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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을 뿐인데 인생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는 이 책의 부제처럼 우연한 기회에 읽었던 책이 자신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그로부터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나 역시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기억할 필요가 있는 사실은 사람들마다 책에 대한 생각이나 독서법이 다 다르다는 것이라 하겠다. 다른 사람들의 독서법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다가는 낭패를 겪을 수가 있다. 어쩌면 자기에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걸치는 것과 같은 상황이 처해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이들의 독서법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요체라 하겠다. 즉 자신만의 독서 방식을 정립하는 것이 더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의 저자는 독서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분량이 적은 책부터 읽으라고 권유한다. 물론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량이 적다고 반드시 읽기 쉽고 이해하기 좋은 내용일 것이라는 생각도 일종의 편견일 수 있다. 짧지만 훨씬 어렵고 또 이해하기 힘든 내용의 책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 역시 나로서는 그 내용이 만만치 않은 것들이 적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 분야의 책에 대해서 먼저 독서를 시작하라고 권유하겠다. 이미 지적했듯이 독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나만의 방식'을 찾고 그것을 일종의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이들의 다양한 독서 방식을 이해하는데 하나의 참고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마라톤보다는 먼저 동네 한 바퀴 조깅부터'. 책의 서문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롤로그'의 제목으로 저자가 제시한 문구이다. 저자는 마치 조깅을 시작하듯이, 독서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분량이 많지 않은 책부터 읽으라고 권유하고 있다. 각각의 주제를 정하고, 그에 적합한 책 5권씩 소개하는 형식이다. 전체가 다섯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여기에 소개된 책들은 모두 25권이다. 물론 저자가 선택한 책들의 기본 전제는 그 분량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어린이의 눈으로 오늘 살아갈 힘을 발견하다'라는 제목의 첫 번째 항목에서는 로알드 달의 <마틸다>를 비롯해서 모두 5권을 소개하고 있다. 모리스 센닥의 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그리고 트리나 플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과 아타르 & 피터 사스의 >새들의 회의> 등이 이 항목에 소개된 책들이다. 어린이들도 읽을 수 있는 책들이지만, 실상은 어린이를 잘 이해하기 위해 어른들에게 필요한 내용으르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랑에 빠진다면 이렇게'라는 두 번째 항목에서는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포함한 5권의 책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한여름 밤의 꿈>과 <멕베스> 등 세익스피어 작품이 모두 3권을 차지하고 있고, 에릭 시걸의 <러브스토리>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등이 나머지를 채우고 있다. 이미 고전이 된 영화인 <러브스토리>는 나 역시 아직 책으로는 접하지 못했다. 세 번째 항목에서도 역시 '어떻게 스스로 도울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월러스 워틀스의 <부자 되기의 과학>을 비롯한 5권의 책이 열거되고 있다. 조지 새뮤얼 클래선의 <바빌론 최고의 부자>와 호아킴 데 포사다의 <마시멜로 이야기>, 그리고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과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 등이 이 항목에 속해 있는 책들이다. 저자의 관점으로는 이 책들이 나름의 관점에서 분류될 수 있겠지만, 과연 이들이 같은 범주로 묶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 나로서는 의문점이 들기도 했다.
'철학에서 삶을 살아갈 지혜를 찾다'라는 네 번째 항목에 소개된 책들은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제외하고 국내에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들이다. 푸블릴리우스 시루스의 <문장>과 헤라이클레이토스의 <단편>, 그리고 에피쿠로스의 <저작집>과 발타사르 그라시안의 <신탁 핸드북 그리고 신중함의 기예> 등이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것들이다. 독자들에게 바람직한 독서법을 소개하고자 했다면, 굳이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들을 소개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상을 단단하게 만드는 삶의 기술'이라는 다섯 번째 항목에서도 제임스 웹 영의 <아이디어 생산법>을 비롯한 5권의 책이 소개되어 있다.존 페리의 <미루기의 기술>과 윌리엄 유리의 <YES를 이글어내는 협상법>, 그리고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프로파간다>과 메슨 피리의 <모든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 등이 여기에서 소개되고 있다.
일단 저자는 여기에 소개된 다양한 책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그 내용을 소개하고, 책의 성격과 의미 등을 요점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내가 읽었던 책들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아직 읽어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아마도 저자와 나와의 독서 분야에 대한 취향이 그만큼 다르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이해된다. 일단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소개하고 있어, 저자의 독서 범위가 폭이 넓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은 책부터 시작하라는 저자의 조언에 공감되는 바 없지 않지만, 분량이 적다고 하여 반드시 읽기 쉽고 이해가 잘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독자들은 저자를 포함한 다른 이들의 독서법을 잘 헤아려, 그것을 참고하여 자기만의 독서법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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