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 2장 자기 복제자

[쿨맘]

안정을 위하여

태초엔 단순함만이 존재. 그 단순한 세계도 어떻게 시작 됐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다윈의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학설이 납득할만한 건 어떻게 단순한 것이 복잡한 것으로 변할 수 있는지, 무질서한 원자가 복잡한 패턴으로 모여 인간을 만들어내기에 이를 수 있는지 보여 주기 때문.

다윈은 인간의 존재에 관한 심원한 문제의 해답을 제공해 준다. 그것은 지금까지 제기된 해답 중 유일하게 그럴듯하다.

지금부터는 이 위대한 학설에 대해 종래보다 더 일반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진화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시작해보자.

안정한 것

다윈의 '최적자 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은 실제로 '안정자 생존'survival of the stable이라는 말보다 더 일반적인 법칙의 특수한 예다. 세상은 안정한 것들로 가득차 있다. 그것은 마테호른처럼 이름 붙이기 충분할만큼 오래 지속되는 고유한 집단이거나 빗방울처럼 하나하나는 금세 사라질지라도 집합적인 이름 붙일 수 있을만큼 많이 존재하는 어떤 집단 일 수도 있다. 

바위, 은하, 파도,구형의 성질이 되는 비누거품, 물의 안정한 표면, 소금의 결정, 태양의 헬륨 등.

안정한 것:지속적으로 존재하거나 그 존재가 흔한 원자의 집단.

원자의 분자

혈액의 헤모글로빈은 전형적인 단백질 분자. 그건 아미노산이라는 더 작은 분자의 사슬로 돼있으며 각 아미노산에는 정해진 패턴으로 배열된 수십개의 원자가 담겨있다.

빽빽한 가시나무 덤불같은 헤모글로빈 분자 모형은 하나도 삐져나온것 없이 일정하고 변함없는 구조.

우리 체내 헤모글로빈 가시덤불은 매초 4곱하기10의 14성개의 헤모글로빈 분자가 '선호하는' 형태로 만들어지고, 같은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헤모글로빈은 오늘날 볼 수 있는 분자고, 이를 이용해 원자가 안정한 패턴으로 되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지구에 생물이 생기기 이전에 일반적인 물리화학적 과정에 의해 분자의 초보적인 진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 디자인을 누가 했다거나, 목적이 있다거나, 방향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에너지를 가진 한 무리의 원자가 안정한 패턴을 갖게되면, 그 원자들은 그대로 머물러 있으려 할 것이다.

최초의 자연 선택은 단순히 안정한 것을 선택하고 불안정한 것을 배제하는 것이었다. 이에 관해서는 전혀 신비로울 것이 없다. 

그것은 정의대로 당연히 그렇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인간과 같은 복잡한 존재를 완전히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알맞은 수의 원자에 약간의 외부 에너지를 더해 그것들이 바른 패턴이 될때까지 흔든다고 아담이 뿅 하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님.

수십개 원자로 구성된 분자라면 이같은 방법으로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인간은 10의 27성 개 이상 원자로 구성돼 있다.

인간을 만들려면 우주의 전 역사가 마치 한 순간처럼 생각될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생화학적 칵테일 셰이커를 흔들어야 하지만 그러더라도 성공하지 못할 것. 

이쯤 되면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다윈 이론이 우리를 구조할 것이다. 분자 형성의 느린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끝날 무렵부터 다윈의 이론이 접수.

생명의 기원과 자기 복제자

생명의 기원은 본 사람이 없기에 추측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화학자들은 초기 지구의 화학적 상태를 재현하려 많은 시도를 했다. 물, 이산화탄소, 메탄, 암모니아 등 가능성 있는 단순물질들을 플라스크에 넣고 자외선이나 전기방전(원시시대 번개를 인공적으로 모방한 것) 등 에너지 가한 뒤 2,3주 지나면 플라스크에 처음 넣었던 분자보다 복잡한 분자들이 다량 포함된 액체서 아미노산 발견, 이는 생물체 구성의 대표물질 두가지 중 하나인 단백질 구성요소라는 것.

