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동을 걷다가 진열장 너머 걸린 조각보에 마음이 가 걸음을 멈춘다.
어린시절 엄마의 반짇고리에 담겨있던 색색의 헝겊쪼가리들이라든가 화로에 꽂혀 있는 인두,
다복다복 덮혀있는 잿더미를 헤치면 살아나는 발간 불씨.
엄마의 머리에 살짝 꽂혀 있는 바늘, 그리고 실 한오라기가 흘러내린 머리카락에 섞여 있었지.
무엇보다도 바느질감을 매만질 때마다 들려오던 버석거리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오는 듯 하다.
물정 모르는 어린 나는 왜 그런 소리가 나는지 늘 궁금했다.
진일, 마른 일에 성할 날 없는 거친 손이 옷감의 결을 거스리는 소리였던 것을….
밥상을 덮는 상보도 조각보였고, 가족들의 옷을 가리는 아랫목의 횃대보도
커다란 천에 수를 놓아 장식하기도 했지만 천조각을 이어 만들었다.
그 시절엔 어느 집에서나 옷을 만들어 입어 그렇게 헝겊조각이 많았으리라.
집집마다 바느질하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여자 아이들은 바느질 하는 엄마 옆에서 자투리 헝겊의 고운 색갈에 취해
어설픈 흉내도 내보고 우스꽝스런 인형도 만들며 보채지도 않고 잘 놀았다.
난 그 때 왜 바느질을 배우지 않았을까.
다 늦게 후회하게 만드는 것은 조각보를 보며 떠오르는
어린 시절이 그리워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제 와 바느질이라는 작업의 소중한 가치를 알게 되어서다.
한 땀 한 땀의 정성이 만들어내는 시간의 아름다움은
일종의 정화의식이 아니었나 싶다.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하나의 풍경화처럼
인사동 진열장 너머에 걸려있다.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값이 꽤나 나갈 것 같은 저 조각보는
그러나 내가 그려보는 생활의 향수 같은 것 하고는 거리가 너무 멀다.
까마득한 세월 너머의 추억에 닿기에는….
첫댓글 에궁, 그 조각보 주인공 못지 않게 바느질 솜씨가 좋았다면, '인사동 조각보'는 누가 썼을까요.
바느질 못배운 편이 헐씬 남는 장사네요.ㅎㅎㅎ
저 섬세한 솜씨라니. 우리 엄마들은 다 대단하셨지요.
그리움이랄까, 아련한 향수를 맛봅니다.
옛 어머님들 삶의 고달픔을 봅니다.
아이들 다 재워놓고 알정구 밑에서 손재봉틀 돌리던 소리, 다듬이 소리.....
얼마전 퀄트를 좀 배워보니 녹록지 않던데요.
작품 하나 만들고 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