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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東煥)이 초등학교 때 쓴 글
욕심
어머니께 귀여움 받는 아기를 보고
나도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 마음대로 하는 어른들을 보고
나도 얼른 커서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친구들과 즐겁게 뛰놀 땐
지금 이대로가 제일 좋습니다. (6학년)
시이튼 동물기를 읽고
-카람포 제왕을 추모하며-
카람포 평원에 제왕으로 군림한 한 마리의 잿빛 늑대가 있었지.
악명 높던 로보에게는 독약도 덫도 모두 통하지 않았지.
참다 못한 사람들이 로보가 사랑하는 아내
흰빛 부랑카를 잡아서 죽여 버렸지.
그러자 그렇게 악명 높고 교활하던 그도
아내 부랑카의 죽음 앞에선 눈물을 흘리고 말았지.
포악하고 교활하던 로보의 가슴 어디에
그처럼 따뜻한 사랑의 피가 흐르고 있었을까?
그가 아무리 교활하다 하더라도
결국은 한 마리의 늑대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사람들은 알고 있었던 것일까?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가을이 되면 잎이 지듯이
한 때 카람포 평원의 왕자로 양과 소들을 잡아 먹던
그도 결국엔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고 말았으니……
짧은 일생을 불행하게 살다간 로보여,
부디 이 세상 저편에선 포악하고 교활한 탈을 벗고
아내 부랑카와 함께 편히 잠들어라. (6학년)
아 침-1
새벽 6시. 여느 때처럼 책상 위에 있는 탁상 시계에서는 '엘리제를 위하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눈을 뜨기가 무섭게 이불을 개고, 세수를 했다. '오늘은 내가 1등 이겠지……' 나의 가슴은 설레기 시작했다. 아침밥도 먹는 둥 마는 둥 몇 숟갈만 목구멍으로 넘겼다. 시간표를 챙겨 가지고 무엇에 쫓기기라도 하듯 집을 나섰다. 해님도 방긋 기지개를 켠 후였고, 거리는 매우 한산했다. 나의 걸음은 무척 빨랐다. 학교로 뛰다시피 해서 3분만에 교문에 닿았다. 6시 30분이라면 지각은커녕, 너무 학교에 일찍 나온 것이다. 내가 이렇게 서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교실에 1등으로 '골인'하기 위해서. 우리 반 아이들 사이에서는 언제부터인지 까닭 모를 경쟁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교실에 들어와서 자습을 1등으로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자연 아이들의 등교시간도 빨라질 수 밖에 없다. 나는 1등이라는 자신이 생겼다. 교무실에 열쇠를 찾으러 갔다가 어젯밤 숙직하신 서무실 아저씨를 만났다. "오, 일찍 오는구나! 무슨 일이라도 있니?" "아무 것도 아니예요." 나는 아저씨의 물음에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6학년 5반 열쇠는 눈을 닦고 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차! 나보다 더 일찍 온 아이가 있었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기분, 크게 패배한 기분이었다. 나는 교실로 뛰어 올라갔다. 누가 나보다 더 일찍 와서 자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동환이, 오늘은 무척 일찍 오는구나!"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교실에 맨 먼저 들어온 사람은 바로 선생님이셨던 것이다. 나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다른 아이인 줄 알았는데……. 그러나, 나는 결코 1등이 아니었다. 1등은 바로 선생님이셨던 것이다. 나는 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내일은 선생님도 이기고 말 거라고. (6학년, 소년한국일보 문예상)
정직과 자율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
나는 6학년이 되기까지 모두 여섯 분의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치심을 받아오고 있다. 아무 것도 모르던 내가 이만큼이라도 알고 깨닫게 된 것은 오로지 이 여섯 분 선생님께서 정성으로 많은 가르치심을 주신 덕분이라 생각한다. 이 여섯 분 선생님 모두가 내게 양으로 음으로 많은 가르치심과 교훈을 주셨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아 있는 선생님은 2학년 때의 담임이셨던 김석년선생님 이시다. 선생님께서는 한 마디로 조용하고 바르게만 사시는 양심가이셨다. 학생들의 마음을 믿고 무슨 일이든 스스로 최선을 다하도록 맡겨 두셨고 공부도 공부지만 정직과 자율을 특히 강조하셨다. [스스로 정직하게]는 선생님의 생활 신조이자 우리 반 급훈이었다. 그 때는 우리가 너무 어려서 선생님의 깊으신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많은 시험 문제를 담임 선생님께서 하나하나 전부 풀이해 주시는 다른 반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선생님께서는 공부보다 몇 곱절이나 더 값진 '정직'과 '자율'이라는 교훈을 심어 주신 것 같다. 