이와 비슷한 과정이 생물학자나 화학자가 30~40억년전 해양 구성했다는 '원시 스프 primev soup'다.

이들 유기물은 해안 부근 말라붙은 물거품이나 떠 있는 작은 물방울 속에 국지적으로 농축되었을 것인데, 그들은 다시 태양의 자외선 같은 에너지 영향으로 더 큰 분자가 되었을 것이라는 것. 오늘 날엔 거대 유기물 분자가 만들어지자마자 박테리아나 기타 생물에 흡수 분해되기 때문에 눈에 띌 정도로 오래 존재하지 않음. 당시에는 박테리아나 여러 생물이 아직 생겨나지 않았기 때문. 

거대 유기물 분자는 점점 더 진해지는 수프 속을 아무 방해받지 않고 표류했을 것이다.

자기 복제자

어느 시점에 주목할만한 분자가 우연히 생겨났다. 이들을 자기 복제자라고 부르기로 하자. 

자기 복제자는 크지도 복잡하지도 않을 수 있으나 스스로 복제물을 만드는 놀라운 특성을 지녔다.

그 탄생은 우연히 발생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확실히. 그것은 매우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어날 성싶은 일과 일어날 성싶지 않은 것을 판단할 때 수억년이라는 세월은 우리에게 낯선 시간이다.

만약 1억년 동안 매주 축구경기 내기를 하면 분명히 여러 차례 횡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스스로 복제하는 분자는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건 아니다. 그것은 단 한 번만 생기면 충분하다. 

자기 복제자가 담긴 수프에 떠있는 구성요소들이 같은 종류에 친화성 갖고 들러붙으려 하고, 이렇게 들러붙은 구성요소는 자동적으로 자기 복제자 내 구성요소들과 같은 식으로 배열되고, 안정한 사슬을 만들고, 이 과정이 순서에 따라 반복돼 그 산물이 층층이 쌓이는 데 이것이 결정체 만들어지는  방법.

한편 두 가닥의 사슬이 세로로 쪼개질 수도 있는데, 그러면 2개의 자기 복제자가 되어 그 각각이 다시 복제를 계속할 수 있다.

더 복잡하게 생각해보면 각 구성요소가 동종 아닌 특정한 다른 종류와 상호친화성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복제의 오류

이렇게 해서 똑 같은 사본이 많이 만들어진 시점까지 왔다. 그러나 이 복제과정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류 생기기 마련. 

그러나 생물학적 자기 복제자의 복제 오류는 진정한 의미의 개량으로 이어지며, 몇몇 오류의 발생은 생명진화가 진행되늦 데에 필수적. 최초의 자기 복제자가 얼마나 정확하게 사본을 만들어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들 자손인 현재의 DNA 분자는 인간의 정확한 복사기술에 견줘 봐도 놀랄만큼 정확하지만, 그 DNA 분자도 때로 오류 일으킨다. 그리고, 결국 진화를 가능케 하는 것은 이와같은 오류다. 아마 최초의 자기 복제자는 더 많은 오류를 저질렀을 것이다.

어쨌든 오류는 생겨났고, 이 같은 오류들이 누적돼 왔다는 건 확실하다.

다산성과 정확성

어떤 자기 복제자가 개체군 내에서 퍼져 나가는데 중요한 특성은 바로 복제의 속도, 즉 '다산성'이었다.

만약 A형 자기 복제 분자가 평균 주 1회 속도로 자기 사본을 만드는 한편, B형 자기 복제 분자는 1시간에 1회씩 사본 만든다면 A형 분자가 B형 분자보다 훨씬 장수한다 할지라도 A형 분자는 수적으로 많이 뒤떨어지고 말 것.

따라서 수프 속 분자들이 더 높은 '다산성'을 갖는 '진화적인 경향'이 존재했을 것이다.

