원은 기부금과 각종 행사 후원의 형식으로 나타나며, 또 기업이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운영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문화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기업의 미술지원은 문예진흥원을 통해서 지원하는 경우와 개별적 지원활동으로 대별 된다. 문예진흥원을 통해서 지원하는 경우 세제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 94년 기업이 출연한 조건부 기부금의 총액은 약 16억원 정도로 전년도에 비해서 약 26%가 증가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문화투자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전체 문예진흥원 예산의 5%(총예산 418억 중 미술부분 20억)를 밑돌고 있어, 아직은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어렵다. 기업들이 스포츠에 투자하고 있는 엄청난 비용과 관심의 정도와 비교해 볼 때 문화분야에 대한 관심은 매우 부족한 편이다.
개별적 지원은 미술관이나 화랑이 있는 기업은 이를 통해서 이루어 지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문화재단이나 자체의 홍보부를 통해서 이루어 지고 있다. 1965년 삼성그룹에서 미술 문화 재단을 설립하여 호암미술관과 호암갤러리를 운영해 온 것을 비롯해서 많은 기업들이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개업하여 미술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기업이 운영하는 미술관과 화랑은 30개로 이는 앞으로 더욱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의 기업들이 보여주는 미술지원의 양상은 일회적인 행사 지원을 위주로 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정 행사에 단기적이고 부정기적으로 출연되는 자금은 기업의 이미지를 심어주는데는 효과적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문화발전의 측면에서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또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미술관이나 화랑에서는 자체의 기획전을 위주로 진행함으로써, 영리를 추구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 미술가, 미술단체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은 거의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그 예로 94년 106개 미술단체를 대상으로 실시된 <문화예술단체실태조사>에 의하면 단체의 운영 자금 중 자체 부담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70.96%정도 이며, 공공지원 10.2%, 민간지원 18.4%로 나타나고 있어 기업의 지원 상태가 매주 저조함을 알 수 있다. 기업에서는 문화지원의 장애요인으로 자금 부족(50%), 문화 투자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4.2%), 세금혜택비비(2.1%)을 꼽고 있다(표 4-5-3 참조).
다시 말하면 기업이 문화 예술 지원에 대한 인식의 부족과 반사 이익의 부족이 문화지원의 장애요인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18)
<표 4-5-3> 기업에서 문화투자를 할 때 부딪치는 어려움
순위 |
저 해 요 인 |
읍답인원 |
백분비 |
1 2 3 4 5 |
기업내 여유자금 부족 지원대상 선택의 어려움 지원요청 과다 문화투자의 필요성을 못느낌 세금혜택의 미비 기타 무응답 |
48 27 10 4 2 1 4 |
50.0 28.1 10.4 4.2 2.1 1.0 4.2 |
합 계 |
96 |
100.0 |
자료 : 문예진흥원, 「기업의 문화활동 실태 및 참여 적극화 방안, 1989.
여기에 지원을 담당하는 부서나, 전문요원의 부족,지원의 기준조차 불분명하여 지원책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따라서 최고 경영주나 가족들이 사적으로 미술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지원의 규모가 달라지는 등, 전 기업 차원에서 장기적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미술시장을 공개적이고 활성화 하기 위해서 기업의 미술 구매와 미술 분야에의 투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선행 되어야 한다. 그것을 토대로 하여 미술문화를 양성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에 대한 지원과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세법의 문제이다. 앞에서 지적 했듯이 기업들은 문화투자에 대한 세금혜택의 미비를 문화지원의 장애요인으로 꼽고 있다.
현행 세법으로는 문화재단을 설립할 경우 여기에 출자한 재산에 대해서는 증여세와 상속세가 면제 되고 있으며, 일반 법인에 비해서 낮은 법인 세율의 적용을 받게 된다. 기업의 문화분야 투자와 지원금에 대해서는 손비처리(소득 공제) 혜택을 주는 조세감면 제도(조세감면 규제법 61조) 등을 통해서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세제의 혜택은 현재 기업의 문화 투자 상황을 살펴 볼 때 별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원인은 세제 감면의 폭이나 양이 기업들을 유도할 만한 정도가 되지 못한다는 점과 미술품에 대한 투자나 구매를 자산을 보전하기 위한 장치 정도로 생각하는 기업의 낮은 문화인식에서 기인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부에서는 조세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즉 서구의 경우처럼 어떤 기업이 문화예술 분야에 기부금을 내고자 할 때, 기부금액의 일정 비율 만큼을 기부세금으로 거두어 들이고, 기부금과 기부세액의 합계를 기업의 연간 관세 대상 소득에서 손비처리 해주며, 기부세액을 다시 기업에 환불해 줌으로써 기부자(기업)가 납부해야 할 소득세의 일부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기부금을 내면 소득세가 실질적으로 감면되는 방향으로 조세제도를 보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문화 예술분야의 참여는 세계적으로 메세나(문화예술에 대한 옹호와 지원을 의미한다) 활동의 확산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기업의 관심도 문화 예술의 영역을 넘어서 환경보호, 교육 복지 등 사회 공헌 활동으로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 즉 세계적으로 기업의 공공성과 사회적 역할의 획득이라는 측면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1967년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결성된 [영국예술후원협의회]는 미술 문화 활동을 위한 기업 간의 협력, 협력자금분배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ADMICAL(상공업 메세나 추진 협의회)가 결성되어 기업과 미술의 연결고리를 담당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90년 일본 기업을 중심으로 결성된 일본 기업메세나협의회는 일본내의 215개의 기업이 참가, 해마다 미술을 비롯한 문화 예술행사 지원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의 문화지원을 활성화 한다는 목표로 94년 <기업메세나 협의회>가 출범하여,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서 기업들 간에 조직적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문화예술의 진흥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가려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170여개 기업이 회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아직 위상과 활동이 분명하지 못한 상태이다. 따라서 기업의 메세나 활동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기업을 메세나 협의회의 회원으로 영입하려는 노력이 일차적으로 요구된다. 협회를 통해서 기업들이 문화활동에 대해서 공동의 보조를 취할 수 있으며, 대정부적 차원에서 정책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업메세나 활동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현행 문예진흥금의 기부절차 개선등도 필수적이다. 현재의 기부절차는 먼저 기부금을 낸 후에 채납결정및 영수증을 받는데 한달 이상이 걸려 기업회계방식과 맞지 않기 때문에, 정작 지원을 받아야할 예술 단체가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선기부 후감면의 방식은 후기부 선감면의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 예술 행정요원을 육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특히 시각예술을 전담할 수 있는 행적교육 프로 그램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기업의 미술에의 투자는 정부의 정책적 차원과의 결합이 없이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현 단계에서는 공기업의 1%메세나 활동을 의무화함으로써 공기업으로 하여금 메세나 활동의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이끌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기업과 달리 공기업은 기업의 특성상, 기업성과 공익성의 조화를 목적으로 하므로, 공기업의 문화예술지원은 정책적으로 의무화 될 수 있으며(예 : 1기업 1문화운동의 양식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의 정도를기업평가의 한 항목으로 설정하여, 공기업의 문화 후원을 의무화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또한 정부투자 기관의 문화 예술 후원을 의무화 하기 위해서 현재 건축물에 미술품 설치를 의무화 하는 규정에 덧붙여 문화 예술 후원이라는 항목이 첨가 되어야 한다. 또한 예술 재료나 기자재 생산에 대한 기업의 지원도 요구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미술 기자재는 대체로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미술품의 기자재 생산을 문화사업의 한 방향으로 육성하는 것은 미술품제작 비용의 절감과 미술용품의 수입대체라는 효과를 낳으므로써 기자재의 생산을 문화사업으로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19)
6. 국민의 인식 전환 : 교육제도 개선
문화 민족이라는 자긍심에 걸맞지 않게 현재 우리사회를 주도하는 문화는 대중문화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건전한 문화의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 원인은 앞에서 지적했거니와 경제우선주의 사고와 경직된 교육제도가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났다. 미술교육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실용위주의 교육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대중들의 문화적 소양을 기르기에는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교육제도와 내용상의 문제는 앞에서도 잠깐 살펴 보았지만, 결국 대중과 미술 간의 간격을 심화시키고 미술 시장을 특수 계층의 전유물로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미술시장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극복하고 미술 시장을 대중화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일차적으로 요구된다고 하겠다. 특히 미술을 비롯한 전 문화분야의 영역이 국제적으로 확대되어가는 현실에서 문화적인 정체성의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 특히 97년 미술학원의 개방이 예정된 현재의 상황으로서는 입시위주의 교육제도의 개선과 더불어 미술에 대한 사회문화적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의 마련이 요구된다.
