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의 기술 경쟁력은 하늘에서 떨어지나? - '저탄소차 협력금제' 내년 시행 무산 위기

[에너지전환]

정부에서 내년에 실시하려고 하는 ‘저탄소차 협력금제’가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차량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부담금을 물릴 예정이다.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km당 90g이하인 모닝LPG(수동) 같은 차는 100만원, 90초과~110g이하인 모닝스파크프라이드(수동)는 5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므로 소비자는 그만큼 싸게 살 수 있다. 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45초과~160g이하인 그랜저2.4 같은 차는 70만원, 190초과~205g이하인 체어맨2.8 같은 차는 300만원의 부담금을 물어야 하므로 차량 가격이 그만큼 비싸진다.

그런데 수 차례 고비를 넘기며 마련한 이 절충안에 대해 자동차업계를 비롯한 재계가 또다시 강력하게 반발하자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재계 편을 들고 나서 시행 자체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든 형국이다. 주무부서인 환경부가 힘센 부서인 기재부와 산자부의 반대를 넘어설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수송 부문은 14%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에 이르는데 이 중 자동차가 4분의 3을 배출한다. 이에 따라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유럽은 유럽연합 차원에서 자동차의 탄소 배출을 규제한다. 2012년부터 차량 자체 130g/km, 타이어나 연비효율적 에어컨 등을 통해 10g/km 총 120g/km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하였다. 2015년에는 전체 신규 승용차량이 이 기준을 충족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2007년 12월부터 ‘생태적 보너스’ 제도를 실시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 130g/km 이하의 차에는 녹색 보너스로 200~5천 유로를 지원하고, 161g/km 이상의 차에는 200~2,600 유로의 생태적 벌금을 매기고 있다. 그 외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등 여러 나라가 이와 유사한 가격 차별 제도나 세제 지원을 통해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올 초 유럽의회는 강화된 기준을 통과시켰다. 2020년까지 신형 승용차의 탄소 배출 기준을 95g/km로 제한하기로 한 것. 이 기준을 맞추려면 가솔린 차량은 리터 당 24.39km, 디젤차량은 리터 당 27.77km의 연비효율을 보여야 한다. 한편 대형차가 많은 독일 자동차업계를 위해 슈퍼크레딧 제도가 일시적으로 운영되는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0g/km 미만인 자동차의 판매량만큼 대형차의 생산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미국과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연비 효율 제고와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통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노력은 정부의 환경 규제와 함께 움직였다. 대형차 천국인 미국은 현재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목표를 평균 70~80g/km로 잡고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자동차 업계는 해외시장에서 딸리는 기술력을 가격경쟁력으로 보완해왔다. 그 결과 해외에서의 낮은 수익은 국내에서 높은 수익으로 메워 왔다. 최근 자동차 업계는 한국차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선전해왔다. 진실로 그러기를 바라며 그렇다면 더더구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미국과 일본, 유럽 시장에서 한국차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촉구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핑계로 기술 개발을 게을리 하여 해외 시장에서는 벌금이나 물고, 낮아지는 수익율은 국내 소비자의 부담으로 벌충하려는 이제까지의 습성을 마감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