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 / 김영애
아버지,
올 여름 더위엔 뾰족한 수가 없는 듯합니다.
얼음을 갈아 팥을 넣고 콩가루 인절미를 올린
팥빙수 한 그릇이라면 몰라도 말입니다
당신께 응석부리던 시절 한여름엔
팥빙수가 필요 없던 때도 가끔 있었지요
호랑이 같은 당신 기침소리만으로
우리들 간담이 서늘해지곤 했으니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길
낯선 남자의 손이 어깨에 닿는 순간
정신 없이 뛰어가 공중전화를 걸었을 때
잠옷차림에 맨발로 달려와 주신 당신
그 듬직한 품에서 눈가루처럼
사르르 두려움이 잦아들었지요
아버지 곁에서 즐기던 가슴속까지 시린 팥빙수
갖은 재료를 넣어 만들었는데,
당신께 한 입 넣어드리고 싶은데,
당신 없는 하늘아래서 먹는 팥빙수가
왜 이리도 밋밋하고 싱거운 걸까요?
첫댓글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의 기도문이네요
아버지 월급날이면 대문앞에 쪼그리고 앉아
" 무엇을 사오실까? "기다리던 생각이 나네요
아버님과 따듯한 추억을
간직하고 계신 솔잎님이 부럽습니다
따듯한 울과 방패 되어 주시던 아버지 대한 그리움
아버지의 정을 느껴보지 못한 저에게도
애틋하게 전해오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