또한 미술품의 대중화를 미술품 소장의 문제로 국한시켜 생각하기 보다는 미술품의 미적가치를 대중이 함께 생활 속에서 감상하고 향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광주 비엔날레에 쏟아진 국민적 관심은 문화 영역 특히 미술분야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반영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대중적 관심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문화적 상황을 조성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문화정책의 기조를 두어야 할 것이다.
Ⅴ. 국내 화랑의 현황
앞에서 국내 미술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미술시장을 활성화 하기 위한 몇가지 방안을 제시해 보았다. 본 장에서는 서론에서 제기한 바대로 미술시장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화랑의 역할을 중심으로 미술시장의 활성화 방안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먼저 국내 화랑의 변천사와 현황을 살펴보고 그 문제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1. 화랑의 역사20)와 미술시장의 형성과정
우리나라 최초의 화랑은 개화기의 서화가인 海岡 金圭鎭이 1913년 서울 천연동에 세운 ‘古今書畵觀’이다. 그는 1903년 고종의 명을 받고 일본에서 사진 기술을 배워와 한국사람이 개설한 최초의 사진관인 ‘천연당사진관’을 열었다. 천연당 사진관에 부설된 古今書畵觀은 사진, 서화판매, 표구를 겸한 종합적 상업화랑이었다.
1913년 12월 12일자 매일신보에 실린 고금서화관의 광고는 서화의 질적 수준의 확보와 표구기술의 발전, 고서화의 위탁판매와 명성이 높은 서화가들의 작품의 전시판매 등의 내용이 실려 있어 상업화랑으로서의 경영방침을 보여주고 있다.
海岡은 1914년 7월 고향인 평양에 천연당사진관의 지점으로 낸 ‘箕城사진관’에 고금서화관의 평양 분점을 내고 20년까지 경영, 그 후에는 후진 양성에 힘을 쏟았다.
해강의 뒤를 이어 友鏡 吳鳳彬은 ‘조선미술관’을 열고 서화작품을 진열, 구입, 판매하는 한편 표구업도 겸했다. 조선미술관은 1930년 10월에 동아일보 학예부의 후원을 얻어 본격적인 기획전이라 할 수 있는 <朝鮮 古書畵 珍藏品전람회>를 열어, 단순히 그림을 사고파는 상업화랑으로서가 아니라, 전시회를 기획하고 작품을 보여주는 미술관의 성격을 보여주었다.
위의 고금서화관, 조선미술관 같은 대표적 화랑 이외에 일제 강점기에 미술 전람회를 열었던 전시장은 매일신보 부설 건물인 ‘來菁閣’ ‘천도교기념관’ ‘보성학교강당’ ‘휘문학교강당’ ‘화신화랑(화신백화점)’ ‘三越화랑(신세계백화점)’ ‘부민관(시민회관별관)’ 등이었다.
1945년 해방후에는 주로 동인화랑(지금 신세계백화점), 화신화랑(화신백화점), 미도파화랑(미도파 백화점), 대원화랑(충무로), 대양화랑(명동)등이 전시장 구실을 했다.
50년대 초에 산업미술가였던 이완석씨가 천일백화점 화랑을 열었으나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았으며, 그 뒤 반도화랑이 현대식 화랑으로서 첫출발을 하게 된다. 반도화랑은 외국무역상사의 서울영업소인 ‘公利洋行’의 책임자 조셉 지퍼맨의 부인 실비아 지퍼맨 등에 의해 조직된 ‘서울 아트소사이어티’에 의해 발기, 운영되었다. 그녀는 14명의 한국화가를 소개하는 <코리안 아티스트>(한국현대화가)를 홍콩에서 간행하였는데, 외국인을 위한 미술책자로서는 이것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서울아트소사이어티가 운영하던 반도화랑은 1957년 12월 31일 문을 닫고 아시아재단의 지원에 의해 1958년 1월 재개관하게 되었다. 그러나 결국 경영난과 화재로 인해 문을 닫게 되었고, 반도화랑의 실질적 운영자였던 박명자와 한용구씨가 70년 4월에 최초의 현대적 성격을 띤 상업화랑이라 할 수 있는 ‘현대화랑’을 개관하게 된다. 확실하게 상업화랑의 기치를 걸고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현대화랑은 국내 유수한 화가들의 기획전 등을 통해 미술품 유통과정에서 화랑의 자리를 확고하게 마련하였다.
현대화랑의 개관을 필두로 조선화랑(71), 진화랑(72), 동산방화랑(75), 예화랑(78) 등이 잇달아 개관하여 미술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다. 75년이후부터 급격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한 미술품 붐이 77,78년 미술품 투기로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미술시장의 구조적 모순으로 나타나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즉 작품가의 상승과 작가와 화랑의 담합에 의한 작품가의 산정 그리고 화가와 고객의 직거래, 호당가격과 실재가의 차이 유명화가와 그렇지 않은 화가 간의 차별의 심화등 구조적 모순이 심화되기 시작하면서 그 해결책이 꾸준히 모색되었으나 미술시장에 뿌리내린 상업주의와 결합된 이러한 문제점은 쉽게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화랑의 숫자는 80년대 중반 이후 급속한 성장을 보이게 되었는데, 그것은 88년 당시 문화올림픽이라는 정부의 문화정책에 기인한 양적 팽창일뿐 질적 수준을 확보하지 못하였다. 즉 미술분야의 구조적 필연성에 의해 자연스레 이루어진 성장이 아니라, 경제적 이윤의 극대화라는 상업성의 논리에 충실한 맹목적 투자가들이 화랑에 진출함으로써, 미술 시장의 질적 수준의 확보와 대중화라는 목표에서 더욱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80년대 이후의 상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근대적 화랑의 출발기부터 상업화랑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 점과 동시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부재한 상태에서 출발한 우리 화랑의 역사에도 원인이 있음을 지적해야겠다.
