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의 시 실버들은 가는 봄의 아쉬움을 노래한 글로 요즘 이맘때의 봄이 딱 실버들 늘어진 가지가지에 연둣빛 새순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미풍에 흔들리는 실버들 가지는 상상 만으로도 가는 봄의 아쉬움을 담은 운치가 느껴진다.
옛 선인들의 산수화 속에 등장하는 것이 실버들이요. 또 시제로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대 시와 노래 가사 속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실버들이니 아마도 실버들이 지닌 운치와 가느린 가지의 흔들림이 사랑을 받는 것이렸다
그리고 동요 "아가야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의 2절에도 등장하는 노랫말에 "비단 물결 남실남실 어깨 춤추고, 머리 감은 수양버들 거문고 타며, 달밤에 소금쟁이 맴을 돈단다"로 노랫말이 참 감성 썩이고 서정적이라 이 동요인 노랫말을 접하는 순간 눈물이 핑 돌 만큼 향수에 젖게 된다.
또 민요 천안 삼거리 능수야 버들 아로 시작되는 노랫말에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이 실버들이 이 땅에서 대대로 흔하지만 귀한 대접을 받은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垂楊深處依開窓 (수양심처의개창)
수양버들 늘어진 창을 열고 기대어 서니
小院無人長綠苔 (소원무인장녹태)
님 없는 작은 뜰엔 푸른 이끼만이 자라고
簾外時聞風自起 (렴외시문풍자기)
주렴 밖에 가끔 봄바람 절로 일 때면
幾回錯認故人來 (기회착인고인래)
님 오시나 속은 것이 몇 번이던고.
- 春風 / 金芙蓉 -
그만큼 이 실버들이 지닌 자연 미가 뛰어났다는 이야기로 보는 이에 따라서 이별이 연상되기도 하고 그리움이 또 기다림이 연상 되기도 하는 한과 멋을 모두 지닌 나무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실버들은 줄기가 실처럼 풀어 늘어진다고 실버들이라 했다는데 수양버들로 불리기도 하고 능수버들 그리고 실버들로 불리기도 한다는데 모두가 같은 나무 다른 이름이란다.
다만 수양버들은 중국 쪽에서 건너온 이름이고 능수버들은 우리나라의 토종이라는데 자료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수양버들은 줄기의 잔가지가 적갈색이고 능수버들은 줄기의 잔가지가 황록색으로 구분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수양버들이라는 이름은 아버지를 죽이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수나라 2대 황제 양제(煬帝)가 황하와 회수를 잇는 대운하를 만들면서 제방에 버드나무를 심었는데 백성들에게 상을 주어 가며 많이 심기를 권장하였는데
내용인즉 백성들에게 수양버들 한 그루를 바치면 비단 한 필을 하사하겠다고 하니 백성들이 앞을 다투어 수양버들을 바쳤고 이를 기뻐한 양제가 자신의 성(楊)을 붙여 양류(楊柳)라는 이름을 하사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전하는 설도 있는데 일리가 있어 보인다.
수양버들은 보통의 버들과는 달리 가지와 잎이 더 가늘고 길어서 실버들이라고도 하고 또 絲柳(사류), 細柳(세류)라고도 한단다
岸有垂楊山有花(안유수양산유화)
강가에는 수양버들 산에는 꽃 피는데
離懷悄悄獨長嗟(이회초초독장차)
이별에 속 태우며 홀로 한숨 토해 내네.
强扶藜杖出門望(강부여장출문망)
지팡이에 겨우 짚고 문밖을 나서 바라보니
之子不來春日斜(지자불래춘일사)
그대는 오지 않고 봄날은 저물어가네.
- 春日待人 / 宋希甲 -
그리고 수양버들은 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아왔으며 선비의 시제가 되기도 했고 노랫말이 되기도 했으며 가는 봄의 아쉬움을 달래는 사연이 되기도 했는데 정작 그런 애정과는 달리 집안에는 심지 않았다고 한다.
가령 우리 풍습에 집안에 넝쿨을 심으면 넝쿨 모양으로 일이 잘 꼬이고 풀리지 않는다고 하여 꼬이는 나무는 심지 않았다는 설과 비슷한데 수양버들의 늘어진 줄기가 상을 당한 여인의 풀어헤친 머리가 연상된다 하여 집안에 불행한 일이 있을 것이란 미신 때문이란다.
그 외에도 지방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수양버들을 집안에 심기를 기피했다고 하는데 모두가 미신인 것 만은 사실이고 또 노량진 같은 경우는 수양버들 숲이 울창해 노들나루라 불렀다고 한다
중국의 경우는 우리와 반대로 집안에도 수양버들을 심었다고 하는데 그 하나의 예로 도연명이 귀향해서 집안에 다섯 그루의 수양버들을 심었는데 그를 일러 다섯 그루의 수양버들을 뜻하는 五柳(오류) 선생이라 불렀다고도 한다
水晶簾外日將闌(수정렴외일장란)
수정 주렴 밖에서는 날이 이미 저무는데
垂柳深沈覆碧欄(수류심침복벽난)
수양버들 늘어져서 덮은 난간 푸르구나
枝上黃鶯啼不妨(지상황앵제불방 )
가지 위의 꾀꼬리가 우는 것을 방해하랴
尋君夢已到長安(심군몽이도장안)
꿈에서도 임 찾아서 한양 땅에 이르리라
- 春夢 / 姜只在堂 -
그리고 평양의 경우 별칭이 柳京(류경)으로 옛날 평안도 사람들의 기질이 너무 강하다 해서 정서를 유화 시키기 위해 평양에 수양버들을 많이 심었는데 그래서 류경 이란 별칭이 생겼다고도 한다
수양버들의 다른 이름 실버들의 이미지는 가는 봄이다.
어떤 이는 꽃이 지는 모습을 보고 봄날은 간다고 노래를 했건만 같은 뜻 다른 의미 실버들 천만사 연둣빛 새순을 물고 가녀린 줄기를 늘어뜨리니 부는 바람에 물결이 치듯 일렁이는 실버들 가지, 마치 가는 봄이 연상 되었던 모양이다.
엊그제 내린 비로 봄물은 작은 하천을 흘러내리고 물가의 실버들 가느다란 가지마다 실바람이 감도는 신록의 오월이다.
실버들 그늘 넘어 언덕 높은 곳에는 찔레꽃이 하얗게 꽃잎을 물었고 개울가 작은 밀밭에는 이삭이 패기 시작하니 아마도 먹이가 풍족해진 종달새가 반가움을 더 하는 요즈음일 것이다
실버들을 천만사 늘여 놓고도
가는 봄을 잡지도 못한단 말인가
이 내 몸이 아무리 아쉽다기로
돌아서는 님이야 어이 잡으랴
한갓되이 실버들 바람에 늙고
이 내 몸은 시름에 혼자 여위네
가을바람에 풀벌레 슬피 울 때엔
외로운 맘에 그대도 잠 못 이루리"
- 김소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