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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는 우동을 좋아해/한보리
내 아내를 처음 봤을 땐 몸매 예쁘고 후리지아 향기 짙은 여자였었네 큰 아들 여드름 늘 듯 체중이 불고 이제 땀내 절은 속옷처럼 쉰내만 나네
아내 곁에 누우면 눈물이 나네 오늘 꿈엔 무얼 깎는 지 잠꼬대 그치지 않네 내일은 아내에게 십만 원쯤 손에 쥐어주며 이쁜 구두 사 신으라고 얘기해야지
내 아내는 늘 바보 같아 우동만 먹고 샤넬 같은 향수는 냄새가 싫대 오늘은 아내와 함께 시장 갔는데 아내는 옷집 앞에서 발길 무겁네
내가 한 벌 사랬더니 화들짝 놀라 애들 학원비도 못 냈는데 정신이 있는 거냐네 내일은 아내에게 십만 원쯤 손에 쥐어주며 이쁜 새 옷 사 입으라고 얘기해야지. |
시계/ 한보리
시계는 똑딱 똑딱 잘도 가지, 잘도 가지 으레껏 사람들은 아침이면 일어나지 시계는 똑딱 똑딱 잘도 가지, 잘도 가지 으레껏 사람들은 밤이 되면 잠을 자지 시계바늘에 너무 잘 길들여진 사람들은 참 한심해 시계바늘에 너무 잘 길들여진 사람들은 참 이상해
나는 무척 일어나고 싶었지만 이런 젠장 일어날 순 없었지
나는 무척 졸렸지만 이런 젠장 잠을 잘 수 없었지
나는 아주 잘 길들여진 개처럼 그렇게 있어야 했어 흑과 백의 두 눈이 지켜보는 방 난 그대로 있어야 했어
시계는 똑딱 똑딱 잘도 가지 잘도 가지 시계는 똑딱 똑딱 잘도 가지 똑딱 똑딱 |
*시인 한보리는 가객(歌客)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노래 테이프가 판치던 시절, 첫 앨 범이라며 내게 노래 테이프 하나를 보내주었다. 얼마나 들었던지 테이프가 늘어나면 냉 동실에 잠깐 넣었다가 다시 듣곤 했다.
그의 노래, 아니 시는 소리 없는 눈물을 자아내는 힘이 있다. 언젠가 우리 공동체에 초청해서 주야장창 노래 같은 시,
시 같은 노래를 듣고 싶다.(이슬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