현재 미술시장이 지나치게 폐쇄적이며, 사회적인 문화의 형성과 유통의 통로로서의 책임의식 부재로 인해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특히 금융실명제 이후 음성거래로 인해, 세금추적이 어렵고 소장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미술품으로 유휴자금이 쏟아지는 과열현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미술시장의 역기능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시각과 정부의 양도세추징 논의를 거치면서 미술시장은 침체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 현재 미술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건전한 유통질서의 확립과 미술 대중화라는 과제를 놓고 많은 복안들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다.
2. 최근 화랑의 현황 : 운영과 재정
현재 한국의 전시 공간의 현황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화랑은 한국의 전시공간 중 94년 현재 39.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화랑의 증가 추세를 볼 때 앞으로 더욱 상승될 추세이다. 전시 공간의 55.6%를 차지하고 있는 박물관의 경우는 기획전시 등의 활동이 거의 없는 대학 부속 박물관이나 향토 전시 박물관들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화랑이 우리의 전시문화를 이끌어가는 주역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표 5-2-1> 한국전시 공간의 현황(‘94)
|
공간현황 (단위 : 개) |
비 고 | ||
화 랑 |
271(39.5%) |
| ||
미술관 |
34(4.9%) | |||
박물관 |
382(55.6%) |
국공립박물관 |
21(5.5%) | |
대학박물관 |
76(19.9%) | |||
기 타 |
285(74.6%) | |||
소 계 |
382(100%) | |||
계 |
687(100%) |
자료 : 문화체육부, 「전국문화공간의 현황」, 1994.
그렇다면 이러한 비중을 차지하는 화랑의 운영과 재정상태는 어떠한가.
근대화랑의 역사가 20년을 경과 하면서 많은 양적 성장을 보인 것과 달리 화랑의 내실은 빈약하기 그지 없다. 현재 대부분의 화랑은 1-2명의 보조원을 두고 화랑주가 직업 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소규모 화랑의 경우는 재정적 문제와 더불어 공간 부족의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게 나타난다.
<표 5-2-2> 화랑의 운영 현황(‘95)
|
화랑구분 |
사업종류 |
직원현황 |
연운영비 (단위:만원) |
연수입 (단위:만원) |
주요활동 |
비 고 |
A |
상업 |
개인 |
총2명 (사무1) |
6,000 |
1,000 (작품판매) |
△기획(년2~3회) △작품판매 |
△3년(30여평) △운영비보조를 위해 대관 병행 고려 |
B |
대관 |
법인 |
총1명 (전문직1) |
7,000 |
4,500 (대관료) |
△기획(년10회) △대관(년25회) |
△2년 운영 △성실세무신고 △대관료 대신작품을 받기도 함 |
C |
대관 |
개인 |
총2명 (사무1) |
6,000 |
2,400 (대관료) |
△기획(년10회) △대관(년30회) |
△3년(60여평) △각종 전시관련 사업 병행 |
D |
대관 |
개인 |
총2명 |
2,400 (임대료 제외) |
4,500 (대관료) |
△기획(년7회) △대관(년10회) |
△3년 |
E |
상업 |
개인 |
총6명 (전문직2, 기타4) |
4,500 (임대료 제외) |
|
△기획(년4-5회) △도서출판 △작품판매 |
|
F |
혼합 |
개인 |
총3명 (전문직3) |
4,500 (임대료 제외) |
900 (대관료) |
△기획(년10회) △대관(년6회) △작품판매 |
△12년(30여평) |
G |
상업 |
법인 |
총7명 (전문직1) |
12,000 |
|
△기획(년8회) △작품판매 |
△5년(100여평) |
H |
대관 |
개인 |
총1명 |
1,000 (임대료 제외) |
2,500 (대관료) |
△기획 △대관 |
△4년(20여평) |
I |
상업 |
개인 |
총3명 (전문직3) |
3,600 (임대료 제외) |
|
△기획 △작품판매 |
△5년(40여평) |
대부분의 화랑이 화랑주가 직접 경영주가 되는 경우가 많아 경영의 전문성을 획득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며, 재정 부족은 각종 기획전, 상설전의 질적 저하 현상을 낳게 된다.
그 원인으로는 화랑의 재정자립도가 빈약하고 전문 경영 능력이 부족한 점, 그리고 전문 기획자의 부재 등을 꼽을 수 있다. 화랑의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는 원인은 운영 비용이 손금 처리되는 법인과는 달리 개인 기업으로 운영되어 높은 세율의 적용을 받고 있는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현재 상품전시 및 행사대행업에 속하는 화랑의 표준 소득율은 44.0%로 사치품인 귀금속의 8.5%, 음식 및 숙박업의 39.6% 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미술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객관적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미련을 비롯하여 음성적으로 행해 지고 있는 미술품 시장의 거래를 양성화 하는 것이 시급하다 할 것이다.
3. 현재 화랑가의 지형도 변화21)와 문제점
현재 우리나라의 화랑 수는 약 350여 개 정도인데 이는 프랑스의 1800여개, 일본의 2000여개에 비하면 매우 빈약한 편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화랑가의 두드러진 양상은 인사동 일대에 집중되었던 화랑들이 강남쪽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의 화랑은 70년 이전에 개관한 화랑은 없으며, 올림픽을 계기로 정부의 투자가 증가 했던 88년이후 1년에 33%가 증가하는 등 최근 들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경향이다. 압구정동, 청담동 일대를 중심으로 강남일대에 화랑들이 몰리는 것은 이 지역이 경제권의 중심지로 등장하였으며, 미술품 구매자의 70%정도가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판매가 수월하기 때문이다.22)
이러한 변동의 또 다른 원인은 인사동 일대에서 발판을 굳힌 국내의 유수화랑들이 강남지역에 분점을 내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주로 백화점과 호텔 안에 전시장을 마련하여(무역센터 현대백화점 내 선화랑, 잠실롯데월드의 진화랑, 잠실 롯데미술관, 그리고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 내 수화랑 등) 상설전과 본점과의 이원전시를 통해 상업적 목적에 부합하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 가고 있다. 화랑의 분점 운영은 소규모 사업의 기업적 성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주식회사의 형태로까지 사업적 체계를 잡아가고 있다.
강남 이외에도 동숭동, 사간동 등이 새로운 화랑가로 등장하고 있는 추세이며, 화랑들은 강남, 사간동, 동숭동 등 새로이 형성된 미술거리를 선호하여 앞으로 이 지역으로 화랑들의 집중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공간적 확산은 능동적으로 대중을 찾아 생활 속에 뿌리 내리려는 변화의 노력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23)
그런데 일부 화랑들이 상업적 목적에 부합하는 강남지역만을 선호함으로써 서울시내의 일부계층의 문화적 욕구를 만족시키는데 그친다는 점과 판매위주의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전시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다는 우려가 문제점으로 제기 되고 있다. 그 일례로 90년 현재 화랑의 대관 현황을 보면 강북에서 54%의 화랑이 대관을 하지 않는 반면, 강남에서 82%의 화랑이 대관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대관전 보다는 기획전이나 상설전 같은 대외적 이미지 관리나 이윤추구에 도움이 되는 기획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24)
이렇게 볼 때 화랑들이 강남으로 이동하는 추세는 상업성의 추구와 유통 과정상의 비전문성이라는 해묵은 문제를 더욱 심화 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인다. 또한 일정한 재정 능력과 전시공간을 갖춘 화랑과 군소화랑과의 격차 또한 문제이다. 기업에서 운영하는 소수의 대규모 화랑과 개인이 경영하는 군소화랑의 재정적 격차는 심각한 상황이며, 미술시장의 주도적 흐름은 전자에 의해 주도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96년 미술시장 개방으로 인해 외국화랑이 국내에 진출하게 될 경우에는 군소화랑의 경영 상의 문제점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다. 또 지역별로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화랑의 숫자 또한 지방 문화공간의 협소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화랑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지방작가의 중앙진출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또 전체적으로 대중의 문화적 향유 기회를 협소하게 만들고 동시에 미술을 대중화 하는데 많은 장애가 되기도 한다. 화랑협회에 가입된 광주, 대구, 부산, 대전, 제주등의 화랑의 경우를 보면 현지에서 활동하는 작가보다 서울, 해외(미국, 프랑스, 일본등지)에 유학한 작가나 외국거주 국내작가의 작품이 우선적으로 전시되고 있다. 이렇게 화랑이나 미술시장이 지방으로 분산되어있어 문화의 지역적 확산을 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 점은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활동이 요구되는 사항이다.
