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사랑이 어떻더냐, 情詩/정민 著
담장 가의 발자국
*-<노상소견路上所見> 강세황姜世晃(1713~1791)
비단 버선 물결 걷듯 사뿐사뿐 가더니 凌波羅襪去翩翩 (능파라말거편편)
중문 한번 들어서곤 아득히 사라졌네 一入重門便査然 (일입중문편사연)
다정할사 잔설이 그래도 남아 있어 惟有多情殘雪在 (유유다정잔설재)
그녀의 발자국이 담장 가에 찍혔구나 屐痕留印短墻邊 (극흔유인단장변)
*-<자적自適> 이옥봉
빈 처마엔 낙숫물 보슬보슬 비 내리고 處簷殘溜雨纎纎 (처첨잔류우섬섬)
잠자리의 한기는 새벽 들어 더하누나 枕簟輕寒曉漸添 (심점경한효점첨)
꽃 지는 뒤뜰에 봄잠이 달콤한데 花落後庭春睡美 (화락후정춘수미)
지지배배 제비는 발 걷으라 재촉하네 呢喃燕子要開簾 (니남연자요개렴)
*-<춘사春詞> 박제가
허공을 쪼갤 듯이 그네가 솟구치자 劈去秋千一頓空 (벽거추천일돈공)
바람 먹은 두 소매가 당긴 활등 같구나 飽風雙袖似彎弓 (포풍쌍수사만궁)
높이 솟다 저도 몰래 치맛자락 터져서 爭高不覺裙中綻 (쟁고부각군중탄)
붉게 수놓은 꽃신 코가 빼꼼히 드러났네 倂出鞋頭繡眼紅 (병출혜두수안홍)
야릇한 마음
*-<채련곡採蓮曲> 성간
오월이라 야계엔 날씨가 화창한데 耶溪五月天氣新 (야계오월천기신)
야계의 아가씨는 다리도 희고 곱다 耶溪女子足如霜 (야계여자족여상)
야계의 물가에서 어울려 연밥 따니 相將採蓮耶溪上 (상장채연야계상)
파아란 머리 장식 햇빛 받아 반짝이네 翠微㔩葉輝艶陽 (취미압엽휘염양)
연밥은 암만 캐도 한 줌이 안 되는데 採採蓮花不盈掬 (채채연화불영국)
백사장 쌍쌍 원앙 문득 샘이 나누나 却妬沙上雙鴛鴦 (각투사상쌍원앙)
원앙은 짝져 날고 얘기도 못 나누니 鴛鴦雙飛不得語 (원앙쌍비부득어)
노 저어 돌아오면 공연히 애끊누나 蕩槳歸來空斷腸 (탕장귀래공단장)
*-<반속요返俗謠> 설요薛瑤(?~693) 《전당시全唐詩》에 수록
구름의 마음 되어 정숙함을 생각하나 化雲心兮思淑貞 (화운심혜사숙정)
산골짝 적막하다 사람조차 뵈질 않네 洞寂寞兮不見人 (동적막혜불견인)
고운 풀 꽃다워라 향기를 품었건만 瑤草芳兮思芬蒕 (요초방혜사분온)
이 푸른 청춘을 장차 어찌할거나 將奈何兮是靑春 (장내하혜시청춘)
※설요는 6년의 산중생활을 접고 이 노래를 부르며 환속해 곽원진郭元振의 아내가 되었다
*-<염양사艶陽詞> 성간
백면서생 도련님 준마에 올라타고 白面書生騎駿馬 (백면서생기준마)
낙교의 서쪽 물가 답청놀이 나오셨네 洛橋西畔踏靑來 (낙교서반답청래)
미인은 싱숭생숭 야릇한 맘 못 이겨 美人不耐懷春思 (미인불내회춘사)
담장 머리 내다보며 웃음을 띄우누나 擧上墻頭一笑開 (거상장두일소개)
*-신위申緯(1769~1845)가 자신의 소실로 들어오려는 변승애卞僧愛라는 기생에게 주었다는 詩
73세의 노인과 이제 갓 스물셋인 아가씨의 사랑시로 50년을 뚝 떼어내면 멋진 로맨스를 이룰 수 잇다는 안타까움
흰 모시 적삼에 눈썹 곱게 그리고서 澹掃蛾眉白苧衫 (담부아미백저삼)
마음속 전 둔 얘기 재잘재잘 애기하네 訴衷情話燕呢喃 (소충정화연니남)
임이여 내 나이를 묻지를 말아주오 佳人莫間郞年歲 (가인막간랑연세)
50년 전에는 스물셋이었다오 五十年前二十三 (오십년전이십삼)
보름달 같은 임
*-<절화행折花行> 《대동시선大東詩選》에는 이규보의 작품이라 했는데 그의 문집에는 없는 작품이다
모란꽃 진주 같은 이슬을 머금으니 牧丹含露眞珠顆 (목단함로진주과)
미인이 그 꽃 꺾어 창가를 지나간다 美人折得窓前過 (미인절득창전과)
방긋이 웃으면서 임께 하는 말 含笑間檀郞 (함소간단랑)
"꽃이 어여쁜가요 제가 어여쁜가요?" 花强妾貌强 (화강첩모강)
신랑은 일부러 장난치느라 檀郞故相戲 (단랑고상희)
"당신보다 꽃이 훨씬 어여쁘구려" 强道花枝好 (강도화지호)
그 말에 미인은 뾰로통해서 美人妬花勝 (미인투화승)
꽃가지 내던져 짓뭉개더니 踏破花枝道 (답파화지도)
"꽃이 진정 저보다 좋으시거든 花若勝於妾 (화약승어첩)
오늘 밤은 꽃과 함께 주무시구려" 今宵花與宿 (금소화여숙)
*-<나홍곡曪嗊曲> 성간
제 마음 일편단심 대나무 같고 妾心如斑竹 (첩심여반죽)
임의 마음 둥그런 달과 같아요 郞心如團月 (랑심여단월)
둥근 달은 찼다가도 기운다지만 團月有虧盈 (단월유휴영)
대 뿌리는 얼키설키 서려 있지요 竹根千萬結 (죽근천만결)
*-<정인과 작별하며[別情人(별정인)]> 정포鄭誧(1309~1345)
새벽녘 등불이 남은 화장 비추는데 五更燈燭照殘粧 (오갱등촉조잔장)
이별을 말하려니 애가 먼저 끊어지네 欲話別離先斷腸 (욕화별리선단장)
달도 다 진 새벽녘에 문 열고 나서려니 落月半庭推戶出 (낙월반정추호출)
살구꽃 성근 그림자 옷깃에 가득하다 杏花疎影滿衣裳 (행화소영만의상)
진 꽃잎 볼 적마다
첫댓글 꽃신 코가 빼꼼히~~~좋다~~
한시를 대할적 마다
그런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잘 지은 한시라해도
우리말로 어떻게 옮기는가에 따라
그맛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