선택에서 살아남은 자기 복제자의 세번 째 특징은 복사의 정확성이다. (자기 복제자 특징 1오류 2다산성 3정확성)

진화에 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독자는 마지막 설명에 약간 역설적이라고 느낄것이다.

복제의 오류가 진화에 필요한 선제조건이라는 설과 자연 선택이 정확한 복제를 선호할 것이라는 설은 양립 가능한가?

우리 자신이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우리는 진화를 막연히 '좋은 것'이라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 진화를 '바라는'것은 없다는 것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진화란 자기 복제자(그리고 오늘날의 유전자)가 아무리 막으려고 갖은 노력을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일.

쟈크 모노는 이 점을 지적해 비꼬아 말하기를 "진화론에서 또 하나 신기한 점은 누구나 그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다시 원시 수프로 돌아가 보자.

수프는 여러 종류의 안정한 분자, 즉 오랜 시간 존속하거나 복제 속도가 빠르거나 복제 정확도가 높은 안정한 분자들로 가득차게 됐을 것. 이들 세 종류의 안정성 향한 진화적 경향이 있다는 것은 다음의 의미를 지닌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수프에서 두 샘플 취할 경우, 두 번째 샘플에서는 수명, 다산성, 복제의 정확도 면에서 우수한 분자들이 더 많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이것이 본질적으로 생물학자가 말하는 생물의 진화며, 그 매커니즘도 바로 자연 선택이다.

그러면 최초의 자기 복제자 분자가 '살아 있다'라고 말해야 하는가?

아무려면 어떤가.

위대한 인물이 다윈이든 뉴턴이든 본질적인 결론엔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생애와 업적에 아무 변화가 없는 것이니. 

마찬가지로 초기의 자기 복제자를 '살아 있다'고 하든 하지 않든 그들은 생명의 조상이며, 우리의 선조였다.

생존 경쟁

그 다음 중요한 요소는 다윈 자신이 강조한 경쟁이다.  

원시 수프가 무한히 많은 자기 복제자 분자를 담고 있기는 불가능했다.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자기 복제자의 여러 가지 변종들 내지는 계통들이 경쟁했을 것. 자기 복제자는 자신이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그 때문에 고민하지도 않았다.

이 경쟁은 아무런 악의도 감정도 없이 행해진 것. 그러나 그들은 분명히 경쟁하고 있었다. 이런 개량과정은 누적된다.

자기 복제자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존재하기 위해 자신을 담을 그릇, 운반기까지 만들기 시작. 살아남은 자기 복제자는 자기가 들어앉을 수 있는 생존 기계를 스스로 축조한 것이다.

더 우수하고 효과적인 생존 기계 갖춘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자 이같은 환경 속에서 생존 기계는 더 커지고 더 정교해졌으며 이 과정은 누적되고 계속 진행됐다.

오늘날의 자기 복제자

자기 복제자가 이 세상에서 자신을 유지해 가는데 사용한 기술이나 책략이 점차 개량되는데에 끝이 있었을까?

개량을 위한 시간은 충분했을 것이다. 장구한 세월은 도대체 어떤 기괴한 자기 보존 기관을 만들어 냈을까?

40억년이란 세월 속에서 고대 자기 복제자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절멸하지 않았다. 그들은 생존 기술 명수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지금 바닷속을 떠다니는 자기 복제자를 찾는 것은 부질 없는 일, 그들은 먼 옛날에 자유를 포기하고 말았기 때문.

그들은 당신 안에도 내 안에도 있다.

그들은 우리 몸과 마음을 창조했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론적 근거다.

자기 복제자는 기나긴 길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이제 그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며, 우리는 그들의 생존 기계다.

[연필심]

예술가는 자신의 유전자를 예술작품에 복제하는 존재. 예술작품이 훌륭한 생존기계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뇌하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쿨맘]

근래 오랜 친구들 커뮤니티에 일어난 불협화음 보며 흐음, 했어욤.
안정한 걸 선택하고 불안정한 것 배제하는 게 자연 선택이었구먼. 끄덕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