4. 미술품 유통과정에서 화랑의 역할
: 가격 형성과정에서 화랑의 역할과 문제점
일반적으로 미술시장은 대중들에게 접근이 어려운 특수한 영역이라는 의식이 지배적일 만큼 미술품의 유통 과정은 매우 페쇄적이다. 현재 미술시장에서 작품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이동하는 지를 먼저 살펴 보기로 하자.
예술적 가치를 지닌 미술품이 유통 과정에 편입되는 순간 그것이 지닌 미적 가치는 하나의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부과 받게 되는데, 그것은 미술품의 가격으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미술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과 유통과정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미술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작품을 창작한 작가가 화랑에 작품판매를 위탁하게 되면 화랑은 전문적인 감정을 통하여 작품의 판매가를 결정하게 된다. 작품의 진위, 작품의 질적 우수성, 작품의 상태, 미술사적 가치, 시장성, 재료, 크기 소장가의 기호도, 작가의 지명도 등이 작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실재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객관화 되고 공식적인 산정 기준이 없으며, 창작자가 결정하는 경우와 ‘규격비례 가격산정 방식’으로 결정 되는 경우로 크게 나누어 지고 있다. 그런데 전체 창작자의 1%정도의 극소수의 창작자들이 미술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현실에서 창작자 위주로 미술품의 가격이 결정됨으로써 가격의 객관성이 결여 되는 양상을 낳기도 한다. 즉 순수한 예술적 가치에 의한 시장 참여보다는 보도, 현재의 직업, 학맥, 수상 경력, 해외 전시, 대단위 기획 등에 의해서 가격이 형성 되어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되는 것이다. 화랑의 홍보기능과 미술평론가의 역할이 미술시장에 영향을 주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규격비례로 가격을 산정하는 경우에도 화랑이 일괄적인 가격설정을 주도함으로써 유통구조에서의 편리함은 있으나 창작자의 입장이 배재되며, 작품의 절대가치가 무시되는 문제점을 낳게 된다. 이렇게 볼때 미술품의 가격형성 과정에서 화랑이 차지하는 역할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말했듯이 미술품의 가격을 객관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객관적인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못함으로 해서 미술품 시장에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즉 작가와 화랑의 담합에 의해 작품 가격이 결정될 수 있으므로 작가와 소장가, 화랑과 소장가 사이의 음성적 거래가 성행하게 되기도 하고, 또 거래 사실의 은닉을 통한 탈세 가능성도 배재 할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화랑에 의해 주도 되는 현 미술 시장은 건전한 미술 문화의 육성을 위한 장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으며, 화랑이 납세 불신으로 세무당국의 끊임없는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원인이 되어왔다. 최근에 논란이 되었던 미술품 양도소득세 논란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유통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정부와 미술계의 대결구도로 파악 될 수 있다. 또 실제로 미술시장에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불황은 경제적 불황기조의 영향력이 미술계에 파급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더 근원적인 원인은 상업적 목적을 추구하는 화랑과 작가들 사이에 결정되는 가격구조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25) 외국유명화가의 작품과 비해볼 때 국내화가의 작품의 가격이 실제로 5배 이상 높은 것은 미술품 가격에 대한 일반대중의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미술시장에 영향을 주는 화랑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 보면 구조상의 차별성을 발견하게 된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화랑은 재정적 자립도가 30%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미술품의 가격이 매매의 과정을 통해서 형성되어지는 점을 감안 한다면 상대적으로 대규모 기업에 의해서 운영되는 미술관이나 화랑의 경우가 미술시장을 좌우할 영향력을 갖는다는 점은 자명하다. 최근 기업의 화랑 경영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이들이 미술시장을 좌우하는 주요한 변수로 떠오르게 됨을 주시해야 한다.
Ⅵ. 유통구조의 활성화 방안
국내 미술시장의 활성화 방안을 연구 하기 위해서 해외미술시장의 현황을 사례연구를 통해서 살펴보고, 이를 참고하여 국내 미술시장의 활성화 방안을 논해보기로 한다.
1. 해외미술 시장 사례연구26)
서구의 경우 문화의 생산과 소통 그리고 유통의 관계 속에 문화의 매개자 그리고 결정자들이 문화구조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그렇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일부 주목할 만한 사례가 보인다.
미국은 카터 행정부 때 자유분방한 문화 관리자들(국가차원)과 일부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예술인들에 의해서 ―개인적 혹은 집단차원― 자본주의 시장 속에서 문화의 생산과 소통 그리고 유통의 부정적 측면을 보완하기 위해서 문화 매개자와 결정자들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협동조합화랑(Cooperative Gallery)의 양태로 나타났다. 이는 상업화랑에 전속 되었을 때 주체적인 예술 공간을 확보하는데 문제가 있음을 느끼기 시작한 예술가들이 회원제 혹은 협동체에 의해 공간을 스스로 운영하기 시작한데서 비롯되었다. 60, 70년대 미술교육이 확장됨과 더불어서 수적으로 증가한 미술가들은 상업화랑에서 수용할 수 없게 되자 미술가 스스로의 자구책에 의하여 공간이 설립된 경우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 또한 영화, 비디오, 설치미술, 퍼포먼스등 형식적으로 진보적이거나 이념적으로 비상업적인 이유로 상업화랑에서 수용될 수 없는 작가군들이 스스로 공간확보를 선언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문화행위들은 실제로 긍정적인 문화발전에 기여했고 또 전체문화에 자극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예술가 자신들이 경영주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과 전시공간 운영을 위한 자금자체가 미술품 판매에서 조달 되었고, 단지 회비차원에서 모금 되었기 때문에 경영의 한계에 봉착되고 만다. 예술형식의 실험과 청년작가들의 전시공간 확보라는 긍정적 측면은 자본주의 문화유통이라는 현실자체를 경시했기 때문에 결국 상징적 문화공간 혹은 청년문화적 공간으로 주변화 되고 말았다.
