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 최민식, 한양출판, 1999.
지금은 고인이 된 사진작가 최민식의 작품 사진과 함께 에세이를 엮어낸 ‘사진산문집’이다. 평생 서민들의 얼굴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저자는 ‘인간의 진실을 어떻게 표상화하고 예술화하는가를 생의 보람’으로 여겼다고 한다. 따라서 엄혹한 독재정권 시절에는 일반 서민들의 일상을 포착하는 작업과 함께 민주화의 현장에서 역사를 오롯히 담아내는 일에 전념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오랫동안 사진 창작을 통해 체험한 느낌’으로 글을 썼고, 사진작가로서 자신의 철학을 담아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난하고 힘들었던 자신의 삶을 회고하면서, 옷차림에 신경을 쓰지 않고 사진을 찍으러 다니던 시절에 숱하게 ‘간첩’으로 신고를 당했던 일화를 털어놓기도 한다. 민주화의 현장을 누비면서 독재정권으로부터 감시를 받았기에, 해외에서 진행되었던 개인 초청전에도 참석하지 못했던 사건도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저자는 가난이 싫어 초등학교(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가출한 후 공장 생활과 지게꾼을 비롯하여, 먹고살기 위해 온갖 일을 겪어야 했던 시절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렇게 거리를 전전한 끝에 일본에 밀항을 하여 동경 중앙미술학원 야간부에서 공부’를 했고, 헌책방에서 우연히 마주친 스타이켄 편집의 <인간 가족>이라는 사진집을 보고사진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일본 유학 시절 ‘인간을 주제로 서민들의 생활 주변에서 삶의 진실과 허식 없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포착하려고 노력’했으며, 이러한 철학이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그대로 이어졌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의 삶과 철학을 토로하는 에세이와 함께 책의 곳곳에는 흑백의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다. 거리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서민들의 모습 특히 그들의 얼굴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떠한 기교보다 진실한 삶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저자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진을 통해 사람을 읽는다’고 고백하는 저자의 철학이야말로 올곧은 작가로서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나는 그 장소에 있었다’라고 자부할 수 있는 작가의 진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전체 3부로 구분하여 저자의 삶과 경력 그리고 사진작가로서의 철학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는 에세이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저자는 사진작가로서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면서, ‘인물 사진에서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진실과 신뢰의 표시’임을 강조한다. 더욱이 ‘눈은 영혼과 정신적 깊이를 보여주는 창’이기에, ‘인물 사진의 촬영에서는 비연출로서 속사에 의한 순간 포착만이 진실하고 생명력 있는 사진을 창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저자의 철학은 책에 수록된 작품을 통해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고 하겠다. 마지막 4부에서는 ‘작가가 뽑은 작품 47점과 부치는 글’을 수록하여, 자신이 찍은 사진 작품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인물 특히 서민들의 얼굴 위주로 찍은 저자의 작품도 훌륭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저자의 글 또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