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각인형 (외 1편)
김 해 빈
간밤에 내린 비는 간절한 떨림으로 창을 두드렸지
슬그머니 어둠이 떨어져 나가고
안개 속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대지
말귀 닫힌 방,
틀어진 문틈으로 짙은 빛살이 드리워지고
모서리에 기대어 선 그림자 들어 올리는 거미 한 마리
눈과 귀를 닫은 채 숨이 차다
아버지가 남기고 간 집에선
다섯 마리 비둘기는 구구대지 않는다
그래도 어머니는
밤낮 이명에 찬 귀를 새우고 허공의 새를 쓰다듬어보지만
마른 날개 우수수 떨어져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어머니, 자꾸만 독백의 언어를 쏟아낸다
‘우야꼬, 야야’
‘내가 지금 산 구신 아이가’
‘이렇게 오래 살아서 우짜겠노’
비 그치고, 문을 두드리는 허공의 깊이가
수직으로 되살아나는 염려의 방
거기엔, 아흔두 개의 인형이 거미줄 타고 춤을 춘다
비둘기낭 폭포
그대 눈물 왈칵 쏟아낸 날
한낮인데도 달이 휘영청 떠올라
골짜기에 파고드네요
화염의 상처로
주상절리에 박혔던 멧비둘기 발자국
까마득히 지워졌지만
며칠째 내린 비로
강을 끌고 일어서는 날갯짓이
시간을 거슬러 보금자리 짓네요
짙은 녹음에 쌓여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갈라진 협곡 따라 굳은살 깎아내면
노여움에 쌓인 나는
전설처럼 물안개에 젖어
쪽동백 향기를 배웅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