다음으로 대안공간(Alternative Space)경우이다. 정부의 문예진흥기금 지원하에 설립된 공간으로서, 미술사적 차원에서 전시를 기획한다. 특히 미술 이론가, 평론가, 큐레이터 등을 확보하고 있기에 미술문화의 주류로서 미술계에 이론적 형식적 영향은 준다. 특히 80년대에 들어와 대안 공간의 역할은 비대해 지며, 그만큼 문화적 위치 또한 확고해졌다. 실제로 독일의 신표현주의 회화를 소개한 공간도 대안의 공간이었으며, 미술사에 기록될 만한 모든 전시를 주도한 것도 대안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대안의 공간 자체가 비영리 단체라는데서 현실적인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보통 미술가 여과장치라고 보는 새로운 유통구조는 대안의 공간과 상업화랑과의 관계를 지칭한 것이다. 미술가 여과장치란 대안의 공간에서 걸러진 작가군들을 상업화랑에서 흡수하는 방법으로서 대안의 공간은 젊고 재능있는 작가를 길러내고 상업화랑은 이들을 전속시키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개발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안의 공간은 상업화랑을 위한 못자리 역할로 전락하고 말았다.
협동조합화랑의 아마추어적이고 청년문화적 태도는 스스로를 주변화 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대안의 공간에 대한 문화진흥기금이라는 국가적 지원은 문화 매개자들의 문화에 대한 낭만적 태도로 인해 상업화랑에 주도권을 넘겨주게 되었다. 이러한 난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도는 우리가 경청해야할 많은 미덕을 보여주고 있다.
즉 협동조합화랑과 대안의 공간은 자본주의 미술시장에 대한 문제제기이며, 이는 문화 발전을 위해서 문화주체들의 독립된 공간확보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켜준다. 즉 구조적으로 취약한 한국미술시장에서는 이러한 유통의 매개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화랑의 기능이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화랑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정책적 재고가 필요하다.
2. 우수화랑 지정제-화랑의 자립성과 문화적 기능 강화
화랑은 우리 미술문화 전반의 문화적 흐름을 주도하고 이끌어가는 매우 중대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화랑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의 현 상황은 이러한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기 보다는 지나친 상업성을 지향하는데 치중하고 있어 여러 문제점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술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 ‘우수화랑 지정제’가 제기 되고 있다.27)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 간의 미술품 유통 과정이 음성적 거래와 각종 탈법의 소지가 있었으며, 그로 인해 국민과 정부 당국에 의해 불신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미술 시장의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바, 이는 정부 당국에서 강압적으로 제기한 양도세 부과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술시장의 담당 주체들에 의해서 미술 시장의 영역이 양성화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술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화랑에 세제 감면을 비롯한 혜택을 부과 함으로써 자발적으로 미술시장을 양성화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우수화랑 지정제’를 통해서 얻어지는 효과를 최병식은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우수 화랑으로 설정된 화랑의 경우에는 사업소득에 대한 세제의 감면과 국내외 문화 예술 사업을 대행하고 모든 미술품에 대한 관세를 감면, 화랑사업에 대한 문예진흥기금을 우선 지원해 주는 등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세무당국은 성실한 신고로 인해 세수가 증대되며, 또 불필요한 세무사찰로 인한 예산 낭비요소를 제거하게 된다. 또 작가의 창작활동이 활성화 되어, 작품가격이 정착됨으로써 작품에 대한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 지며 또한 작품의 판매로 인한 수입이 증대 될 것이다. 또한 작품 가격도 안정 되어서 투자 효과가 증대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우수화랑 지정제가 실시 되면 미술시장은 어느 정도 활성화 되리라 보고 있다. 그럼으로써 화랑의 사회 교육적 역할 또한 증대되는 점이라 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기존에 상업적 활동이 주를 이루던 화랑의 활동이 문화 사업의 담당자로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차적으로는 우수화랑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투자와 지원이 재정과 경영상의 자립도를 높이는데 기여하리라고 본다.
그러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수화랑의 선정기준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확보 되어야 선정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잡음을 방지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우수화랑으로 지정된 화랑에 일방적인 지원이 행해짐으로써 오히려 일반 화랑의 상황을 더욱 악화 시킬수 있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따라서 양자 간의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앞에서 말했지만 현재 화랑이 개인이 운영하는 영세한 화랑과 기업에서 운영하는 화랑으로 경제적 자립도와 운영의 수준에 있어서도 차이가 많이 나는 형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은채 동일한 기준을 통해서 우수화랑을 지정한다면 오히려 미술시장을 활성화하기 보다 문제점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도 있기 때문이다.
<표 6-2> 우수화랑 지정제의 효과
2. 화랑 협회의 위상과 역할 강화
현시점은 미술시장의 국제화 개방화 추세에 대한 우리 미술계의 공동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이다. 따라서 현실에 실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미술단체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도 요청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현재 미술 단체로는 [미술협회], [한국고미술협회], [화랑협회]가 법인체로 설립되어 있으며 이 밖에 주요한 단체로 [평론가 협회]를 들 수 있다. 이러한 협회의 일반적 특성은 문화적 기능을 수행하는 단체로서 역할을 하기 보다는 단순한 친목단체로서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화랑협회의 문제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화랑협회는 주로 상업화랑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개별 화랑에 대한 조직체로서의 규제력을 확보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양도세 및 종합소득세 등의 문제에 대한 화랑협회의 적극적 대응에서 산적한 미술계의 현안에 대한 공동대응의 필요성은 협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환기 시키고 협회의 활동이 강화되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화랑협회를 비롯한 미술단체가 제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일차적 원인은 재정확보의 어려움 때문으로 풀이 된다. 미술단체는 전체 운영자금 중 70.9%를 회비등을 통해서 자체로 부담하고 있고 있으며 그밖에는 기타 기업이나 문예진흥원, 지방자치단체로부터의 지원을 통해서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이러한 재정상의 취약점은 위에서 살펴본 바 세제상의 혜택을 통한 기업의 메세나 활동을 활성화 함으로써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하는 부분이다.
또한 각 단체들은 체계적인 정보체제나 유통시장을 파악하는 전문성의 결여와 세계시장에 대한 조직적 대응책이 미흡함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미술시장의 전반적 흐름에 대한 파악과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무적 조직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과제이다. 또한 미술시장을 대중화 하기 위한 홍보와 거래, 감정등에 대한 장기적인 상담체제의 운영과 미술시장의 개방과 미술품의 유통을 합리화 하기 위한 비상임자문기구의 운영도 협회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이들에게 활동의 기회를 부여하며, 앞에서 언급한 감정위원회의 기능과 미술전문가의 육성을 위한 교육기관 양성 문제에 대해서 정부와 긴밀한 협조하에 활동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미술계의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력의 강화가 일차적 선결요건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상업화랑 중심에서 기타 대관화랑 등에도 참여기회를 넓혀야 한다. 화랑협회와 다른 미술단체 간의 결속을 통해서 전체 미술시장의 흐름을 일관성 있게 주도해야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국제 미술시장과 한국미술시장의 상호교류 및 개방에 따른 효과적인 대응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3. 경매제 도입
국내의 미술시장 관계자들은 세계미술시장의 변화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토대를 두고 새로운 시장구조를 창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작품의 크기에 따른 가격의 형성과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무시되어온 기존의 미술시장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기되는 것이 경매제도이다.
1) 서구의 경매역사
이미 서구 여러나라의 미술시장에서 경매제는 주요한 미술품의 유통수단으로 자리잡아 왔다. 서양 경매의 역사를 살펴보면 17세기초 부터 18세기초 런던에서 시작되어 왔다. 그러나 본격적인 조직으로 어느정도 정기적으로 행해지게 된 것은 1774년 조지 2세 재위시 소더비사(SOTHEBY'S)의 창업이 그 효시이다.
