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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자서전을 쓴다면, 아마도 이 책의 내용이 바탕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가 만 55세가 되던 해까지의 살아온 흔적을 한국의 현대사와 연결시켜 다루고 있다. 따지고 보니 1959년생인 저자의 삶은 4.19와 5.16으로부터 시작되어, 박정희 정권의 출범과 유신독재를 거쳐 광주항쟁 억누르고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 정권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후에도 1987년의 6월항쟁과 직선제 개헌을 거쳐 ‘보통사람의 시대’를 내세웠던 노태우 정권이 집권하고, 다시 3당야합으로 집권한 김영삼 정권은 ‘문민정부’를 표방하였다. 여러 명의 대통령을 거쳤지만, 이 당시까지만 해도 친일파의 후예로 반공을 표방했던 주류세력은 권력 핵심부에 포진하고 있었다. 1997년 김대중 정권의 탄생으로 비로소 여야의 정권교체가 이뤄졌으며,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짧은 10년 동안의 민주 정부가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기간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에서는 다시 대한민국이 권위주의의 통치 아래 국민들은 힘겹게 지내야만 했다. 이후 문재인 정권에 의해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만, 저자의 기록은 이전 박근혜 정부의 시기에서 멈춰져 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박정희 정권이 수하인 김재규에 의해 살해당하면서, 잠시 민주화를 염원하던 ‘서울의 봄’ 시절 저자는 대학생이었다. ‘서울대 프락치 사건’으로 인해 시국사범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저자가 재판 과정에서 쓴 ‘항소이유서’는 이후 그의 인생을 좌우하는 사건이었을 것이다.
‘노사모’를 거쳐 정치에 뛰어든 저자는 개혁국민정당을 창당하여 본격적으로 정치인으로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노무현 정권 시절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동안 TV 프로그램에서 정치평론을 담당하던 그는 이제 정치와는 거리를 두면서, 저술가로서의 삶을 살겠다고 결정했다고 한다. 이렇게 그가 살아왔던 삶의 흔적은 그대로 한국의 현대사와 겹치게 되니, 저자가 자서전적인 기록을 남기면서 <나의 한국현대사>란 제목을 달았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나와 관련된 한국현대사를 재구성해보기도 하였다. 삶의 경험이 다르기에 상세한 내용은 다를지언정,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은 전적으로 저자만의 것이 아니라, 주요한 부분들은 그 시대를 살았던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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