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연극 <화이트>에 나온 배우들
무언가 치료연극은 특별하다. 나는 두번째 치료적공연에 참여하면서 일반 공연과 다른 무언가가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공연을 본 후 관객들의 대답은 흥미로왔다. 일반 연극과는 다른 어떤 강력한 것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너무나 생생하게 자신들의 가슴에 들어와서, 공연을 본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본 것처럼 생생함을 느꼈다고....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일까?!? 아니다. 이들중에는 일반 배우도 있지만 이제 연기를 시작하는 혹은 아마츄어도 섞여있다.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에는 분명 배우들의 연기력보다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
그 배우들을 찍어준 관객들
관객들은 배우들을 배우라고 보지않는 듯 했다. 바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모습과 동일시하면서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았는데 그것은 연극전에 관객들이 거치는 과정에서
커다란 영향을 받는 듯 하다. 관객들은 좌석에 앉기 전에 무대 구석구석을 돌면서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필요로 하는 것, 내가 되고 싶은 것.... 등 나라는 존재를 생각하게 만드는 과정을 겪는다. 신비로와 할 배우들이 직접 나와서 일일히 설명을 하고 인도한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장식용 물품들을 선택해서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내 마음이 만들고싶어하는 것을 손을 통해 표출시킨다.
공연 초입부에 관객들은 자유롭게 무대를 거닐어도 보고 앉아서 촬영을 하고 이렇게 객석에서 배우들을 찍는다.
아마도 이런 과정들이 배우와 관객이라는 경계를 허무는 것 같다. 사실적이고 진정성을 추구하는 세계로 자연스럽게 이끈다
관객과 배우의 소통1.
극중 할머니(배우오민애)의 사랑이 고맙다며 직접 만든 조형물을 배우에게 전하는 관객.
관객들은 나누어준 장식물에 의미를 담아 이렇게 배우에게 마음을 전한다.
할머니에게는 주로 사랑과 그리움 또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전한다.
자신의 할머니와 동일시하며 꺼이꺼이 목놓아 우는 관객도 있었다.
관객과 배우의 소통2
극중 나쁜 남자역할(배우 마두영, 왼쪽)을 한 배우에게 가서 충고와 조언을 주는 관객들.
이 치료적 연극은 관객과 배우의 시간들도 공연의 일부이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무슨 말을 어떻게 전달할지를 고민하는 것도 치료의 과정이 되는듯 하다.
관객과 배우의 소통3
극중 자살한 아내역을 한 배우 정선아와 우리 이웃아저씨의 역할을 해온 김하준. 관객들은 남녀노소할 것없이 자신이 만들은
조형물에 의미를 실어 배우들에게 전달했다. 자기 생각, 자기 마음, 자기 추억 등 자기의 속을 드러내어 배우에게 전달하는 것
은 또 하나의 소통의 장이기도 했다.
관객과 배우의 소통4
왕따를 당하는 부잣집 막내딸 역할을 거뜬히 잘해낸 막내배우 김한빛. 의지했던 할머니를 잃고 더더욱 절망에 빠진 막내딸에게
관객들은 많은 위안을 주었고 아무리 힘들어도 용기내서 잘살라는 위안을 남겼다.
관객과 배우의 소통5
극중 자살을 선택한 배우 양유정에게 관객들은 많은 위안을 준다.
배우는 실지로 연습과정속에서 우울증을 몸으로 받아들이며 자살에 대한 과정을 겪느라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죽음 직전까지의 감정을 경험해보고자 부단히 노력했던 연습시간들. 세포까지 우울증에 걸린 듯 새까맣게 변한 얼굴색을 보며
안스럽기까지 하였었다.
관객과 배우의 소통6
부잣집 둘째딸 역할의 최재희. 중성적인 역할을 위해서 긴머리도 서슴없이 잘라냈던. 반항적 이미지를 보여주었던 이 역할에
의외로 관객들은 많은 호응을 해 주었다. 자신의 참모습을 찾기를 기대했던 것 같고 부모에게 저항하는 자식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관객과 배우의 소통7
관객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던 부잣집 맏딸역의 조은선배우. 집안의 엄마노릇을 대신하느라 자신을 포기하며 살고 있는
맏딸이 안스러워보였던 것 같다. 배우는 극중이 아닌 공연후 관객과의 만남에서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 참고 억눌렀던 감정을
관객들이 와서 위안을 주고 공감을 해주니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 같았다.
관객과 배우의 소통8
에너지 혹은 기운이라는 존재로서 무대를 종횡무진했던 배우 이길원과 대화를 나누는 관객. 이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움직임을
우리가 느낄 수 있다면 삶의 고비들을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미처 보지 못한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내 밖의 사물을 어찌 알 수 있을까
관객과 배우의 소통9
폭력을 일삼는 오빠와 자살한 동생을 두고 힘든 생활을 하는 역할을 했던 배우김은미에게 관객이 가서 위로를 해주고 있다.
관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진심으로 배우를 위로해 주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 배우에게 가서 격려를 주었다.
이 공연을 통해 가장 많은 힘을 얻고 치유를 얻은 배우 그리고 자신의 삶을 씩씩하게 조절해 나갈 것이란 기대가 크다.
이렇듯 공연후 배우와 관객들은 아픔을 교류하며 서로 위안을 주고 이해해주며 특별한 경험을 한다. 아마 화이트의 배우들은 관객의 위안이 없었다면 정말 힘들어서 쓰러졌을 지도 모르겠다. 상처들을 껴안고 사는 상황이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좋은 기운을 나누는 관객과 배우. 이러한 경험들이 치료적연극이 갖고 있는 특성인 듯 하다. 그러면서 자신을 뒤돌아보고 자신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연극이지 싶다. 너무나 바쁜 일상 속에 자신이 누구인지 미처 생각지도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이 치료연극은 직접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살피게 만든다. 그것이 치료연극의 가장 큰 장점인듯 하다. 연극이란 우리 삶에 있어 참으로 오묘한 쟝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