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메론 줄자 (외 1편)
오 미 경
사람들은 차임벨에 맞춰
시간을 눈금으로 잘게 분질러 산다
오늘도 시지프스가 되어
책걸상을 밀고 다니는 동료
메모 가득 포스트잇 볼에 붙이고
수많은 눈들이 하루의 길이를 살피다
날카로운 기세로 되감기는 줄자를 편다
오늘 살아야 할 길이를 재고 있다
학생들의 축 늘어진 그림자는
3.5미터 코메론 줄자로는 가늠할 수 없는 길이다
어쩌면 줄자를 풀기 전
끝없이 펼쳐질 듯한 눈금을 감춘 몸통이
우리들의 현실인지도 모른다
마치는 차임벨 소리에
줄자의 몸통에서 나온 꿈들이
교문을 향해 경쾌하게 펼쳐진다
별은 어디서 딸까
늦은 밤 시집에서 별을 찾다 지친 나
거실 등을 끄고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또랑또랑 눈망울들 내 발걸음을 돌려 세운다
정수기 냉장고 밥솥 모니터까지
하얀 별 붉은 별 푸른 별 초록 별
괘종시계 초침 소리에 맞춰 깜박이고 있다
어느샌가, 네잎클로버 찾아 풀섶 뒤적이던
내 스무 살이 거실 안으로 들어와 있다
찾지 못한 미련으로 뒤돌아본 풀섶에는
짓이겨진 내 꿈이 헝클어져 있었고
쓰러져 껌벅이는 클로버꽃 하얀 눈동자가
나를 원망하듯 바라보던 기억
밤이면 거실, 클로버 풀밭에 내려온 별들이
지천으로 반짝이는 걸 보았다.
차마 따지 못하고 그냥 바라만 본다.
카페 게시글
시인정신 신작시 초대석
코메론 줄자 (외 1편)/오미경
박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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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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