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보았던 어떤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에 흐르던 대사입니다.
어린 마음에도 그 말은 너무나 슬프게 다가와 이내 두렵고도 궁금한 질문 한 가지를 만들어내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가족을 멀리 떠나보낸 사람들은 그 슬픔과 그리움을 어떻게 이겨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그리운데 어디서도 그 모습을 찾아낼 수 없다면 그 때 느끼게 될 막막한 절망감을 어떻게 해야할런지요.
아버지는 어느 날 갑자기 떠나신 것이 아니라 우리들에게 당신과의 이별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을 주셨지만,
그래서 그 날이 언제 오더라도 침착하자고 수없이 다짐하고 되뇌였지만
막상 출근길의 전철안에서 아버지의 부음을 들었을 때에는 솟구쳐 흐르는 눈물을 어찌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지막 가시는 길 임종도 못한 자식의 후회야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오랜 병중에 그토록 고통스러워 하실 때에도 그 고통 한 줌 덜어드리지 못했습니다.
가느다란 튜브 몇 줄기에 가쁜 생명을 의지하고 계시던 아버지... 살아있는 것이 오히려 더 고통이었을텐데 그럼에도 어리석고 못난 딸은 아버지와 함께 할 지상에서의 단 하루씩의 시간을 날마다 간구하였습니다.
이제는 달리 기도하렵니다.
잘 가세요. 아버지...
고통은 지상에서의 마지막 숨을 내쉬던 그 순간에 다 끝내시고 이젠 편히 쉬세요. 아버지 가신 그곳은 슬픔이나 고통 같은 것은 절대 불가능한 곳이겠지요. 오직 기쁨과 사랑만이 충만한 그곳에 지금쯤이면 천사들의 안내로 도착하셨을테지요. 만약 눈물 짓는 우리들 보기가 안타까워 걸음이 더뎌지신다면 이젠 울지 않을께요. 장담할 순 없지만...
사랑합니다. 아버지... 더 빨리 더 많이 이렇게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아버지, 어쩌면 천상에 이르신 당신께선우리들이 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하였는지 잊으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들은 절대로 아버지의 사랑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