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감상문
오래된 영화의 느낌이 나는 흑백영화 ‘레베카’를 보고, 비록 옛 영화이긴 하지만 짜임새 있는 구성과 후반부의 반전에 깊은 감명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주인공들은 머릿속에 남아 자주 떠오르곤 했다. 그 후 감상하게 된 뮤지컬 레베카는 줄거리를 이미 다 알아버려 온전히 즐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영화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영화에 비해 강조할 부분은 노래와 춤으로 길게, 다른 부분은 말하듯이 압축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어떻게 영화의 감동을 다 담아낼 수 있었는지 싶다. 뮤지컬 초반부에서 보면 자칫 전 부인과 사별한 남자가 그녀를 잊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과정 중 겪는 시련을 그렸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그가 전 부인 레베카를 증오해 의도적으로 살인했다는 충격적인 결말에 마주하면서 흥미를 끈다. 아이러니하게도 뮤지컬의 제목이자 작품 전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레베카가 사실 한 번도 나오지 않으며 드 윈터씨의 새로운 동반자가 된 여주인공 역시 극 중 내내 이름 한 번 언급되지 않는데, 그것 또한 이 작품의 매력인 듯 싶다. 그리고 노래의 삽입이 많아서 더욱 귀 기울이게 되고 몰입도 또한 높았던 것 같다. 맨덜리 저택의 모든 사람들이 나와 함께 춤추며 노래하는 장면과 덴버스 부인의 노래 ‘레베카’, 드 윈터씨의 새로운 아내가 부른 ‘하루 또 하루’ 등은 정말 잊지 못할 것이다. 공연장에 수능시험이 끝난 뒤 찾아온 수험생들이 많았는데 그 밖에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 뮤지컬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