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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 그리스와 로마시대는 이상적인 문화를 대표하는 것으로 일컬어지곤 한다. 그러나 이 시대를 이상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그저 후대인들의 관념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귀족과 평민의 엄격한 계급과 노예가 공존하던 시대였기에, 단지 지배계급에게만 이상적인 사회였다는 것이 그 주장의 요체이다. 특히 로마시대는 영토 확장을 위한 전쟁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흔히 로마의 평화시대로 일컬어지는 ‘팍스 로마나(Pax Romana)’도 잠시 전쟁이 그쳤던 시기를 미화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서양의 고대를 이상적으로 보고자 했던 이들의 착시에 불과하다는 냉정한 진단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천의 얼굴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부제의 이 책은 로마시대의 황제들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뛰어난 영웅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몇몇 로마 황제들의생애를 소개하고, 아울러 당시 황제의 재위에 있던 그들 대부분은 권력을 차지하고 그것을 즐기기 위한 인간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식에게 세습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로 로마 황제는 귀족 가문 가운데 강력한 무력을 지닌 이들로부터 배출되었다고 한다. 때로는 황제의 재위를 차지하기 위해 권모술수가 판치고, 강력한 권력에 의해 선출되어 허수아비 노릇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로마 황제들의 다양한 면모를 진술하게 밝히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목차를 통해서 보건대, 저자는 로마시대를 크게 4개의 단계로 구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첫 번째 ‘신화로 남은 로마의 황제들’에서는 흔히 서양의 역사와 문화에서 거론되는 로마 황제들의 면면을 소개하고 있다. 마리우스와 실라‘처럼 폭군으로 분류되는 이들도 있지만, 키케로와 폼페이우스 그리고 카이사르 등 익숙한 이름의 인물들의 삶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안토니우스와클레오파트라‘는 모두 3개의 항목으로 소개하면서,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이들의 정략결혼에 얽힌 사연과 그 내막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희망의 황제들, 절망의 황제들’은 이후 로마의 황금기를 이끌면서 성군 혹은 폭군으로 이름을 남겼던 이들의 행적이 간략하게 소개되고 있다. 또한 ‘로마를 위한 황제, 황제를 위한 로마’라는 세 번째 항목에서는 황제의 역할이 어떻게 시대를 규정할 수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적시하고 있다. 대체로 로마시대의 역사적 흐름에 따라 황제들의 역할도 규정할 수 있다고 이해되는데, 마지막 시대는 ‘혼돈을 만든 황제, 세계를 만든 황제’라는 제목으로 로마시대의 명암에 대해 그 특징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황제’로 평가되는 콘스탄티누스는 기독교를 최초로 인정한 황제였고, 이 책의 내용은 그의 행적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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