내가 6학년에 이르도록 숙제를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착실히 해 갈 수 있는 것도 그 때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가르침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1학년 때도 숙제를 빼먹을 적이 몇 번 있긴 했지만 2학년이 되면서부터 숙제를 빼먹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게 되었었다. 그것은 선생님께서 우리들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바라시고는 숙제 검사를 직접 하시지 않고 학생인 우리들에게 맡긴 때문이었다. 선생님의 눈을 피해 숙제를 빼먹고 놀기엔 아주 좋은 기회가 주어진 셈이었다. "앞으로 숙제는 각 분단장이 검사하고, 분단장의 것은 부반장이, 그리고 부반장의 것은 반장이 하거라."라는 말씀이 있은 후부터 나는 반장이었기 때문에 부반장들이 해 온 숙제를 검사했다. 그러는 동안 내 마음 속에는 나쁜 마음이 싹트고 있었다. 반장인 나의 숙제는 아무도 검사를 하지 않으므로 숙제를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숙제를 빼먹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한 달 정도 지난 어느 날 선생님께서는 갑자기 "반장인 넌 누구에게 검사를 맡지? 반장만 나에게 맡도록 하거라. 어제 숙제한 것 가져와 봐라."하시는 게 아닌가? 몰론 나는 으레히 내 숙제 검사는 없을 걸로 알고 전날의 쓰기 숙제를 해 오지 않았던 것이다. 고개를 푹 숙이고 숙제장을 내밀었다. 거기엔 한 달 아니 두 달도 더 지난 숙제가 적혀 있었다. "아니, 이게 언제 숙제냐? 두 달도 더 된 것 같은데……." 그 때 나는 호되게 매를 맞는 벌을 받을 줄 알고 잔뜩 겁을 먹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선생님께서는 조용히 나의 손을 잡으시고는 인자하게 타일러만 주셨다. "반장인 네가 숙제를 안 해 오면 어떻게 하니? 다른 아이들의 모범이 되어야지. 네가 모범을 보여야 다른 아이들이 보고 배울 게 아니니?" 차라리 매를 들고 종아리라고 때려 주셨다면 그처럼 죄스럽고 부끄럽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때 마음 속으로 굳게 다짐을 했다. 앞으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숙제는 꼭 해 가겠다고. 그리고 남을 속이는 것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그 후로 지금까지 나는 선생님께서 검사를 하시든 안 하시든 한 번도 숙제를 빼먹은 적이 없다. 어떤 때는 학교에서 늦게 돌아와 많은 숙제를 다 하자면 졸음이 와서 대충해 갈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조용하게 타일러 주시던 그때 그 선생님 말씀을 생각하며 마음을 고쳐 먹곤 한다. 그러나 내가 과연 선생님께서 그토록 강조하셨던 '스스로 공부하는 바르고 정직한 사람'인가 하는 물음에는 아직도 부끄러운 점이 너무 많다. 벌써 4년이 다 되어가는 지난 일인데도 선생님의 가르치심은 날이 갈수록 내 마음 속에 새롭게 살아나고 있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선생님께서 사랑으로 깨우쳐 주신 '자율'과 '정직'의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겨 바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 갈 작정이다. ( 6학년. 스승의 날 기념 글짓기.)
작은 천사 제제에게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읽고-
제제! 나는 너로 인해서 많은 걸 느끼고 깨달았단다. 너의 그 호기심 많고 장난기 넘치는 생활과 그러면서도 순진하고 착한 마음이 나에게 큰 감동을 준 거야.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가족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네가 여러 가지 엉뚱한 장난을 할 때 나는 네가 나쁘다는 생각보다는 무척 가엾고 재미 있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심술궂은 마음에서 장난을 한 게 아니라, 가족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쓸쓸한마음을 그렇게라도 해서 풀어 보려고 한 것이라고 믿어. 이 세상 누구든 사랑받지못하고 살아 간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거든. 그런데도 이 세상엔 남의 마음이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는 자기 생각과 다른 남을 까닭없이 미워하거나무시해 버리는 사람이 있지. 너의 가족들 역시 너를 언제나 말썽꾸러기, 장난꾸러기만 생각하고 너의 세계를 이해하여 주려고 하지 않았지. 그래서, 너는 번번히 꾸중을듣고 매를 맞으면서도 자꾸 엉뚱한 장난을 거듭해 갔다고 생각해. 다행히 너에겐 뽀르두가라는 친구가 생겨, 그와 지내는 동안 남을 사랑해 줄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지. 너는 힘겨운 생활을 했지만, 그래도 나는 네가 무척 부럽기도 했단다. 네게는 너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 주는 진정한 친구 망깅뉴가 있었잖니? 그 오렌지나무와 너는 무슨 일이든 터 놓고 말하고 이해를 구할 수가 있었지. 그건 전부 너의 그 꾸밈없이 착하고 순박한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해. 이 세상에 자기를 알아주는 친구가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이니? 