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대의 건축공간산책-6>
여유의 미학이 존재하는 문화공간- 대구미술관
미술관 박물관은 그 도시를 찾는 외부인에게는 우선순위로 내보일 수 있는 문화수준의 얼굴이자 자존적 건축물이다. 변변한 박물관 미술관 갖추지 못한 도시는 아무리 역사와 문화를 내세우고 자랑하려 해도 별 명분이 없을 것이다. 우리 도시에도 기획 13년 만에 미술관이 비로소 탄생했다.
‘여유의 미학이 존재하는 문화공간’ - 대구미술관의 캐치프레이즈 답게 여느 도시형 미술관에 비교해서 자연속에 위치한 여유있는 미술관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교통편의성, 접근성 문제와는 상반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그러나 문제점은 점진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기획 당시부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처럼의 고립성을 지적했지만 불가피성은 다른 장점으로 극복 할 수 있을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산언덕 아래의 미술관은 수평이 강조된 단순한 형태이다. 예술을 담는 건축이라 하기엔 감성적이지 않고 무덤덤하게 느껴진다. 가까이 다가 갈수록 산언덕 위의 낮고 긴 미술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멋진 전경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것은 자연 속에 묻혀있기 때문이다. 동서 도로 중심으로 낮은 지형에 주차공간, 높은 지형에 미술관으로 양분된다. 따라서 주차동선의 산만함은 황량한 광장 진입에 비한다면 여유롭다는 것으로 위안할 수도 있겠다.
건물배치는 산의 지세에 따라서 매스를 수평으로 겹친 형상이다. 서측 진입 도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마치 조형적 디자인이 안정적인 서측 면을 주출입구로 착각하게 한다. 북향 정면 어프로치에 이르면 비로소 건물 하부를 관통하는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을 만나게 된다. 산 아래 계곡 위에 위치한 친환경 미술관 사례는 세계에 없을 듯, 계곡으로 인하여 건물아래와 주변은 휴식공간, 산책로, 곡선형 다리가 생겼다. 계곡을 중심으로 컨벤션 영역과 미술관 영역으로 기능이 나누어진다. 원경에서 느껴졌던 단순함에 비해서 건물 가까이에서는 막힘과 트임 직선과 곡선 무거움과 가벼움의 변화가 보이지만 전체적 디자인이 독특하다거나 빼어나다고 표현하기는 어렵겠다.
출입구에 들어서서 만나는 첫인상의 로비 홀은 낮고 협소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입장권을 사고 들어서면 만나는 가로15m 세로55m 높이20m의 메이져 스페이스 ‘어미홀’은 대형 전시공간이자 미술관의 상징공간이다. 채우지 않고 비워두기에는 너무나 광활하여서 앞으로 전시 공간기획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자연의 빛이 쏟아지고 시선이 트인 넓고도 높은 어미홀 대형공간은 일상에서는 경험치 못한 카타르시스 공간이다. 작품 감상 중심적 시각으로 보면 역광으로 인한 장애 요인도 지적될 수 있겠다. 특히 여름철 오후 서향 커튼월은 빛의 조절창치가 필요할 것이다.
‘어미홀’을 중심으로 동선과 공간이 좌우, 상하로 나누어진다. 개관전시 기간인데도 2층에는아직 비어있는 전시장도 있었다. 전국 최대 규모인 ‘부산시립미술관’ 규모에 버금가는 2만1700m²(6,500여평) 크기를 자랑하지만 전시기획 운영에서는 커다란 부담일 것이다. 2년 전 개관한 ‘제주도립미술관’의 ‘장리석기념관’과 같은 지역출신 미술인의 기념관, 훌륭한 컬렉션을 기대할 수는 없을까.
‘여유의 미학’은 내부에서도 실천하고 있다. 전시실을 거쳐서 복도를 지나며 계단을 오르는 작은 틈새 사이에도 외부의 자연을 보여준다. 푸름 하늘 구름 바람의 흔들림까지도, 2층의 제3전시실은 한쪽 전면 벽을 유리창으로 자연에 그대로 개방했다. 빛이 일정한 동향이기에 가능하지만 패쇠된 전시실과 인공조명 원칙에서 보면는 신선한 파격이다. ‘리차드 롱’의 작품도 잘 어울리지만 바깥의 자연 풍광도 더욱 돋보이는 전시실이다.
1,2층 전시장을 지나 3층에 이르면 최종 뷰라운지에 이른다, 팔공산까지의 광활한 자연과 도시를 한눈에 바라보는 클라이막스 공간이다. 자연 속에서 자연까지를 감상하는 여유의 미술관이다. 아쉬움은 라운지 앞의 넓은 콘크리트 지붕바닥은 자연에 조화되는 그린 존으로 환경개선을 해야 할 것이다.
다시 미술관을 찾았을 때에는 입구 홀에서 부터 곳곳에 접근금지 라인을 세워놓았다. 전시작품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어울리지 않은 추함이다. 중중도덕, 관람문화의 실종은 여기에서만이 아닐 것이다. 대구의 미술관을 대구의 시민들부터 사랑하고 자랑하자. (소장)작품이 덜 채워졌다는 불평 보다 시민들의 발걸음부터 채우자. 지금의 전시장에는 기氣가 가득 차있다(개관 주제전), 그리고 미술관 주변은 푸름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최상대, 전 대구건축가협회 회장, 대구예총부회장, 한터겐건축 )





첫댓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꾸 보완을 해 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