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낳은 국민시인이며 현재까지 가장 뛰어난 극작가로 손꼽힌다. 16세기말에서 17세기초에 씌어진 그의 희곡은 작은 레퍼토리 극단에서 공연되었으며 오늘날에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토록 자주 작품이 공연되는 작가는 없다. 동료 극작가 벤 존슨은 셰익스피어를 일컬어 "한 시대가 아닌 만세를 위한" 작가라고 말했다. 뛰어난 시적 상상력, 인간성의 안팎을 넓고 깊게 꿰뚫어보는 통찰력, 놀랄 만큼 풍부한 언어의 구사, 매우 다양한 무대형상화 솜씨 등에서 그를 따를 사람이 없다.
***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 <덴마크 왕자 햄릿의 비극(햄릿, The Tragedy of Hamlet, Prince of Denmark)>(1599~1601)·<베니스 의 무어인 오셀로의 비극(오셀로, The Tragedy of Othello, the Moor of Venice>(1604~1605)·<리어왕(King Lear)》>(1605)·<멕베스의 비극(맥베스, The Tragedy of Macbeth)>(1605~1606)를 일컫는 말. 완성된 독자적 비극세계를 보여주는 이 4편의 비극은 셰익스피어의 최고걸작이라고 알려져 있다.
*햄릿*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성공한 작품이다. 연극으로서 불후의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인공 자신이 문학사상 드물게 신화적 존재가 되어버린 드문 경우에 속한다. 20세기의 일부 부정적인 비평가들이 이 줄거리의 기본은 조잡한 복수 비극의 플롯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플롯에서 <햄릿>의 심리극적 일관성이 가능했다는 것은 인간의 심리를 꿰뚫은 셰익스피어의 천재적인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는 이 극을 통해 진정한 심리극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주인공이 어버이왕을 몰래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 숙부인 현재의 왕을 대하는 장면을 작가는 단순한 복수의 차원을 넘어선 보편적 드라마로 승격시켰고, 복수를 축으로 하되 상황 전체를 정서적 긴장으로 가득 메웠다. 그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성격 부여에서도 타고난 정신의 유연성을 시대적 회의정신과 결합시켜 사색과 행동 사이에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는 솜씨를 과시하고 있다. 거기에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대하는 인물에 따라 수시로 변신할 줄 아는 주인공의 '배우적' 능력까지 합쳐서 다른 어느 작품에서도 찾기 어려운 이 극만의 매력이 부각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슴 쓰린 온갖 심뇌와 육체가 받는 오만 가지 고통"(제3독백), 즉 실존적 삶의 조건에 대한 작가의 비극적 통찰에서 우리는 이 작품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줄거리> 12세기경 덴마크 왕국에서 햄릿의 아버지인 왕이 갑자기 죽고, 왕의 동생인 클로디어스가 왕이 된다. 왕비는 클로디어스와 결혼한다. 햄릿은 유령으로 나타난 죽은 아버지에게서 클로디어스에게 독살된 것임을 밝힌다. 햄릿은 클로디어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미친 척하면서 연인인 오필리에와의 사랑도 포기한다. 햄릿은 유령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클로디어스에게 살해 당시의 내용을 담은 연극을 보여준다. 클로디어스가 심기가 불편한 채 자리를 뜨는 것을 보고 햄릿은 클로디어스의 범행을 확신한다. 왕비를 만나 이야기를 하던 햄릿은 휘장 뒤에 숨어있던 오필리아의 아버지 폴로니어스를 클로디어스로 착각해 살해한다. 햄릿은 오필리아의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영국으로 추방된다. 오필리아는 실연과 아버지의 죽음으로 자살하고, 아버지인 폴로니어스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돌아온 햄릿의 친구 레어티즈는 동생의 죽음으로 햄릿을 더 증오하게 된다. 영국으로 추방되었던 햄릿은 왕의 계락을 역이용하여 귀국한다. 위험을 느낀 왕은 레어티즈를 이용해 햄릿을 죽이려 계획한다. 레어티즈와 햄릿이 검술 시합을 하도록 만들고, 독을 바른 칼과 독약이 든 술을 준비한다. 레어티즈와 검술 시합을 한 햄릿은 레어티즈의 독을 바른 칼에 치명상을 입지만 클로디어스를 찔러 아버지의 복수를 한다. 왕비는 클로디어스가 햄릿에게 주려고 준비했던 독주를 마시고 죽고, 햄릿도 레어티즈에게 세상에 진실을 알릴 것을 부탁하며 숨을 거둔다.
