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나 가정이나 공동체나 나라의 선택은 하나다. "뿌리 없는 삶을 살 것인가, 뿌리 있는 삶을 살 것인가?"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므로 그 꽃이 아름답고 그 열매 성하도다.’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1449)
누구나 뿌리 있는 삶을 살기 원할 것이지만 그 삶을 살아내는 것은 다른 얘기다. 바램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악으로 굳게 서지 못하나니 의인의 뿌리는 움직이지 아니하느니라"(잠 12:3)
광주 대인시장의 천원식당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백반 한 그릇에 천원이어서 손님이 오는만큼 더 많은 손해를 보는 이상한 식당에 대한 이야기다. 천원식당을 운영하며 주변의 가난한 이웃을 돌보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지를 막내딸이 이어 받아 음식을 만들고, 상을 차리고, 설거지 하는 일까지를 혼자서 해왔다고 한다. 중단될 위기도 있었지만 계속할 수 있게 되어 너무도 감사하다고 한다.
천원짜리 식사가 어떻게 가능한가를 묻자 생계를 위해서 다른 일을 한다고 했고, 자신을 밝히지 않은 많은 분들이 쌀, 된장, 파, 김치 등을 보내주시거나 식당 문 앞에 두고 간다고 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심겨져 뿌리를 튼튼히 내리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어머니의 삶이 뿌리가 되어 딸과 이웃들도 훈훈하게 하는 이야기다. 은밀한 중에 계신 아버지께서 보시고 갚으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네 구제함이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가 갚으시리라"(마 6:4)
그렇지 않은 이야기도 많다.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 자들의 부정과 불법, 상상을 초월하는 뇌물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으면 누구나 몹쓸 장면이나 본 것처럼 눈쌀을 찌푸리고 고갤 돌리게 된다. 주님은 더하실 것이다.
법의 눈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은밀한 중에 계신 하나님의 눈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미련한 일이 없다. "악인의 이기는 자랑도 잠시요 사곡한 자의 즐거움도 잠간이니라 그 높기가 하늘에 닿고 그 머리가 구름에 미칠지라도 자기의 똥처럼 영원히 망할 것이라 그를 본 자가 이르기를 그가 어디 있느냐 하리라 그는 꿈 같이 지나가니 다시 찾을 수 없을 것이요 밤에 보이던 환상처럼 쫓겨가리니 그를 본 눈이 다시 그를 보지 못할 것이요 그의 처소도 다시 그를 보지 못할 것이며"(욥20:5-9)
필리핀은 한 해에 20여 차례 태풍이 지나간다. 태풍 경보가 내리면 날씨가 멀쩡해도 학교는 즉각 휴교에 들어가고, 직장도 대부분 휴업한다. 태풍이 오기 전 청명한 하늘을 보면 태풍을 핑계로 쉬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 바람이 불어오면 상황은 급변한다. 무엇보다도 나무들이 쓰러져 사람이나 차가 다치거나 길이 막히는 일이 언제 어느곳에서 발생할지 모른다. 큰 태풍이 지나가면 더욱 심각하다. 뿌리가 없거나 깊지 않은 나무들은 대책없이 쓰러지는 것이다. "회리바람이 지나가면 악인은 없어져도 의인은 영원한 기초 같으니라"(잠 10:25
악인의 삶이 그렇다. 모두가 바라보는 자리에 올랐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스스로 단도리를 철저하게 했다고 해도 안 된다. 그 무게를 지탱해낼 수 있는 뿌리가 없으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 얼굴에는 어느 때 무너질른지 모른다는 불안과 긴장이 숨길 수 없게 나타난다.
보이는 줄기나 가지에 초점을 맞추며 사는 사람이 있고, 뿌리를 자라게 하시는 하나님께 눈을 두고 사는 사람이 있다. 하나님은 그 뿌리로 말미암아 열매를 맺게 하신다. "악인은 불의의 이를 탐하나 의인은 그 뿌리로 말미암아 결실하느니라"(잠 12:12) 하나님의 눈과 길은 뿌리가 있는 사람에게 있다.
바울의 기도다.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께서 너희 마음에 계시게 하옵시고 너희가 사랑 가운데서 뿌리가 박히고 터가 굳어져서 능히 모든 성도와 함께 지식에 넘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아 그 넓이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함을 깨달아 하나님의 모든 충만하신 것으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시기를 구하노라"(엡 3:17-19)
뿌리가 있는 자는 산처럼 흔들림이 없다. 자신의 힘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산처럼 둘러 지키시기 때문이다. "여호와를 의뢰하는 자는 시온산이 요동치 아니하고 영원히 있음 같도다 산들이 예루살렘을 두름과 같이 여호와께서 그 백성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두르시리로다"(시 125:1,2)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뿌리시다. 우리를 두르신 그 산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