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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교사로서 30년 동안 재직하다 퇴직을 했던 시인이 모처럼 고향에서 ‘산책가’로 지내면서 썼던 시들을 엮은 시집이라고 한다. 시인은 은퇴 이후 많아진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여름 내내 새벽같이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덕진연못으로 달려’가곤 했다고 한다. 시인은 그곳에 연꽃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연못에서 꽃들이 피고 지는 것을 바라보며 때로는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연꽃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시를 한 편씩 썼’으며, ‘그렇게 여섯 번의 여름’을 보내면서 지은 시들 중에 가려 뽑아 엮은 것이 바로 이 시집이었던 것이다.
매일 아침마다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서는 시인의 모습이 절로 그려지기도 했다. 시집을 낸 이후에도 이러한 일상이 계속되었을 것이라 짐작하면서, 은퇴 이후 자칫 무료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들을 무언가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던 그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했다. 어쩌면 그리 멀지 않은 나의 미래를 그려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집의 앞부분과 뒷부분에는 시인이 찍은 사진들과 함께 ‘시인의 말’ 그리고 사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첨부되어 있다. 이를 통해 연꽃 혹은 무언가에 집중하기 위한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했다.
비 오신다고 안 갈 수가 없어
우산 쓰고 아침 연꽃 보러 가네
내일도 연꽃이 필 거라고
하루라도 걸러야 더 그립지 않겠냐고
작년에 핀 자리 올해도 피었으니
그 꽃이 그 꽃 아니냐고
어르고 달래고 일러줘도
내가 내 말 듣지 않네
머리는 끄덕여도 가슴이 아니라네
(<가슴에 핀 꽃> 전문)
이 작품에서 시인은 비가 와도 연꽃을 보러가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모든 꽃들이 비슷해 보일지라도, 자세히 보면 ‘꽃이 한 사나흘 피다 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또 다른 작품에서 덧붙이고 있다. 그리하여 시인이 발견한 것은 ‘연꽃 밭에는 / 목숨을 건 꽃들이 많다’는 사실이었으리라. 작년 여름 무더위가 한창일 무렵, 전주의 덕진공원을 찾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접했던 것은 비록 연꽃이 다 지고 만 풍경이었지만, 이 시집을 읽으면서 연꽃이 만발한 풍경을 떠올려볼 수 있었다. 비로소 시집을 읽으면서, 그렇게 꽃이 피고 지는 것도 결국 ‘서성일 시간이 필요함’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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