*오셀로*
흔히 <오셀로>는 질투극으로 일컬어지지만, 이 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용병대장인 무어인(북아프리카의 흑인) 장군 오셀로가 부하인 이아고의 간계에 넘어가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한 베네치아 귀족 출신의 아내 데스데모나를 살해한다는 큰 줄거리에는 분명히 아내가 부하 캐시오와 정을 통했다고 믿는 데서 오는 질투의 감정이 깔려 있다. 그러나 주인공을 가슴 깊이 움직이는 힘이 인간적·도덕적 가치(사랑·신의·순결 등)에 대한 움직일 수 없는 신념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신념이 또한 작품 전체에 흐르는 고양된 낭만적 정서를 낳고 있기도 하다. 이 작품의 극적 긴장은 주로 주인공의 거의 무방비상태라 할 영혼의 순수함과 이아고의 복잡하고 모호한 악행의 동기 사이의 대립에서 빚어진다. <줄거리> 베니스의 장군인 무어인 오셀로는 원로원 의원의 딸인 데스데모나와 혼인한다. 부하 이아고는 부관의 지위를 캐시오에게 준 오셀로에게 앙심을 품고 음모를 꾸민다. 그는 우선 캐시오를 부관 자리에서 해직시킨 후, 캐시오가 복직을 부탁하기 위해 데스데모나를 만나도록 하고, 오셀로에게는 데스데모나가 캐시오와 부정한 관계에 있다고 믿게 만든다. 질투에 사로잡힌 오셀로가 아내 데스데모나를 침실에서 목졸라 살해한 직후 이아고의 음모가 드러나는데, 오셀로는 자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리어 왕*
<리어 왕>은 선과 악으로 뚜렷하게 구별되는 인간상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자기 왕국을 분배하면서 아무런 심사숙고 없이 악한 두 딸에게 나라를 양분해주고 선한 막내딸은 추방해버린다. 이런 우화적 시작은 이 극을 매우 단순한 내용으로 착각하도록 오도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앞으로 전개될 주인공 리어의 극심한 고통과 수난, 그 과정을 통해 탄생하는 새로운 인간을 위한 작가의 사려깊은 전략이었음을 깨닫게 될 때 극이 지니는 정신적 무게를 알게 된다. 어리석은 판단이 치러야 할 값비싼 대가, 미쳐버린 리어 왕, 미친 인간으로 가장한 에드가, 미친 상태가 정상인 어릿광대 등의 광기만이 터득할 수 있는 삶의 숨겨진 진실, 현실(일상)의 눈을 빼앗김으로써 얻어지는 올바른 시력(비극적 비전)의 회복 등은 이 극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큰 가르침이다. 여기에도 '인간으로 태어난 것'의 숙명적 존재성에 대한 작가의 깊은 통찰이 깔려 있다. 거의 절망적인 극의 결말을 포함해서 이 작품의 세계는 묵시록적 공포를 일으킨다. 이 극이 20세기 후반의 현대인에게 크게 호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줄거리> 영국 왕 리어왕은 나이가 들자 세 딸에게 왕국을 나누어 주려고 생각한다. 그는 딸들에게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딸에게 가장 큰 영토를 나누어 주겠다고 말한다. 첫째 딸 고너릴과 둘째 딸 리건은 온갖 아첨으로 리어왕의 환심을 사서 영토를 얻는다. 하지만 리어왕이 가장 사랑하던 막내 코델리아는 진솔하게 딸의 도리를 다하여 아버지를 사랑할 뿐이라고 말하고, 이 짧은 답에 격노한 리어왕은 코델리아를 내쫓고 영토를 다른 두 딸에게 나누어 준다. 