나는 아직 온갖 비밀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내 마음이 너처럼 착하지 못한가 봐. 네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했을 때, 너는 부자들에게만 자비를 베푸는 예수를원망했었지. 더구나 천진하고 착한 너의 동생 루이스가 선물을 받지 못한 걸 보고 얼마나 마음 아팠었니? 하지만, 제제! 아기 예수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거야. 네가 설사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꼭 더 큰 선물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나는 믿어. 너는 크리스마스 선물 대신, 너와만 대화할 수 있는 라임 오렌지 나무를 선물받지 않았니? 네가 사랑하던 뽀르뚜가가 영원히 떠났을 때도 너는 아기 예수가 너에게 불행만 준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야. 네가 어른이 되어 죽기 전에 또 다른 즐거움과 행복을 반드시 느끼게 될 거야. 나는 그렇게 믿어. 설사, 그 즐거움이 뽀르뚜가와 지내던 시절보다 덜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네 마음에 달려있지. 망깅뉴나 뽀르뚜가에게 한 것처럼 진심으로 서로 믿고 아낀다면 다시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을 꺼야. 사실 나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고 나면, 처음 얼마동안은 아쉽고 허전한 마음 때문에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적도 있었단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아픈 마음을 자연스레 잊고 새 생활을 해갈 수 있게 되더구나. 제제! 너는 네게 닥친 그 많은 고난과 불행을 참으로 잘 견디어 내지 않았니. 그러니,하느님은 지금까지보다 더 좋은 친구와 생활을 주리라고 믿는다. 우리 함께 그걸 기다리며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 가자꾸나. 끝으로 다시한번, 나에게 많은 것을 준 너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구나. 저의 행복을 빌면서 이만 쓰련다. 그럼 안녕.... 1989년 8월 12일 ( 초등 5년)
새
어느 여름날, 비둘기는 까마귀가 살고 있는 나무로 이사를 왔습니다. 까마귀는 이 곳에서 산 지 오래라서 주위에 무엇이 있는지, 누가 살고 있는지 다 알고 있었지만, 비둘기는 주위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그 때마다 까마귀는 비둘기에게 충고를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비둘기는 까마귀의 색깔과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늘 상대도 해 주지 않는 터였습니다. 그래서 까마귀의 충고를 대강 들어서 넘길 뿐이었습니다. 하루는 까마귀가 "이번만은 잘 들어 둬. 요즈음 이 숲에는 사냥꾼이 많이 있다고 들었어. 그물이 여러 곳에 있을 테니 조심해." 하고 비둘기에게 충고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비둘기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밖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까마귀는 비둘기가 걱정되어 따라가 보고 싶었지만 그 날 따라 날개가 아파서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한편, 비둘기는 숲속을 마음대로 날아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까마귀의 충고를 잘 듣지 않은 탓으로 사냥꾼의 그물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몸부림 쳐 보았지만, 그럴수록 그물은 비둘기를 더 휘감았습니다. 저녁이 되어 사냥꾼이 왔습니다. 비둘기는 새장에 갇힌 채로 사냥꾼의 집으로 갔습니다. 사냥꾼은 날이 새자마자 일을 시켰습니다. 다른 고장으로 편지를 전하는 일이었습니다. 주인이 따라 오지 않았지만 도망 갈 수 없었습니다. 잘 훈련된 독수리가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냥꾼이 시키는 일을 한 지도 한 달이 지났습니다. 비둘기는 지칠 대로 디쳤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탈출할 기회가 왔습니다. 독수리가 비둘기를 감시하다 말고 까마귀를 쫓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까마귀는 바로 사냥꾼에게 잡히기 전 같이 살던 까마귀였습니다. 비둘기는 까마귀가 가는 곳으로 따라갔습니다. 까마귀와 비둘기는 나뭇가지에 긁히고 부딪쳐 피투성이가 되었습니다. 한참 날다 독수리는 단념하고 돌아갔습니다. 피투성이가 된 까마귀와 비둘기는 바위 위에 떨어졌습니다. 비둘기가 "사냥꾼이 없는 새들의 자유 세상은 언제나 올까? 어서 왔으면……."하고 말하자, 까마귀는 뒤이어서 "나도 그래, 따뜻한 남쪽 나라로 빨리 가야 할텐데……." 둘은 새들의 자유 세계를 원하면 죽을 힘을 다하여 날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따뜻하고 사냥꾼이 남쪽나라에 무사히 도착하여 즐거운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초등 3년. 통일주제백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