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여름 상해에 다녀왔습니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려 했는데 날씨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제 생각을 담은 것입니다. 설령 틀리고 어우러지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널리 헤아려 봐 주시고 정보가 된다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갈까 말까 망설이시는 분들께 용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여행중에 만난 중국인, 한국인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럼...
7월 12일(토)
이동포인트 : 서울-인천공항-푸동공항-숙소
후~욱하고 뜨거운 바람이 동방항공기 트랩과 연결대 사이에서 불어온다. 출발 몇 일전 상해 지점의 고과장의 조언에 따르면 상해의 날씨가 무지하게 더우니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와야 한다는 전언이 새삼 상해의 기온을 느끼게 해준다. 푸동국제공항(浦東國除空港)은 상해시의 동쪽 바닷가에 인접하여 있었고 상해라는 중국 대도시 국제공항은 우리 인천공항에 비하여 규모는 대체로 작아 보인다.
지난밤 소풍가는 어린아이마냥 밤새 뒤척인 탓인지 다른 날에 비해 이른 새벽에 기상을 하였고 어제밤 꾸려놓은 짐을 두르고 밥 굶지 말고 잘 먹고 다니라는 아내와 같이 가지 못해 서운해 하는 아이들을 뒤로 한 채 집을 나섰다. 비행기여행. 항공여행으로는 그다지 많은 여행을 해보지 않아 마음이 바빠진다. 그동안 했다 치더라도 여행사의 깃발아래 뒤따른 여행을 한 적은 있지만 작년 북경으로의 선박편, 이번 홀로 떠나는 항공여행은 그 순서나 절차가 낮설기만 해 무리없이 잘 하고 올 수 있을까하는 부담감도 적지않게 든다. 게다가 중국에서도 사투리가 심한 곳이라 하지 않더냐... 인천공항은 지난번 인천마라톤대회가 이곳에서 열려 일부러 공항을 둘러 볼 양으로 찾아왔었다. 그때 언제나 외국여행 한번해보나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기회는 만들면 생기는 것. 항공사에서 보딩패스를 받고 출국신청서와 공항이용료를 구입하니 간단한 절차는 끝났다. 짐이래야 이십리터짜리 작은 배낭하나. 보안검사대를 통과하는데 직원이 짐을 보잔다. 스크린을 보니 작은 가위가 붙어있는 기구였다. 지난번 웍샾때 받은것을 선그라스에 넣었던것인데 스크린에 보여 가방을 봐야겠단다. 물건을 건네주고 출국심사대를 거쳐 탑승대기실에 앉아 시간을 기다린다.
중국여행. 지난해 북경여행을 마치며 가족들에게 그렇게 이야기 했었다. 다음엔 혼자 다녀오겠노라고. 하지만 년 초에 다시 여행을 계획하면서 올 여행에도 가족들을 동반하고 장거리 기차여행을 하려고 생각을 했었다. 오월이나 유월 즈음에 하려고 했던 계획이 사스라는 무지막지한 장벽앞에 사그라지고 말았고 일정변경으로 인한 아이들의 학업에 영향을 줄 수 없어 혼자서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중국. 이제 잠에서 막 깨어 포효하려는 사자와도 같은 나라. 그 내면에 모든 것을 숨기고 나타내려 하지 않던 나라 중국. 한 시대 전 세계를 호령하며 군림하였던 중국. 하지만 지난 몇 세기동안 장막을 치고 움직임이 없던 나라. 그리고 한국과 가장 가깝고 역사적으로 관계가 많은 나라. 한류의 열풍이 불고 있고 우리와의 무역이 많은 나라 중국.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그들을 만나 대화하고 사는 모습을 보고 싶었고 최근 그들의 발전상을 보고 싶었다. 책에서 서술된 삼성, 엘지 등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잘 나가고 있는 한국 그룹들에 대한 중국인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고 한류의 열풍으로 인한 중국인들의 대한국인들의 생각이 어떤지 알고 싶었다. 단지 짧은 중국어로 그들과의 깊은 대화는 어려울 것이므로 발품을 팔더라도 많은 곳을 돌아보고 올 생각으로 나선다.
푸동공항 입국심사대를 나와 버스승강장을 물으니 직진하여 나가면 버스를 탈수 있단다. 노선버스 5번. 미리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그 버스가 숙소 부근인 인민광장까지 간다는 정보를 얻었기에 버스 탈것을 결정하였다. 다행히 바로앞에 버스승강장이 있어 승차를 하였다. 금액은 15원. 에어컨시설이 잘되어 있고 노선을 보니 푸동신추(浦東新區), 인민광장을 거쳐 상해역이 종점인 리무진 버스였다. 버스앞에 서있는 복무원(服務員)에게 인민광장에 가느냐 물으니 거침없이 타란다. 잠시후 버스비를 받더니 버스는 출발을 한다. 조금전 착륙전 비행기 위에서 본 푸동(浦東)지역의 넓은 평야를 쭉 뻗은 고속도로를 따라 리무진버스는 달려가고 있다. 얼추 한시간이나 지났을까 버스는 빌딩숲을 지나치고 있었다. 복무원에게 인민광장에 도착하면 알려달라고 미리 부탁을 해놨기에 안내원이 버스에서 내리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처음 밟아보는 상해 두리번거리며 우선은 지도를 구입해야 겠다 생각하고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편의점 직원에 지도를 달라고 이야기하니 못알아 듣는다. 지!도! 두번째 큰소리로 이야기하자 알아듣고 지도한장을 건넨다. 그리고 잘 도착했음을 집에 알려야 겠기에 공중전화카드를 한장 구입했다. 버스에서 내린곳은 연안대로로 들어가는 길목으로 인민광장으로는 한 블럭위 상해상창이 위치한 곳이었다. 표지판을 따라 우선 인민광장으로 향한다. 인민광장. 상해박물관과 시정부가 있는 나름대로 정리가 잘된 곳이지만 지금은 숙소를 찾기에 바쁘다.
