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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를 자처하면서, 나는 안주에 따라 주종을 달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국물이 있는 탕 종류라면 반드시 소주와 함께 먹고, 딱히 풍성한 안주거리가 없을 때는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는 등 나름의 관점을 지니며 술을 즐기고 있다. 물론 치킨은 항상 맥주와 마신다든지, 한 자리에서 술은 섞어 마시지 않는다든지 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겠다. 아마도 폭탄주를 먹으면 평소보다 빨리 취하기에 즐겨하지 않는 탓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함께하는 자리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저녁 술자리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그래서 이제는 ‘혼술’ 혹은 아내와 간단하게 저녁에 술을 마시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저녁의 모임 자리도 대부분 1차로 끝내고, 일찍 집에 돌아와서 간단하게 맥주 한잔 더하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술꾼’을 자처하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먹은 흔하고 맛있는 안주에 관한 기록’을 남기겠다는 의도를 밝히고 있다. 특별한 종류의 술이나 비싼 안주가 아니라, ‘흔하고 맛있는 안주’라는 말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책의 제목만 보고 구입을 결정하였고, 다 읽고 나서도 책에 소개된 간단하게 마련할 수 있는 안주 한두 개쯤 시도해 보겠다는 생각해보기도 했다. 특이하게도 저자의 서문이 아닌, 저자의 술친구이기도 한 아내의 ‘시식 후기’가 수록되었다는 점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더욱이 그 후기를 남긴 사람이 연극배우인 박준면 씨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부부 모두 술꾼을 자처하면서, 결혼을 생각지도 않고 있다가 술자리의 인연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사연도 재미있었다.
제목의 ‘잡설(雜說)’이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 그저 자신의 술과 안주 취향에 대해서 자유롭게 풀어놓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분명 이 책의 주인공은 ‘안주’이지만, 그것은 또한 술이 빠지면 의미가 반감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술과 안주와 ‘페어링’ 혹은 ‘마리아주’를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예능 프로그램으로 술을 주제로 한 방송을 간혹 볼 수 있고, 술과 함께 곁들이는 적절한 안주를 소개하기도 한다. 이것을 술과 안주의 짝을 맞춘다는 의미로 ‘페어링(pairing)’이라고 하고, 프랑스에서는 와인과 그에 걸맞은 안주를 결합하는 것을 결혼이라는 뜻의 마리아주(Mariage)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예컨대 ‘치킨에 맥주인데, 행복이 별건가?’라든가 ‘소주를 마셨으니까, 평양냉면’ 등의 제목이 붙은 글들이 바로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저자는 자신이 취업준비생으로 고시원에서 힘겹게 생활을 하던 시절에 먹었던 술과 안주로부터 조금은 주머니 사정이 여유로워진 현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안주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그 내용 또한 단순히 술과 안주의 조합을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적절히 녹아내면서 풀어놓고 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지만, 술자리에서 저자가 풀어놓는 이야기를 편안하게 듣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나 역시 종종 술자리에서 다른 이들에게 인상적인 술자리 혹은 안주에 대해서 말을 하는 경우가 있기에, 저자의 글이 익숙하게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저자처럼 책이라는 형태는 아니겠지만, 이 책을 통해 나만의 ‘안주잡설’을 완성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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