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 있는 갈대 숲길, 잠시 숨어 있고 싶은 숲입니다.
그 숲 속에는 생명이 숨어 있고 추억이 숨겨져 있습니다.
아무런 숨김도 없이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묻지도 밝히지도 않습니다.
그냥 내 벌거벗은 모습 그대로를 숨겨(담아) 줍니다. 그리곤 속삭이죠.
쉬었다 가라고, 모든 걸 내려놓고 가라고, 아무 생각도 말고,
아무 걱정도 하지 말라고.
나는 그냥 멍 때리고 그냥 갈대와 속삭이며 나도 갈대와 같이 바람에 날리는
한낱 생명체에 불과하지요.
언제부턴가 우린 살면서 걱정을 하기 시작했을까요?
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이던가. 아니 그땐 학교 성적에 그리 신경 쓰지 않았지요.
조금 관심 있고, 조금 부유했던 집에 부모님이 학교에 찾아오시는 거 외는
요즘 같은 치맛바람은 뭔지도 몰랐던 시절이다.
초등학교 입학 때 100까지 셀 줄 알고, 내 이름 정도 쓸 줄 알면 훌륭했다.
그냥 공부 열심히 하라고 했지만 그 보다는 글씨를 똑바로 쓰라는 말씀을 듣고,
겨울이면 여물 쑤는 정도가 걱정거리였지요.
요전에 4살짜리를 영어유치원에 주말반에 보낸다는 말을 들었네요.
조기교육(?) 그 보다는 아이가 유치원 간 동안 좀 쉬는 시간을 가진다네요.
맞벌이 하다 보니 힘들고 뭐 어른들 편리에 의해서...
김장을 담근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젠 김장하는 양이 점점 줄어간다.
그건 점점 김치를 먹는 양이 줄어든 탓이다. 하기사 요즘은 먹을 것이 천지다.
과자며 빵, 과일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아이들도 인스턴트식품이 없으면 밥을
잘 먹지 않는다. 물론 나도 삼겹살이나 달달한 갈비의 맛에 길들여 있는지 오래다.
그래도 어느날은 뜨끈한 아랫목에서 띄었던 청국장이 그리워진다.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요즘 아이들과 맛의 차이를 알 즈음, 난 내가 나이가 들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겨울, 군고구마에 장독에서 얼음을 깨고 내온 동치미를 먹던 시절, 그 맛과 추억과
그리움을 꺼내본다. 그리운 손맛, 그분들의 음식과 따뜻한 마음, 문득 잊혀진 모습을
끌어내며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예전 우리부모님들은 피자나 치킨을 드셔보셨을 리 없고, 햄버거를 보시도 못했을 거다.
그시절엔 5일장에서 사온 동태로 동태탕을 너무도 맛있게 끓어 주셨고, 라면 한번
끓이면 국물 한모금도 너무나 황홀한 맛이었다.
이젠 그 추억들이 나뭇잎이 떨어져 쌓인 틈새로 묻히고 어느날 바람 부는 날에
갈대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하듯 내 추억을 살며시 끌어냅니다.
'그저 옛날 이야기라며, 그때와는 다르다며,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요’ 라며 핀잔을
주는 요즘 싸가지들(?).
그러나 내겐 숨겨진 갈대숲 속에서 한번 찾아보고 싶은 추억이랍니다.
진정 아무런 생각 없이 있는 그대로 그렇게 천천히 눈을 감고 찾고 싶은 그런
것이랍니다.
그래서 난 아직도 갈대숲에 숨기고 있지요. 예쁜 추억을~.
첫댓글 하하님들 새해는 잘 맞이하셨나요?
올 한 해도 눈부신 태양처럼 빛나시기 바랍니다.
모다 건강하세요!
오늘은 소한. 마이프렌드 님의 겨울먹거리, 겨울이야기 읽으며 분위기에 푸~욱 빠져듭니다. 엄마가 끓여주시던 청국장. 그 맛에 길들어 냄새가 나건 어쩌건 좋아하지요. 한국인이 시큼한 홍어 즐기듯이. 얼움 둥둥~ 하가운 동치미는 겨울 별미겠지요. 갈대숲..하니 숨어우는 바람소리.노래가 갑자기 생각납니다. 겨울. 참 낭만적입니다.학창시절 난로 위에서 누룽지되던 양은도시락 안의 구수함처럼.
잊지않고 날짜를 기억하여 사연 주시는 아기편지 지킴이이십니다.
저도 추억이 간직된 커다란 갈대숲이 있지요. 특히 겨울이되면 꺼내볼 때가 많지요.아마도 겨울방학이 긴 까닭일 수도 있겠지요. 마이프랜드 님과 공감되는 많은 추억들, 언제 갈대숲에서 몽땅 꺼내 얘기 장터 만들고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