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미래를 위한 몇 가지 제안
우리나라 정형시인 시조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시조의 미래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2013년 11월 연어의 모천회귀와 관련된 ‘30여 년 만의 귀향, 밀양강에 연어가 돌아왔다’는 신문기사를 소개하겠습니다. ‘밀양강에 방류된 연어 포획, 자원조성 노력의 결실’이란 부제를 단 기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상남도수산자원연구소 민물고기연구센터에서는 연어가 소상 遡上 하는 시기인 10월 말부터 11월까지 밀양강에서도 어미 연어가 포획된 것을 밀양강에서 어업을 하는 어업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탐문조사를 통해서 확인했다.
연구센터에서 방류한 연어의 자원조성 효과를 조사하기 위해 실시한 밀양강 지역 어업인을 대상으로한 탐문조사에서 체중 2~4㎏에 달하는 어미 연어 수십 마리가 포획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어업인에게 포획된 것이 이 정도라면 수천 마리가 회유해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략)
연구센터에서는 과거 밀양강이 연어강으로서, 연어자원 회복 및 연어 부화 방류의 메카로서 명성을 되찾기 위해 연어자원 회복을 핵심전략 과 제로 집중 추진키로 하고 강, 하천의 생태계 회복을 위하여 누차 낙동강 수문을 열어줄 것을 건의했고 2009년 마침내 낙동강의 일부가 개방되어 2010년부터는 낙동강과 밀양강을 비롯한 도내 하천에 매년 연어치어 방류를 재개했다.
연어는 바다에서 살다가 태어난 하천으로 올라와 산란하는 모천회귀 성어류로 일생 한번 산란하고 죽으며, 우리나라에 올라오는 연어는 어릴 때 바다로 내려간 후 일본 북해도와 북태평양 베링해를 거쳐 3~4년 동안 수천㎞를 돌아 성어가 돼 산란을 위해 어릴 때 살던 하천을 찾아 돌아오는 특성을 가진 산업적인 가치가 매우 높은 어종이다.
연구센터에서는 30여 년 만에 고향의 강으로 돌아온 연어를 볼 때 뿌듯함과 무한한 보람을 느끼며, 앞으로도 ‘연어 모천회귀 수면’으로의 과거 명성을 되찾기 위해 밀양강을 비롯해 섬진강 등 도내 주요 강과 하천에 방류를 실시할 계획이다. (한남일보 우동원 기자)
이 기사에 나오는 ‘연어’ 대신에 ‘시조’를 넣어서 기사를 작성하면 어떻게 될까요? 시조가 문화적 가치가 높은 겨레시라고 우리는 늘 자랑스럽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시조를 보급하기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자문해보면 부끄러울 뿐입니다. 연어의 산업적인 가치를 일찍부터 알고 있었던 수산 관련자들은 꾸준하게 연어 치어를 방류한 결과 30여 년 만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었습니다. 우리 시조계에서도 뜻있는 분들이 시조 보급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다른 무엇보다 먼저 관심을 두고 해야 할 일은 초중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시조를 가르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초 중고 학생들에게 시조를 가르치는 일은 결국 연어 치어를 방류하여 어미 연어가 모천으로 되돌아오도록 하는 사업과 같기 때문입니다.
부산과 경남에서는 지역 시조시인협회가 주관한 교사 대상 시조 창작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한 교사 시조시인이 다수 있어서 학교 교육과 시조를 체계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여건이 어느 정도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저도 2000년 부산시조시인협회가 주관한 교사 대상 시조창작 연수를 통해 시조와 만났습니다. 그 뒤에 2002년 《시조문학》을 통해 등단하고 나서 학교에 시조창작 동아리를 조직하여 퇴직할 때까지 지도했습니다.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제가 가르친 아이들이 모천회귀하여 시조밭을 일구고 시조의 미래를 환하게 밝혀줄 거라 믿습니다.
지금 시조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나 주변의 시조시인을 보면 대체로 어릴 때 시조를 암송하거나 창작해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시조와 만난 경험이 어른이 된 뒤 에도 자연스럽게 시조와 만나게 된 것이지요. 학생들에게 시조를 가르치게 되면 그들도 언젠가 시조의 세계로 모천회귀할 것이며, 이 아이들이 시조를 사랑하는 독자가 되거나 독자에서 더 나아가 창작자로 발전해 갈 것이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그럼 제가 학교 현장에서 시조창작반을 운영하면서 아쉽게 생각했던 점을 바탕으로 발전적인 시조 보급 방안 네 가지를 제안하겠습 니다.
첫째, 부산과 경남에서 실시했던 교사 대상 시조창작 연수 프로그 램을 부활시키고 다른 지역에도 도입하여 운영할 것을 제안합니다. 교사가 시조창작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시조를 만나게 되면 학생들에게 미치는 파급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연수를 받은 선생님들의 시조 관련 활동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둘째, 학교 급별 수준에 맞는 시조창작 교재를 공동으로 개발할 것을 제안합니다. 초등학교용, 중학교용, 고등학교용 교재를 공동으로 개발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지도할 수 있습니다.
셋째, 학생들의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을 시조 잡지사에서 할애해 줄 것을 제안합니다. 초등학생, 즉 어린이 시조는 발표 지면이 몇 군데 있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의 작품은 발표할 지면이 거의 없습니다. 자기 작품이 활자화되었을 때, 시조에 대한 학생들 관심도도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넷째, 국어 교과서에 시조 時調 를 많이 싣도록 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국어 교과서에 시 詩 와 같은 비중으로 시조가 실린다면 시조를 보급하는 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위원회 도종환 의원이 수정 발의한 문학진흥법 일부 개정안 제2조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2021. 5. 18) 하여, 이제 시조도 문학의 독립 장르가 되었습니다( 시행일 2021. 11. 19). 곧 시조가 시의 일부가 아니라 어엿한 문학의 한 장르가 된 겁니다. 따라서 시의 예속물일 때의 사고방식을 일신하고 독립 장르로서의 개념을 분명히 하고 시조의 미래를 위해 이 법 개정 이후 첫 번째 맞이하는 교육과정 개편 시에는 독립 장르로서의 분량을 확실히 챙겨야 하겠습니다.
바야흐로 육체(HW)의 시대는 가고 영혼(SW)의 시대로 접어든 21세 기, 지구상에는 한류의 열풍으로 뜨겁습니다. 이 한류 열풍의 뿌리엔 우리 전통문화의 원형 DNA가 들어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문학이고 문학 중에도 가장 한국적 장르인 시조가 아닐까요? 지금 한류가 일회성으로 끝나느냐 아니면 장기적으로 지속되느냐 하는 것은 결국 이 전통문화의 원형 DNA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시조는 바로 우리 전통문화의 뿌리면서 우리 문학의 아름다운 미래이기에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미래 세대인 학생들에게 시조를 보급하기 위해 더욱 힘써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할 때 우리의 시조가 번듯한 모습을 하고 한류를 이끌어가는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2014년 2월 8일 유심시조아카데미 시조낭송 축제에서 발표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정리한 원고입니다.
손증호
2002년 《시조문학》 신인상. 부산시조작품상, 전영택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침 발라 쓰는 시』 『불쑥』 『달빛의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