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번역 장영희)
우리를 사랑하는 긴 나뭇잎 위로 가을이 당도했습니다.
그리고 보릿단 속 생쥐에게도
머리 위 마가목은 누르슴히 물들고
이슬 젖은 산딸기 잎도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사랑이 이우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우리들의 슬픈 영혼은 이제 지치고 피곤합니다.
헤어집시다. 정열의 시간이 우리를 잊기 전에
수그린 당신 이마에 입맞춤과 눈물을 남기고….
The Falling of Leaves
by William Butler Yeats
Autumn is over the long leaves that love us,
And over the mice in the barley sheaves:
Yellow the leaves of the rowan above us.
And yellow the wet wild-strawberry leaves,
The hour of the waning of love has beset us,
And weary and worn are our sad s ouls now:
Let us part, ere the season of passion forget us.
With a kiss and a tear on thy drooping brow.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William Butler Yeats)
아일랜드의 국민 시인, 극작가.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중요한 대표적인 시인 중 한 명이며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전 세계를 대표한 시인이다. 19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는데 아일랜드인 첫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예이츠의 작품세계는 생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는 『현실이란 무엇인가』 『신은 존재하는가』 『영혼은 과연 존재하는가』라고 집요하게 물으며 그의 철학을 시에 녹여냈다.
초기의 에이츠는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인간의 물질화를 가져온 과학주의, 실증주의 철학에 염증을 느끼고 신플라톤주의 철학 같은 신비사상에 몰입하여 아일랜드의 영웅담에 바탕을 둔 초자연적인 세계, 몽환적인 낭만적 세계를 노래하였다. 그러나 점점 예이츠의 시는 구체적인 현실 세계의 모습을 보이며 예이츠 자신도 시 쓰기보다는 아일랜드 문예부흥 운동과 같은 현실사회에 참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었다. 후기의 예이츠의 시는 기독교 전통신앙의 붕괴와 혼탁한 물질 문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인류의 미래와 새롭게 다가올 문명의 탄생에 대한 비젼 등을 담고자 했다. 특히 예이츠 시의 중요한 주제는 현실과 이상, 육체와 영혼, 생명과 죽음, 인생과 예술 사이의 양립할 수 없는 이원화된 세계에서 살아야 하는 인간의 비극적 조건과 시를 통해 이러한 대립적 모순적 인간의 조건에 대한 통합적 비젼을 제시하는데 있다.
예이츠가 시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1870년대는, 세기말 문학의 전형적 특징인 환상 세계에 대한 추구와 과도한 감정 표출 등이 영국 시단을 풍미하던 시기였다. 19세기 초반까지 문단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았던 낭만적 서정성은 이즈음 현실을 초월한 이상주의와 자아 존중의 개인주의와 결합해서, 세기말의 퇴폐적 댄디즘을 선전하는 도구로 전락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예이츠는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낭만주의의 전형적인 특징인 서정성을 자신의 시 작품들과 극시들을 통해 구현하여, 낭만주의의 정통성을 잇는 시인으로 영국 시단에 등장했다. 그래서 최후의 낭만주의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여기에는 그가 태어나고 자란 아일랜드의 풍경을 작품의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보다 더 그의 서정성을 강화하는 것은 시 작품 전반에 흐르고 있는 정서의 특징이다. 19세기 후반기까지 예이츠가 쓴 대개의 작품을 관통하는 것은 시적 화자의 아스라한 그리움의 표출이다. 작품의 소재가 아름다운 여성이든 자연의 풍광이든 간에, 그 대상 너머 어떤 것에 대한 아련한 동경이나 애틋한 그리움 또는 떨쳐낼 수 없는 정서의 잔영을, 시의 화자는 소중한 보물을 조심스럽게 다루듯 한 행 한 행에 풀어내 보인다. 그래서 한 작품을 읽고 나면 독자의 뇌리에서 그 작품의 주제는 뒤로 밀리고, 다만 화자의 대상에 대한 느낌과 태도가 크게 자리 잡는다. 여기에는 예이츠가 20대 초반에 만난 모드 곤(Maud Gonne)에 대한 사랑과 그 사랑의 좌절에서 온 절망감이 작용하고 있는데, 모드 곤에 대한 사랑의 체험은 그의 작품의 중심 정서를 형성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드 곤은 예이츠의 인생에 걸쳐 뮤즈로서 그에게 영향을 미쳤다. 예이츠는 사실 모드 곤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52세에 그의 부인이 된, 자신보다 27세 어린 조지 하이드 리스(Georgie Hyde-Lees)의 이름 표기는 원래 Georgie Hyde-Lees였으나 나중에 George Hyde-Lees로 바뀐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