그보다 22년 후인 1766년에 소더비사의 라이벌인 크리스티사(CHRISTIE'S)가 창업되었다. 현재는 미국이 가장 큰 규모와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윌리엄 도일(WILLIAM DOYLE)은 창업한지 20년 밖에 안되었지만 순수한 미국 경매회사이며, 미국의 경매회사는 도일과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연간매상고도 크리스티사의 6천만 달러의 30분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구미에서 경매회사는 연간 2백회 이상의 경매를 모든 분야의 물품별로 행하고 있다. 본격적인 시즌은 9월부터이며 다음해 6월, 즉 여름의 바캉스시즌 이외의 10개월간 이며, 일반적으로 1회의 경매에는 평균 2-300점 정도의 미술품이 경매에 부쳐진다. 이렇게 서구에서는 오랜 역사를 통해서 경매제가 생활화되고 있다.
2) 우리나라의 경매역사
우리나라의 경매의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경매가 처음 시작된 것은 79년 신세계 미술관에서 作故작가 36명의 작품을 대상으로 실시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경매제가 매우 낯설었고 그런 만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모아 68점중 37점이 낙찰되었다. 경매 낙찰가는 시중가 보다 매우 낮아 미술품 구매자들로부터 경매제도가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이다. 신세계의 근대미술품경매는 80년, 81년까지 열리다가 중단되었는데, 그 이유는 저조한 낙찰율과 생존작가들의 경매출품 기피로 물량의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출품기피는 시중가보다 낙찰가가 낮은데서 나오는 불만 때문이었다. 또 경매의 필요성을 대중들에게 인식시키는데 실패했으며, 또한 낙찰자들에 대한 세무당국의 눈총으로 인해 참여자가 줄어들었다는 점도 원인이 되었다. 개인화랑으로서는 84년 송원화랑이 실시했으나 작품의 내용과 거래규모가 미미해 미술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이후 경매에 대한 시도는 인사동에서 장안평으로 옮겨간 고미술상들이 모여 개최한 ‘고미술교환경매전(84.6.16)이다. 회원제 출품으로 진행된 이 경매는 골동품에 대한 최초의 경매였다. 그러나 이 경매 역시 1회용 행사로 그쳐 더이상 지속 되지 못했다. 86년 하나로 미술관에서는 신인작가 위주로 작품을 직접받아 경매에 부치는 방식을 채택했다. 중견 대가급은 자기 작품의 가격하락이 두려워 경매에 올리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신인위주로 한 것이며, 경매형태도 서면 방식을 정하고 작가의 원매가를 서면으로 써낸 가격을 가지고 주최자가 거중중개해 낙찰 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이것은 유찰율을 될 수 있는한 줄이기 위한 장치였다. 소규모 화랑에서 신진작가의 작품을 가지고 진행되는 이 경매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온 것은 기존화랑 질서 밖의 화랑, 무명작가, 전문 컬렉터가 아닌 일반 시민들의 참여라는 삼박자의 조화때문으로 볼 수 있다.
미술시장의 개방과 함께 크리스티나 소더비의 국내진출이 본격화될 추세에 있으며, 이에 대응하여 국내 미술시장에서도 경매제의 확립의 필요성에 대한 견해가 점점 증가해 가고 있는 것이다.
3) 경매의 필요성과 문제점28)
경매를 통해서 누구나 쉽게 미술시장에 접근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미술시장의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따라서 경매제는 미술품의 거래를 양성화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작가와 구매자의 직접 거래를 통해서 당국의 불신과 의혹이 누적되어 온것이 사실이다. 공개적인 경매를 통해 미술품의 거래가 양성화 됨으로써 이러한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둘째로 미술품 가격의 객관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중요하다. 현재 크기별 가격산정이 갖는 문제점은 앞에서도 지적 했거니와 경매를 통해서 작품이 지닌 미적가치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작품가를 산정할 수 있게 되어 미술품가격의 공신력을 확보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경매제는 미술시장의 국제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국제적인 경매회사를 통해서 외국의 수준있는 작품이 소개될 수도 있으며, 국내의 작품이 외국에 소개될 기회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요소 못지 않게 경매제로 인한 문제점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순수한 예술적 가치와 상업적 가치의 결탁으로 인한 문제점과 기반이 취약한 국내 미술시장이 외국미술시장에 의해 타격을 받게 될 수도 있어 많은 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을 보다 나은 정책으로 보완해 나갈때 올바른 미술유통구조가 확립될 수 있다고 보인다.
4) 경매제 정착 방안
경매제의 필요성과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경매제가 국내에 정착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 대안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
우리나라에서 경매제도가 부진한 이유로는 우선 고객의 안목이 부족하여 작가와 작품, 그림값에 대해 제대로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 구입가격이 노출되는 상태에서의 공개구입을 꺼리는 심리와 함께 수수료에 부과되는 세금에 대한 부담이 경매를 쉽게 가까이 하지 못하게 여기는 이유가 되고 있다. 화랑에서 거래되는 그림값에는 전혀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데 반해 경매에서 거래되는 작품에는 세금이 부과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개선, 보완하는데서 경매제의 정착가능성을 찾을 수 있겠다. 먼저 경매제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거래의 양성화를 꾀해야 한다. 이 법에 기반하여 거래자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비밀을 보장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거래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경매가 가능하며 따라서 거래자의 신분보장이 경매제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경매제의 전문인력을 양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매담당자가 미술시장을 구성하는 주요한 기능으로 인식되어 이들을 교육하고 지원하며, 엄격한 심사에 의해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보다 전문적인 경매제도가 안정될 수 있다.
경매제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미술시장의 활성화에서 중요한 관건이 되는 부분이다. 즉 경매제의 대중화를 통해 일반 대중들이 미술시장에 좀더 근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5) 실시 방안
서구의 경매방식의 주종은 경매가를 내정해 놓고 자유경쟁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방식을 그대로 우리시장에 적용하는 데는 많은 문제가 따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경매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우리 실정에 맞는 구체적 방법이 개발되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하나로 미술관이 그간 실행했던 경매방식은 유용한 참고가 될 것이다. 이미 앞에서 말한 바와 중복되는 감이 없지 않으나 하나로미술관의 경매를 사례로 하여 경매제의 실시 방안을 제기하고자 한다.
우리 실정에 맞는 경매의 방법으로는 서면 입찰방식이나 경매주최자가 원매자, 구매자 사이에서 거중중개해서 낙찰가를 정하는 방식, 그리고 조각이나 공예품등 재료비와 노무비가 많이 투여되는 작품의 경우 일정 비율의 가격을 보장해 주는 방식이 있다. 또 가격이 들쭉날쭉 형성된 1차 미술시장의 가격을 감안, 경매낙찰가를 언제든지 보장해주면서 환불이 가능하게 하는 방식도 있다. 여기에 현재 화랑마다 들쭉날쭉한 작품가격과 작가가 가격을 정하는 관행을 감안해 경매에 올리는 작품을 질과 성격면에서 화랑가의 거래 품목과 차이를 두는 장치를 마련하여, 원로 중진등 인기작가들이 자기작품이 경매에 출품되는 것을 꺼리지 않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매제 정착을 위한 필요요건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29)
① 화랑과 경매의 위상이 구분되어 있는 외국시장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미술시장을 이끌어가는 주체는 화랑이며, 경매제 정착을 위해서도 화랑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 화랑이 경영마인드나 문화적 명분으로나 경매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화랑으로서는 경매제도가 화랑중심의 기존 유통체계(특히 가격)가 혼란을 격게됨을 예견하여 경매제에 대하여 부정적 인식을 갖게 마련이다. 그러나 장기적 안목으로 볼때, 경매를 통해 미술시장이 활성화 된다면 그것은 궁극적으로 화랑의 입지를 강화하게 될 것이다.
