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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역사기행, 울릉도 독도 탐방 - 울릉도 울렁울렁 일주길 (3)
2021년 10월 9일(토)
오늘은 575돌을 맞는 한글날이다.
5시에 일어나 기도문과 감사 제목들을 쓰고 난 후 오늘 울릉도 일주할 나들이 가방을 챙겨 놓은 후 세면을 하고 아침 산책길에 나섰다.
혹시나 도동항 공원에서 일출을 볼 수 있으려나 하고 기다려 보았지만 날이 흐려서 해가 뜰 기미조차 없었다. 도동항 주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파도를 피하지 못해 운동화가 젖기도 하였다. 산책로 주변의 맑은 바닷물 속엔 미역이 너울거리며 춤을 추고 있고 톳들은 자리를 굳게 잡고 파도에도 제 자리에서 또렷한 자세를 잃지 않고 있었다. 마침 오징어잡이 배가 들어와서 오징어 하역하는 모습과 오징어 창자 분리하는 모습들을 지켜보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6시 50분에 나들이 가방을 챙겨 들고 한글날이어서 집집마다 태극기가 만발한 골목을 지나 등대식당을 향하였다. 아침은 울릉도 특산물인 부지깽이국과 나물로 식사를 하고 8시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 아내와 함께 도동항을 다시 산책하였다.
산책길에 아내로부터 얘기를 들으니 어젯밤 함께 동숙한 유OO 님이 아내의 초중고 후배란다. 그래서 밤새 얘기꽃을 피우며 추억의 나래를 펼쳤단다. 사람의 만남이란 것이 이렇게 문득 이루어져 없었던 인연이 생기고 이어져가게 되나 보다. 그러고 보니 나조차도 유OO 님이 처가쪽의 가까운 인연이 있는 사람처럼 여겨서 한결 편하게 여겨진다.
8시가 되어 본격적인 울릉도 일주 투어가 시작되었다. 버스에 탑승하여 간간이 기사님의 안내를 들으며 여행길에 올랐다.
맨 먼저 도착한 곳은 저동항에 있는 촛대바위였다. 촛대바위는 오징어잡이 배들이 정박해 있는 저동항 풍경을 모두 아우르는 자리에 우뚝 서 있으며 일출과 야경이 아름다운 곳이란다. 조업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다 돌로 굳어버린 전설을 지니고 있어 효녀 바위라고도 일컬어진단다.
다시 저동항을 출발하여 봉래폭포로 향하였다. 좁은 길에 관광버스들이 빈번하게 통행하게 되어 승객들을 긴장하게 하는 아슬아슬한 구간을 지나 봉래폭포 입구에 도착하였다. 봉래폭포까지 다녀오는 코스다 폭포 가는 길에 서울집 상호를 가진 호박 막걸리집이 있었다. 아침이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고 김OO 님과 정OO 님과 셋이서 막걸리를 한 잔씩 걸치고 곧장 일어서 봉래를 향하였다.
봉래폭포는 저동항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있는 3단 폭포이다, 울릉읍 주민들의 상수원이기도 하다. 폭포로 향하는 길엔 삼나무 숲을 이용한 산림욕장과 나무데크길, 쉼터 등이 마련되어 있었다. 폭포를 다녀오는 길에 아내의 후배라는 유OO 님을 만나 후배임을 거듭 확인한 후 사진도 찍어주며 친밀감을 확인하였다. 오르는 길에 지나쳤던 풍혈에도 들러 시원한 자연 바람을 쐬며 땀을 식히기도 하였다.
10시가 되어 내수전 일출 전망대에 도착하여 전망대까지 빠른 걸음으로 다녀왔다. 전망대에 오르는 길은 수많은 동백나무와 마가목 등이 터널을 이루고 있어 오르막길임에도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아름답다. 좋다는 마음만 가득하였다. 전망대에 오르니 금방 다녀왔던 저동항과 관음도, 죽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야경도 아름답다는데 밤까지 기다릴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행들은 피곤한지 대부분 전망대 아래에서 군것질을 하며 주변 경치를 둘러보고 있었다.
10시 50분에 다시 버스를 타고 터널을 3개나 지나 관음도 삼선암에 도착하였다. 울릉도 해상 비경 가운데 으뜸으로 손꼽히는 삼선암은 지상에 내려온 세 선녀가 바위로 변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단다. 이 중 제일 늑장을 부린 막내 선녀 바위에만 풀이 자라지 않는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까지 재밌다. 참 신비한 것이 자연임을 알면서도 신비를 만날 때마다 그 새로움을 특별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자연만의 비법 때문이리라.
11시 30분에 삼선암에서 출발하여 나리분지에 도착하였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나리촌 식당에서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씨껍데기막걸리를 주문하여 한 잔씩 나눠마시면서 산채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다. 부지깽이나물은 비빔밥에도 매우 요긴한 재료였다. 규모가 상당히 큰 식당에 손님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하였다.
식사 후에 나리분지를 둘러보았다. 나리분지는 화산 분화구가 있던 평지로 울릉도에 위치한 유일한 평지이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이다. 그 규모가 동서의 폭이 1.5㎞, 남북의 길이가 2㎞, 면적이 1.5∼2.0㎢이다. 주변에는 해발고도 500m 전후의 외륜산(外輪山)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으며, 그 가운데 제일 높은 곳이 남쪽에 위치한 성인봉(聖人峰, 984m)이다.
