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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라는 말을 하지만, 예로부터 우리네 직업에는 분명 귀하고 천한 것을 구별하는 의식이 존재했었다. 특히 신분제가 엄연히 존재했던 조선시대에는 글공부를 하던 선비들을 귀하게 여기고, 몸으로 하는 직업을 천하게 여기던 관념이 있었다. 이러한 의식이 근대 이후까지 지속되면서, 적지 않은 부모들이 몸으로 하는 자신의 직업을 자식들에게까지 물려주지 않겠다는 생각들을 했던 것이다. 아무런 하는 일 없이 살아가는 것을 ‘무위도식(無爲徒食)’이라고 하는데, 실상 글공부를 하던 선비의 삶은 몸으로 노동을 하는 이들에 빌붙어 사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직업에 따라 귀천을 판별하는 의식은 지금까지도 어느 정도 통용되고 있다고 하겠다.
전래동요를 기반으로 그려낸 이 책의 내용은 직업에 대한 그릇된 관념에 대한 통렬한 반박으로 이어진다. 충남 예산 지역에서 채록한 민요라고 하는데, 석수장이 아들을 비웃는 친구에게 당당하게 대답을 하면서 아버지의 직업에 대해 진지한 탐색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주고받는 노래’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너도 너도 이담에 석수장이 되겠수’라는 친구의 지적에 대해, 석수장이의 아들은 ‘부자가 되어 사냥이나’ 다니겠다는 대답으로 맞받는다. 여기에 친구가 해가 되어 땀을 흘리도록 하겠다고 하자, 해를 가리는 구름이 되겟다는 대답이 이어진다.
계속해서 ‘바람과 담’, ‘쥐와 고양이’, ‘개와 호랑이’, 그리고 마침내는 ‘바위와 석수장이’라는 질문과 답이 이어지면서 상대의 말을 받아치는 석수장이 아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이렇듯 질문과 답이 이어지면서 ‘아니, 내가 잘못했다’라는 친구의 사과가 제시되고, ‘나는 나는 이담에 석수장이가’ 되겠다는 당찬 대답으로 노래를 종결된다. 세상에서 하찮게 여겼던 석수장이라는 직업에 대해, 친구와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그 ‘의미’를 찾아가는 석수장이 아들의 자각으로 귀결된다고 하겠다. 더 이상 직업을 귀천으로 나누는 관념이 통용되지 않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잇다고 여겨진다. 그리하여 누구든지 자신의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하며 자부하는 세상으로 만들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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