② 경매는 양질의 작품을 가장 비싸게 팔고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매매방식이다. 경매제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경매의 실재 매매자인 양질의 컬렉터가 많아야 한다. 이 문제는 구매자에 대한 세금추징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 바, 구매자의 신분 보호가 필수적이다.
③ 작가의 입장에서는 작품의 가격을 작가가 정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작품을 시장의 유통구조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품성과 상품성은 일치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도 깨달아야 한다.
④ 경매제와 더불어 점점 비대해지는 미술시장을 이끌어갈 전문 인력의 양성 또한 필수적인 일이다. 작품의 감정, 작품의 복원, 마케팅, 딜러, 경매 진행, 홍보등의 각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해야 하며, 이는 미술교육과 저널리즘, 미술이론 분야의 역할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경매의 실제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요구된다.
① 효율적이고 전문. 다양화 된 경매를 위해서 고미술, 외국미술, 국내청년작가, 판화등의 각 예술품의 장르를 분리하여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② 외국의 유수 경매회사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국내 사설 경매회사에 우선권을 주어 미술시장에 대한 보호 육성을 꾀해야 한다.
③ 합리적 가격결정을 위해서 막후담합조작, 부정거래등의 시비거리를 없애기 위해 엄격한 경매회사 설립기준을 두고 이들에 대한 정부의 감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5. 미술품 대중화를 위한 노력
현재 미술시장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해서 미술계에서 많은 노력이 행해 지고 있다. 특히 지난 봄 ‘한 집 한 그림 걸기’라는 기치를 내걸고 열린 <5월 미술축제>는 미술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새로운 유통체계와 가격 산정의 가능성 그리고 새로운 미술 문화 수요층의 개발 등 미술문화 대중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행사로 평가되고 있다. 미술의 대중화라는 취지로 100만원 이하의 소품을 중심으로 열렸던 전시회에 보여준 대중적 열기는 그간의 미술시장의 문제점과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가격이 작가의 명성이나 지위에 따라 지나치게 고가로 결정 되어, 일반대중에게 미술품은 고가의 사치품이나 투기의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 이 행사는 대중의 미술 시장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 미술품의 가격이 공개됨으로써 음성적 거래와 일방적 가격산정에 의해서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렸웠던 미술품의 가격을 공개하고 현실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의의이다. 또한 기존의 제한된 고객층에서 30-40대 중산층을 새로운 소장층으로 확보하게 됨으로써 장기적인 안목에서 소장층의 저변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미술의 대중화라는 현안의 과제를 어느 정도 가능성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가 관행적으로 지속됐을 때 오히려, 미술시장은 더욱 침체에 빠지게 된다는 우려의 소리 또한 높다. 또한 가격을 싸게 함으로써 대중을 끌어모으는 식의 행사는 진정한 미적 안목과 소양을 지닌 소장층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상업적 목적에서 기인한 가격 인하 만이 능사는 아니며, 오히려 수요자들의 문화적 안목을 길러주는 진정한 대중화의 노력이 요구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합리적 방식에 의한 가격결정과 유통질서의 개선으로 인한 실질적 가격인하와 화랑의 경영 합리화로 이끌어 가는 수 밖에 없다.
미술 대중화는 결국 소장층이 미술을 이해하고 향수 할 수 있는 미적 안목과 문화소양을 기를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일반 대중들이 참여 할 수 있는 미술행사를 기획하여, 어린이 프로그램을 곁들인다든지 평일의 관람시간을 연장함으로써 대중들이 미술관과 전시회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미술에 대한 정보를 대중들이 쉽게 얻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놓는 것이 필요하다. 미술작품에 대한 데이타베이스화, PC통신을 통해 미술관련 사항을 정보화 시키는 노력과 더불어 또한 시디롬이나 통신을 통해서 작품과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발이 요구된다. 미술시장의 개방만이 아니라 정보의 개방을 통해 각국의 미술정보가 통신망을 통해 안방에 전달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비한 국내 미술정보 채널을 확보하고 질적인 향상을 꾀하는 것이 미술계의 당면과제라 할 수 있다.
Ⅶ. 화랑의 역할을 중심으로 본 정책적 대안
이상에서 미술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해결책을 찾아 보았다. 본 장에서는 위에서 살펴본 해결책을 ‘미술시장의 유통구조를 활성화 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의 측면에서 요약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현재 침체국면에 빠진 미술시장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미술정책의 근본적 전환이 요구된다. 앞에서도 지적 했듯이 현재 미술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모든 문제에는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철학의 부재가 근저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제 우리나라는 향상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문화적 수준 확보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국면에 이르렀다. 따라서 국민 삶의 질적 향상이라는 차원에서 미술의 필요성에 대한 보다 근본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 미술정책의 수립이 요구된다.
미술분야를 활성화 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을 다음의 몇가지로 나누어 제시해 보기로 한다.
1. 과감한 예산의 투입이다
현재 미술분야에 대한 지원금은 홍보적 차원에 불과하여, 미술문화의 장기적 발전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정부차원의 과감한 예산의 편성과 지원은 미술시장을 활성화 하는데 근본적인 조건이 된다. 특히 97년 이후 외국화랑의 국내 진출이 가능하게 되며, 대규모의 자본을 앞세우고 진출한 외국화랑에 의해 국내 미술시장의 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규모로 운영되는 화랑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미술품 거래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제도적 방침이 요구된다. 최근 국내의 대기업 자본이 화랑으로 유입되어 화랑이 기업화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영세한 화랑이 받는 타격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므로 소규모 화랑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화랑협회 등 미술단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2. 창작에 대한 직, 간접적 지원
정부 차원에서 작가의 창작을 지원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유명화가 중심으로 미술품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관행은 신진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위축시며 미술시장을 답보적 상태에 머무르게 하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신진작가들의 창작욕을 고취하고 창작 여건을 확보하기 위해서 전속작가제도입이 필요하다. 전속작가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화랑의 재정능력확보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 화랑의 대다수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임을 볼 때, 앞에서도 말했지만 화랑에 대한 정부의 부양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즉 세제의 감면등의 혜택과 우수화랑제의 지정 등을 통한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그와 더불어 신진작가들이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도 형성해 주어야 한다.
