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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는 언제나 아픔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탈피는 단순한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성숙의 은유가 됩니다.
3. 가장 좋은 부분은 ‘가을의 비행’을 ‘마지막 장식’으로 본 것입니다
마지막 연에서 시는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올라갑니다.
나뭇잎들이 마지막을 단풍으로 불태우듯,
이 구절은 잠자리의 비행과 단풍을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입니다.
나뭇잎은 마지막 순간에 가장 아름답게 타오릅니다.
잠자리 역시 생의 끝자락에서 날아오릅니다.
그래서
생의 마지막 한 때를 저렇게 유유한 비상(飛翔)으로 장식하는
잠자리들의 군무(群舞)에 눈이 부십니다.
라는 결말은 가을이라는 계절의 본질을 잘 붙잡고 있습니다.
가을은 단순히 쇠퇴의 계절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시에서는,
사라지기 직전에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계절
입니다.
단풍도 그렇고, 잠자리도 그렇습니다.
이 점에서 이 작품은 앞서의 「이 가을 햇살은」과도 정서적으로 연결됩니다.
4. 다만 이 시는 ‘시’보다는 ‘좋은 산문시’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 동시에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중간 연은 다소 설명적입니다.
학배기란 이름의 유충으로
일 년이나 여러 해 동안 물속에 살면서
열 번 이상 탈피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부분은 시적 이미지라기보다 잠자리의 생태를 설명하는 글에 가깝습니다.
또,
이맘때쯤 잠자리들이 나는 것은
먹이활동이나 번식을 위한 비행(飛行)은 아닙니다.
도 독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문장입니다.
이런 설명은 작품의 주제를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시의 압축성과 긴장감을 다소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앞의 「한 잔의 가을」이 은유와 압축으로 말하는 시라면, 「잠자리 날다」는 관찰하고 설명한 뒤 의미를 발견하는 시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현재 형태로도 충분히 좋지만, 중간의 생태 설명을 조금 덜어내고 이미지로 바꾼다면 더욱 강한 시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5. ‘우화(羽化)’라는 말이 이 시의 숨은 핵심입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우화’라고 생각합니다.
우화는 곤충이 날개를 얻어 성충이 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한자로 보면,
羽(깃 우) + 化(될 화)
즉, 날개를 얻어 다른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삶과도 닮았습니다.
고통을 겪는다고 해서 모두 성숙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고통은 인간을 이전과 다른 존재로 변화시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잠자리의 우화는 이 시 전체의 철학과 연결됩니다.
아픔을 견딘다고 모두 날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날개를 얻는 모든 존재에게는 자기 껍질을 찢는 시간이 있었다.
이런 의미가 이 작품 속에 숨어 있습니다.
6. 제목 「잠자리 날다」도 소박해서 좋습니다
제목이 지나치게 관념적이지 않습니다.
그저
「잠자리 날다」
입니다.
그러나 시를 다 읽고 나면 단순한 잠자리의 비행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 됩니다.
그래서 제목의 단순함이 오히려 좋습니다.
종합 평가
「잠자리 날다」는 오랜 물속의 시간을 견디고 수없이 껍질을 벗은 뒤 투명한 날개를 얻어 가을 하늘을 나는 잠자리의 생애에서, 고통과 성숙 그리고 생의 마지막 아름다움을 발견한 작품입니다.
이 시의 가장 큰 미덕은 아름다운 비행만 바라보지 않고 그 비행 이전의 고통을 함께 바라본 것입니다.
다만 시적 완성도를 더욱 높이려면 ‘학배기·탈피·먹이활동·번식’ 등의 설명적인 부분을 조금 압축하여 이미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독자는 잠자리의 생태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잠자리의 생애 속에서 자신의 삶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한 줄 평을 한다면,
「잠자리 날다」는 수없이 자기 껍질을 찢는 고통 끝에 얻은 날개로 생의 마지막 가을을 유유히 나는 잠자리에게서, 인간 존재의 성숙과 아름다운 비상을 발견한 시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의 ‘나뭇잎들이 마지막을 단풍으로 불태우듯’이라는 구절과 잠자리의 군무를 연결한 발상이 이 작품의 가장 아름다운 성취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