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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에 살고 있기에, 우리의 삶은 바다와 적지 않은 관련을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비행기가 교통수단으로 활용되기 이전에는 뭍을 떠나기 위해서 반드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야만 했다. 그래서 누군가에겐 외항선에 근무하는 선원들이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자신도 마도로스가 되어 세계를 누비고자 하는 꿈을 꾸기도 했던 것이다. 물론 농업을 주된 산업으로 영위하던 시절, 바다는 물고기를 잡는 어부나 바닷가 어촌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익숙한 공간이었을 뿐이다. 그들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기도 했지만, 또한 기상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바다의 모습이 거센 파도를 동반할 때는 공포의 상징으로 다가오기도 했을 것이다.
문학에 나타난 ‘바다 이미지’를 소개하는 이 책에서는 매우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다. 대학에서 해양 관련 학과를 졸업한 후 해상 교통 관제사로 일했던 저자에게 바다가 남들보다 특별하게 다가왔을 것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저자는 이 책의 성격을 ‘바다에서 살아왔으나바다를 외면해왔던 글쓴이의 반성문’이라고 규정한다. 그리하여 ‘늦깎이로 독서에 몰두하면서 접했던 문학작품 속에서 바다를 캐낸 기록’이자, ‘바다가 내게 다가오는 대로 그때 그때 글을 써서 모’은 결과물이라고 소개한다. 책의 목차에 해당 항목에서 다뤘던 작품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목록이 한국의 작품 뿐만 아니라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 책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저자 스스로도 ‘이 책은 친절하지 않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것은 다양한 문학작품의 ‘이야기’가 아닌 ‘이미지’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작품의 내용을 잘 알지 못할 때는 그저 저자가 제시한 이미지만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하겠다. 물론 대부분 작품들에 대한 소개도 그저 저자의 이미지로 대신하고 있기에, 내가 알고 있는 작품의 ‘이야기’와는 결이 다르게 다가왔음은 물론이다. 아마도 오랫동안 바다를 접하고 살아왔던 저자와는 달리, 일반 사람들에게 바다가 그리 친숙한 공간으로 다가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야기’가 아닌 ‘이미지’만으로 소개하는 이 책의 내용을 일반 독자들로서는 온전히 이해하면서 읽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저자는 ‘독자가 여기 소개하는 문학작품들을 이미 읽었다는 전제 하에 이 글을 썼다’고 밝히면서, ‘아직 읽지 않은 독자라면 이 글을 한 흐름으로 읽고 나서 해당 작품을 찾아서 직접 읽어’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책에서 소개된 작품들을 읽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쉽게 다가오지 않는 내용들로 인해 나로서는 도저히 ‘한 흐름’으로 읽을 수조차 없었음을 굳이 밝혀둔다. 더욱이 목차에 제시된 방대한 작품의 목록들을 접하면서, 나중에라도 소개된 책들을 다 읽어보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책을 읽으면서, 그저 바다에 대한 저자의 관심을 확인한 것에 만족할 따름이다. 다만 다음에는 이러한 방대한 독서 목록을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이미지’가 아닌 ‘이야기’에도 초점을 맞춘 내용이 출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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