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서문
周易주역, 한문 그대로 풀이하면 ‘두루 周주’에 ‘바꿀 易역’이다.
같은 말이라도 순서를 바꾸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되듯, ‘易역’은 단어와 의미를 뒤집어 세상 모든 것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주역’이라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막연히 ‘역술서인가?’ 하는 선입견과 무게감 때문에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책이다. 그러나 주역을 공부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미 우리의 정서와 실생활 속에 주역의 많은 내용이 깊숙이 녹아 있고, 실제로 활용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태극기만 보더라도, 그 네 귀퉁이에 위치한 卦괘는 모두 주역에서 온 것이다. 주역은 그만큼 우리 민족의 사유와 삶의 방식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주역을 하나하나 배워갈수록, 공자의 말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가 몇번이고 실감되었는데 그것은 어떤 카타르시스보다도 더 강한 ‘기쁨’이 샘 솟았다.
성경에서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복음 8:32)고 말씀한다. 참된 지혜와 깨달음이 주는 자유는 마치 산 정상에 올랐을 때의 상쾌한 바람처럼 느껴진다.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시야가 시원하게 트이는 그 순간처럼, 마음의 상방이 열리며 진정한 자유를 체험하게 된다.
예술이란 본디 아름다움이고, 아름다움은 곧 기쁨이다. 그리고 그 기쁨을 맛보았다면, 누구나 타인과 나누고 싶어지는 법이다. 나는 예술가도 아니고 작가도 아니지만, 오직 이 기쁨 하나로 주역을 나누고자 한다.
주역은 처음에 8괘로 시작한다.
하늘, 땅, 우레, 바람, 물, 불, 산, 연못
이 여덟 개의 상징은 각각 세 개의 爻효로 구성되며, 효는 다시 음과 양으로 나뉜다. 여덟 개의 괘는 두 개씩 쌓아 총 64개의 괘로 확장된다.
주역의 모든 괘에는 卦辭괘사, 彖辭단사, 象辭상사, 爻辭효사가 붙어있다.
역사적으로 주역은 다음과 같은 흐름을 거쳐 정립되었는데
먼저 기원전 3000년경, 三皇삼황 중 하나로 전해지는 “伏羲氏복희씨”가 하늘과 땅의 이치를 관찰하여 八卦8괘를 창안하였다.
그로부터 약 2천 년 후인 기원전 1100년경, “文王문왕”이 이 8괘를 바탕으로 괘를 두 겹으로 쌓아 총 六十四卦64괘를 만들고, 각 괘의 의미를 풀이한 “卦辭괘사”를 완성하였다.
이어서 문왕의 아들인 “周公주공”이 각 괘를 구성하는 여섯 개의 爻효, 총 384개의 효에 대한 해석인 “爻辭효사”를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기원전 500년경, “孔子공자”와 그의 제자들, 그리고 후대의 “朱子주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학자들이 주역에 “彖辭단사”와 “象辭상사”를 보완하며, 주역은 단순한 점술서가 아닌 철학적·윤리적 의미를 담은 四書사서 중 하나로 완성되어 갔다.
이 구조를 보면, 마치 성경과도 비슷하다.
구약은 기원전 1200년경, 신약은 기원후 100년경에 쓰였다. 주역 역시 구약 시기에 괘사와 효사가 쓰였고, 신약보다 앞선 시기에 단사와 상사가 추가되어 완성된 것이다.
하지만 성경과 주역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성경은 길고 상세하게 말하는 반면, 주역은 짧고 간결하다.
주역의 괘 이름은 대부분 한 글자, 길어도 두 글자 정도이다.
서양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수천 번 반복하지만, 동양에서는 “사랑” 한마디로 모든 것을 말한다. 심지어 아무 말 없이 사랑을 전한다.
주역의 한 글자를 해석하면 열 페이지, 백 페이지가 되기도 한다.
줄이면 한 글자요, 더 줄이면 無무 글자가 되어 ‘不立文字불입문자’가 되고, ‘以心傳心이심전심’이 된다.
즉 사랑이란 문자로 표현되는 게 아니며 이심전심으로 아는 것이다.
사랑을 길게 말하면 성경이요, 줄이면 주역이다. 이제 나는 그 줄여진 사랑의 64가지 형상, 64면체의 사랑 안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