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찾아든 가을이 벌써 짐을 꾸리고 있네요.
'잊혀진 계절'이 불리기 전에도 시월은, 마지막 밤엔
이런 기분이 들었을까요?
오늘 문득 박인희 '세월이 가면'이라는 노래가 생각나 오래 불러 보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시를 읊조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의문, 어떻게 이름을 잊을 수가 있지? 여태 이 노래를 부르면서 한번도 의심한 적 없는 노랫말, 첫소절. 여태 반어법이 쓰였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가사를 쓰다보니 전에 안 보이던 게 오늘은 새로 보입니다.
11월도 내내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첫댓글 아직 남아있는 가을이 애잔하게 다가옵니다.
아니, 다가온다는 것 보다 사라져가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뚝뚝 떨어집니다. 낙엽입니다.
세월이 가면. 좋지요. 잊혀진 계절도 지금 몇 번 들었습니다. 애절한 가사도 좋지만 시작되는 피아노 소리가 더 좋습니다.
우리 한아 님의 11월 달력에 많은 사연들이 빼곡히 쌓이면 참 좋겠습니다.
시월은 차분하게 가을을 맞이하게 해주었는데 11월은 왠지 서러워집니다.
한층 더 깊어진 가을을 부여잡고 시린 가슴으로 이 가을을 붙안고 있습니다.
섭섭하지 않게 사랑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