켄트 백작이 리어왕에게 직언하다가 역시 국외로 추방된다. 이 소문을 들은 프랑스의 왕은 코델리아의 강직한 성품에 반해 왕비로 맞이한다. 리어왕은 호위 기사들과 함께 고너릴과 리건의 집에서 한 달씩 머무르기로 한다. 켄트는 평민으로 변장을 하고 리어왕의 하인이 된다. 고너릴과 리건은 핑계를 대어 리어왕의 기사들을 반으로 줄이라고 하면서 리어왕을 홀대한다. 딸들의 홀대에 리어왕은 광기를 일으켜 폭풍우 치는 황야로 뛰쳐나간다. 켄트는 코델리아에게 리어의 상황을 알리고, 프랑스 왕은 영국으로 군대를 파견한다. 하지만 프랑스 군은 영국 군에 패배하고, 리어왕과 코델리아는 포로로 사로잡힌다. 에드먼드를 사이에 둔 고너릴과 리건은 삼각관계 끝에 둘 다 죽게 되고, 리어 왕은 코델리아가 살해되자 비통함을 이기지 못하고 숨을 거둔다.
*맥베스*
<맥베스>는 4대 비극 가운데 가장 짧은 작품이다. 군더더기없는 탄탄한 짜임새와 전편에 일관되게 흐르는 긴장은 다른 어느 작품에서도 볼 수 없는 특색이다. 용맹한 장군이자 야심가인 주인공이 아내의 사주를 받아 자기가 섬기는 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한다는 이야기는 정치극·역사극의 틀에도 합당한 것이다. 초점을 주인공의 성격과 행동에 맞추어 내면화시켜 놓은 점이 매우 다르다. 이 극에서 언제나 제기되는 문제는 맥베스와 같은 극악무도한 인간을 어떻게 비극의 주인공으로 삼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 문제를 푸는 데 작가는 다음과 같은 배려를 해놓고 있다. 우선 주인공 맥베스를 인간화시켰다는 점이다. 그래서 작가는 주인공을 야심과 욕망을 실천에 옮기는 능력에 못지않게 그것을 훨씬 능가하는 치열한 상상력의 소유자로 만들어놓았다. 이 공포와 파멸의 상상력은 그를 끔찍한 살인자(가해자)이자 동시에 자신에 의한 '피해자'이게 한다. 역설적으로 그는 왕을 시해하고자 했을 때 이미 운명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둘째, 이 극이 지닌 시의 특질이다. 간결하기 이를 데 없으나 고도로 응축된 시적 표현은 일체의 수사를 거부하면서 이 끔찍스런 영혼의 내면을 비춰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줄거리> 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는 부하 뱅코와 함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귀국하는 도중 황야에서 세 마녀를 만난다. 마녀는 그와 뱅코의 자손이 왕이 될 것이며, 버넘의 숲이 움직이지 않는 한 여자에게서 태어난 것에는 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한다. 야심에 불이 붙은 맥베스는 부인의 사주를 받아 마중 나온 덩컨 왕을 살해하고, 부하 뱅코와 영주 맥더프의 부인과 자식도 살해한다. 결국 맥베스는 뱅코의 망령에 시달리고, 부인은 양심의 가책으로 말미암아 몽유병을 앓다가 자살한다. 덩컨의 아들 말캄이 버넘 숲의 나뭇가지를 들고 쳐들어오고, 맥더프가 제왕절개로 태어났다고 말하자 맥베스는 기력을 잃고 맥더프의 칼에 숨을 거둔다. 맥더프는 말캄을 왕으로 옹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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