* 선장청년반점(Captain Hostel) : 국제유스호스텔, 2인실, 4인실, 다인실이 있으며 대부분 다인실을 이용한다. 1박에 55원을 하며, 6개층으로 1층은 로비, 식당, 왕빠가 있으며 다인실은 4,5,6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6층엔 노아라는 술집이 있다. 다인실은 대체로 6-10인정도의 침대가 놓여져 있으며 1인당 침대하나와 짐을 보관을 할 수 있게 사물함을 하나 준다. 각 층마다 공동샤워실 과 공동화장실이 있으며 비교적 깨끗한 편이고 각방마다 에어컨디션이 있어 쾌적한 편이다. 짐을 보관해주기도 하며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위치는 인민광장 동쪽 복주로에 위치하며 그도로의 와이탄쪽에 붙어있기에 한참을 걸어야 한다. 등록시에 첫째날의 숙박비와 야진(押金, 보증금 : 숙박일에 맞춰서 요구한다)을 지불하면 열쇠와 담요를 건네준다.
숙소안에 들어가니 모두들 밖으로 외출을 하였는지 조용히 에어컨디션 소리가 들려오고 아무도 없다. 이제 시작이다. 무엇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아무것도 준비된 것은 없지만 우선은 조금만 나서면 상해 와이탄(外灘)의 전경이 펼쳐지기에 나서기로 한다. 건물을 나서면 화~악하는 (서울서 일기예보를 봤을땐 35도라고 했었는데) 아스팔트와 백년이 넘은 고딕식 대리석 건물에서 뿜어나오는 뜨거운 열기가 도시를 감싸고 있다. 이곳 와이탄지역 서구의 경제적인 영향하에 있다보니 그들의 도시문화가 그대로 보존이 되어 있다. 7-8층 높이의 화강암 또는 대리석 건물을 고딕식으로 구성하였고 도로는 2-3차선의 좁은 도로가 나있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오래된 도시에서 풍기는 침침함과 코끝을 스치는 춥춥한 냄새 그리고 어두움. 아마도 이도시에서 오래 살다보면 시간의 흐름이 없는 닫혀버린 세월에 있을 것만 같은 답답함이 느껴지리라...
와이탄. 황푸쟝(黃浦江)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 포동신구의 마천루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사이에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동방명주탑(東方明珠塔)이 보인다. 굵고 둥근 삼각다리로 받치고 서서 곧게 뻗은 몸뚱이에 둥근 전망대를 두르고 있는 탑으로 지금은 상해의 가장 큰 명물이리라. 황포강은 남에서 북으로 흘러 바다로 흐르고 크고 작은 화물선과 유람선, 바지선이 흐르고 있었다. 와이탄의 남쪽 방향으로 내려가다 길 건너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곳이 어디이던 상관하진 않았다. 단지 특별한 계획이 없던 차이어서 아무 곳이나 구경하다 들어갈 심산이었다. 그곳 와이탄의 남쪽방향은 대체로 빈곤한 인민들의 생활주거지이다. 이곳 골목길은 오래되어 빛바랜 남루한 건물안에 여러 가구들이 모여살고 골목골목마다 공동화장실과 공동수도꼭지가 길쪽으로 나있고 조그만 구멍가게가 물건을 풀어놓고 영업을 하고 있으며 한 노인이 둥근형의 도마위에 커다란 칼로 돼지고기를 요리하기 위해 썰고 있었다. 언제이던가... 아주 어린시절 삼양동 달동네에 살때 좁은 골목길 끝에 있던 공동변소간(어떤 여름날 그곳에선 동네어른들이 개를끌고 간적도 있다), 동네에 하나 있던 우물가(나중엔 물차가 와서 배급을 줬었다), 회잿빛의 골목길, 그리고 낮은 기름지붕,,,, 어린시절의 연상이 되는 정 익은 골목길. 지금 살아보라면 차마 그러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드는 이곳. 이들의 생활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짐작케 해주고 있다.
낮에 구입한 전화카드를 사용하여 보려고 여러 차례 공중전화기에 넣고 시도를 해봤지만 도저히 사용법을 모르겠기에 호텔로비에 물어봤더니 이곳에서 사용하여 보라고 하기에 시도해 봤는데 역시나 안된다. 하는수 없이 왕빠(罔巴,인터넷피씨방)를 찾았다. 찾은 길에 아이들에게 간단히 메일을 넣고 카드 사용법을 확인하였다. 카드는 IP종으로 일반전화를 사용하는데 ID와 비밀번호 그리고 전화번호를 투입하면 되는 것인데 아까 호텔에선 왜 안되었을끼? 다시 숙소로 돌아와 책자를 보니 국가번호앞에 "00"을 넣지 않으면 안되는 지역이 있다하여 재시도 하여 보니 이번엔 제대로 걸린다. 전화 한 통화 해보려고 한참을 애먹은 생각하면.....ㅉㅉ
어제의 선잠 그리고 이동의 피로가 쌓였는지 잠은 일찍 찾아왔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맛있는 칭따오(靑島)맥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숙소에 들어와 잠을 청하는데 건너편 침대주인들이 들어온다. 서구인들 4명(나중에 알았지만 호주인 2명과 웨일즈인 2명)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잠을 청했다. 잠결에 그들이 조심스레 발걸음소리를 듣긴 했지만 대체로 무난하게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