성인봉을 가보고 싶었으나 일정상 갈 수가 없어 숙제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고요함,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흔히 볼 수 있는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처럼 보이지만, 울릉도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란다. 생소한 주거형태인 투막집의 내외부를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이곳에서 생활했던 울릉도 주민의 모습들이 조금 그려진다.
오후 1시 15분에 버스를 타고 섬백리향 향수, 비누 체험장에 잠시들러 둘러보고 코끼리바위와 노인봉에 도착하여 잠시 산책할 시간을 가졌다. 코끼리바위는 원래 울릉도와 연결되어 있으나 파도에 의해 깎이면서 지금의 코끼리 모양이 만들어졌다. 현재는 항구로부터 500여m 떨어진 바다에 있는 바위섬이다. 높이 50m, 길이가 약 80m의 섬으로 바위 표면에는 여러 방향으로 주상절리가 발달하고, 코 부근에 높이 약 10m의 아치형 해식동굴이 있어 마치 물속에 코끼리가 코를 담그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고, 바위에 구멍이 있다하여 공암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코끼리바위를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바위가 산위에 있는데 높이 약 200m의 노인봉이다. 나중에 차를 타고 가면서 돌아보니 바위의 암석 표면들 절리들이 노인의 주름살처럼 보여 그 이름을 노인봉이라 했음이 절로 이해가 되었다.
이어서 울릉도 3항 중 하나인 현포항을 경유하여 호박엿 체험관에 들렀다. 울릉도가 호박엿으로 유명한 것을 확인이라도 하듯 체험관 앞마당엔 호박들이 산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생전에 이렇게 많은 호박 무더기를 본 적이 없다.
이윽고 아침에 출발했던 저동항 촛대바위 앞에 도착하여 마지막으로 울릉도 특산물 전시장에 들러 필요한 선물들을 구입하도록 하였다.
그러고 보니 오후엔 계속하여 특산물 매장만 둘러본 셈이었다.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오후 3시 50분경에 숙소에 돌아와 짐 정리를 간단히 마치고 강두희와 함께 도동항 산책길에 나섰다. 아침에 눈도장을 찍어둔 도동항 해변길을 걷기로 했다. 이른바 행남해안 산책로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고의 해안산책로로서 도동항에서 저동 촛대바위에 이르기까지 실로 변화무쌍한 비경이 펼쳐진다. 기암절벽, 천연동굴의 곁을 따라 때로는 바위와 바위 사이를 잇는 무지개다리를 건너 울릉도의 포구와 해안을 발끝으로 느끼고 눈을 휘둥그렇게 놀라게 하며 가슴을 울렁울렁(울릉울릉)거리게 하고 먹먹하게 만드는 마력 있고 매력이 넘치는 길이다. KBS 1박2일 팀이 울릉 1경으로 꼽은 이유를 넉넉히 알만하다.
바다를 곁에 두고 긴 산책길을 걷노라니 행복과 즐거움이 절로 느껴졌다. 강두희도 너무 좋아 ‘행복하다, 좋다, 아름답다’고 연신 감탄하였다. 조그마한 불안도 없이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마냥 좋았다. 마치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의 소년소녀처럼 약속했다. ‘앞으로 둘이서 전국의 아름다운 길을 걷자. 둘이서 함께도 걷고 때로 혼자서라도 걷자’고. 아내가 좋다고 하니 나는 덩달아서 더 좋기만 하였다. 참으로 오붓하고 행복한 마음을 충만하게 충전하고서 5시 40분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위해 향토횟집으로 향하였다. 이미 식당엔 일행들이 모두 도착해 있었다. 광어, 방어, 오징어회로 만찬을 넉넉하게 즐겼다. 회를 즐기지 않는 이OO 관장님은 울릉도 짬뽕을 배달시켜 함께 나눠 먹으며 우정을 다지고, 울릉도 여행을 같이 할 수 있게 됨을 서로에게 감사하였다.
어제 울릉도에 들어올 때 멀미로 울렁울렁한 가슴이 이제 마음과 정이 넘실거림을 느끼며 도동항공원으로 모두 이동하였다. 그곳에서 밤바다를 바라보며 일행들은 독도조형물 옆에 둘러앉아 맥주를 마시며 울릉도를 노래하고 독도를 사랑하는 마음을 새삼 애국심처럼 공유하였다.
8시가 되자 일행 중 일부는 숙소로 돌아가고 나와 한 방을 쓰는 김OO 님과 강두희와 정OO 님, 유OO 님 등 다섯이서 1층 부두에 내려와서 소주에 독도새우튀김(5마리에 1만 원)을 안주 삼아 울릉도의 밤을 예쁘게 수놓았다.
그런데 부둣가 옆자리에서 여흥을 즐기던 팀에서 한 부부가 따로 떨어져 나와 서로 언성을 높여가며 심하게 다투는 모습을 보았다. 여행 와서까지 다투어야 할 일이 있었을 거라고 여기면서도 안타까웠다. 가슴 설레며 준비하고, 울렁거리는 멀미를 견디며 울릉도에 와서 파도 출렁이는 부둣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부부 싸움인가 싶으니 참 안 되었다 싶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9시에 숙소로 돌아와 샤워하고 곧장 잠자리에 들었다. 참 여러 가지를 보고 또 보고 느끼며 울렁임, 또 울렁임으로 서성대었던 하루였다.
첫댓글 울릉도도 아름답지만 두 분 모습 너무 보기 좋습니다! 사모님 노란 바지 컨셉 짱입니다요^^
멀미없이 편안한 여행되어서 다행입니다. 풍경 진짜 멋있네요. 가까운 곳서 확인되는 바위들 신비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