또한 미술품에 대한 담보 융자및 보험제도 시행을 통해서 미술품의 유통구조에 대한 공신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미술품의 재산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한다. 미술품의 담보대출에 의하여 화랑은 전시사업을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되며, 그로 인해 각종 전시회가 활성화 되어 미술시장에 활력을 가져올 수 있다. 또 작가의 경우도 융자에 의하여 창작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제력을 보장 받을 수 있게 되며, 소장자들은 미술품을 동산으로서 재산가치로 활용하게 된다. 미술품의 융자와 담보, 그리고 보험제도는 창작에 대한 직, 간접적 지원이라는 차원과 맞물려 미술시장을 활성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기업의 문화적 투자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법제의 마련이 요구된다. 정부에서는 미술지원을 담당할 부서와 전문요원의 확보와 세제의 혜택등을 통해서 기업의 문화투자를 유도 해야한다. 현재 기업들의 미술품에 대한 투자는 문화적 의식에서 나온 것이라기 보다는 재산적 가치에 대한 투자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고, 기업이 화랑의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 대규모 자본을 앞세워 영세 화랑에게 타격을 주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3.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교육체계의 마련
화랑이 미술유통의 중추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화랑 관계자들의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 전문 경영인이 화랑의 운영에 참여 하여 경영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화랑의 영세성을 극복하고 화랑의 역할을 발전시키는 방안이 될 것이다. 또한 화랑의 경영과 큐레이터의 역할이 분리되어 미술품을 대중과 연결시키는 기능을 큐레이터가 담당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교육기관의 설립이 요구되는바, ‘미술행정원’의 설립을 통해서 미술부문의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미술 대학내에서도 미술행정을 담당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 없음을 감안 할 때, 정부에서 운영하는 기구를 설치함으로써 미술계에 종사하는 인력의 전문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각 부문의 전문화를 통해서만이 미술시장의 국제화라는 상황에서 한국미술계가 합리적이고 기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하에서 미술시장은 이제 작가와 소장자 그리고 매개자인 화랑의 기능만으로 설명될 수 없을 만큼 방대해지고 복잡해 졌다. 따라서 미술품은 하나의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유통구조에 편입된다. 따라서 큐레이터, 미술행정가, 미술평론가, 경매사등 미술품의 유통을 전담할 수 있는 세분화된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4. 국민의 인식전환을 위한 노력
현재 미술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미술시장이 특정계층에 한정된 폐쇄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술시장의 대중화가 현재 미술시장이 당면한 최대 현안임을 상기할 때, 미술시장에 대한 국민적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기능위주로 진행되는 현행 미술 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해야한다. 암기식 기능주의적 미술교육에서 벗어나 작품이 가진 미적 가치를 향수할 수 있는 미적 안목과 정서적 수준을 확보할 수 있는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미술을 비롯한 전 문화분야의 영역이 국제적으로 확대되어가는 현실에서 문화적인 정체성의 확보가 시급한 과제라 하겠다.
또한 전시시설의 확충과 다양한 기획전 등을 통해서 국민들의 미술품에 대한 거리를 좁혀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보화 사회에서 미술에 대한 정보를 대중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첨단 장비를 이용한 정보제공체계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5. 화랑-협회강화
화랑이 미술계에서 자기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그 역할의 고유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다양한 미술계의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서 화랑협회등 미술조직의 강화가 요구된다. 화랑협회등의 미술단체는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의 유지를 통해서 미술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한 파악과 문제점 개선, 신진작가의 발굴과 미술전문가의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의 설치문제등에 대한 미술계의 입장을 조직적으로 반영할 통로로서 기능해야 한다. 현재의 화랑협회는 일정한 구속력이 없는 화랑간의 연대에 그치고 있다. 이번 양도세 문제에서도 밝혀 졌듯이 미술계의 결집된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협회의 위상강화를 통해서 가능하다. 화랑협회의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화랑이 미술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보장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술계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사안이다. 정부에서 미술단체의 고유한 기능을 인정해 주고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6. 경매제도 - 국립경매원 설치
현재의 비합리적인 유통구조를 개선하여 공개화 된 유통구조를 확립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작품가의 객관성을 정착시키고 유통과정을 공개화 할 수 있는 ‘미술품 경매’ 제도를 빠른 시일 내에 실시 해야 할 것이다. 경매제에 대해서는 대다수 미술인들이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유통 구조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따르는 많은 혼란등을 우려해 시행되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따라서 정부에서 국립경매원을 설치하고 경매전문가를 양성하여, 합리적 객관적으로 경매가 실시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경매법의 제정이 시급히 요구된다. 특히 국내에 진출하게 된 외국의 유수 경매회사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국내 공적 경매회사에 우선권을 주어 미술시장에 대한 보호 육성을 꾀해야 한다. 또한 합리적 가격결정을 위해서 막후담합조작, 부정거래등의 시비거리를 없애기 위해서 엄격한 경매회사 설립기준을 두고 이들에 대한 정부의 감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Ⅷ. 맺음말
1995년은 문체부가 지정한 <미술의 해>였다. 국제화라는 피할 수 없는 한국미술시장의 당면과제에서 <미술의 해>를 빛나게 장식한 것은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관이 개관된 것이었고, 설치작품 <토우, 그 한국인의 정신>으로 전수천이 특별상을 받아 국제적 작가로 발돋음한 것과 국내 최초의 국제미술제인 제1회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한 설악, 제주, 부산 돛섬비엔날레등이 창설 운영되어 각 지역이 비엔날레붐을 이룬 것이다. 이러한 국제화의 큰 흐름도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여, 프랑스 아트페어(FIAC)에서는 1996년을 <한국의 해>로 지정하여 국제 시장에서 한국미술시장의 중요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술품 수입개방에 따른 외국미술품들이 국내 미술시장을 석권하여, 우리 작가의 창작의욕을 저하시키고 그들이 설자리를 잃게한다는 우려가 있으나, 국제화라는 큰 흐름은 한국 미술계에서 서서히 지각변동을 일으켜 국내 원로중심으로 돌아가는 화단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예술적으로 참신한 작품과 작가, 화랑등에 의한 미술계의 재편 조짐은 노쇠한 작가나 화랑등이 자연히 도태되는 현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이는 작품을 통해 한국미술시장의 활성화와 국제화를 꾀하겠다는 작가와 화상들의 도전이다.
특히 [가나아트]라는 미술잡지를 발간하면서 국제교류와 국제 활동에 앞서 있는 [가나 화랑]은 최근 파리에 지점을 개설하여, 미술품 수입개방에 따른 대비책을 세우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도전적 화랑이 미국, 프랑스, 일본등 국제 미술시장을 주름잡는 나라에 지점을 개설하여 국립경매원이나(예:프랑스 파리의 DROUOT국립경매원)이나 사설경매소(예:영국의 크리스티나 소더비 경매회사) 등에 적극 참가, 국제미술시장의 흐름을 파악하여 한국미술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선진국미술시장의 각축장이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더 나아가서 선진국미술시장의 작가평가에 따른 가격동향과 미술품 수요에 따른 거래명세에 신경을 써서 국제미술시장에서 ‘영원한 적자국’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랑 육성 정책이 필수적이며, 미술 시장 국제화에 대비한 중장기 정책의 기획이 요구된다. 이는 문화정책을 일회적 차원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문화철학적 차원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을 기초로 가능할 것이다.
참 고 문 헌
95미술의 해 조직위원회․미술정책 연구회, 「21세기 문화 발전을 위한 미술진흥제도 개선책 연구」, 공청회자료집, 1995.
「가나아트」, 90년 1, 2호 - 95년 9, 10호.
「월간미술」, 89. 10 - 95. 10호
최병식, 「현대미술의 정체성 연구」, 예서원, 1994.
「현대미술」, 90년 봄호.
* 소논문은 각주로 대신하고 잡지명만 밝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