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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대학입시의 결과로 평가되고 있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학생과 교사들의 역할을 제한적으로 만들게 된다. 대학입시 철이면 많은 학교들이 소속 학생들의 대학 진학에 관한 현수막을 내걸고, 또한 사회적으로 그 결과를 학교의 ‘수준’으로 자리매김하는 현상이 벌어지곤 한다. 그 결과를 중시하는교육 현실로 인해, 학교 현장은 오히려 더 삭막해지고 있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바로 이러한 현실에서 특정인에 대한 ‘왕따’ 현상이나 공공연한 ‘학교 폭력’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하겠다. 오랫 동안 곪은 문제들이 비로소 터져 문제가 되면, 그와 관련된 회의를 열어 이른바 ‘가해자’에 대한 조치를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학교 현장에서 ’학교 폭력‘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현장 교사들이 가장 잘 인지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지만, 기관이나 제도가 아닌 개인이 이에 대처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리하여 뜻있는 교사들이 모여 ’따돌림사회연구모임‘을 결성하고, 자신들이 보고 겪은 문제들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구성원들이 학교 현장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례들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꾸준히 연구 결과를 책으로 엮어내고 있는데, 이 책은 전체 3권으로 구성된 시리즈의 마지막 결과물이다. 적어도 이 모임의 구성원들은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책의 ‘여는 글’에서 필자들은 ‘우리가 폭력을 깊이 공부하는 이유는 폭력에 대해 이해하고 각성할수록 평화를 얻는 길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하여 그에 적합한 소설을 선정하여, 작품 속에 나타난 ‘다양한 폭력의 양상을 보며 그 안에서 선악을 옳게 분별하고 선악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그렇게 선정된 소설 들은 다시 국내편 4작품과 국외편 7편으로 구분하여 수록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당연시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군가는 기득권을 누리게 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당당한 주체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약자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대우와 차별은 때로는 제도나 문화를 통해서 가중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하겠다. 학교 현장에서 이러한 교육이 성과로 이어져, ‘더 많은 학교에서 학교 폭력 예방과 평화역량 키우기의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하는 저자들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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