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기행
-군산 채만식문학관 외
한국문인협회 오산지부에서 주관한 2019 문학기행을 9월 28일(토)에 다녀왔다. 기행지는 전라북도 군산의 채만식 문학관을 포함한 선유도, 근대역사박물관, 경암동 철길마을 등 군산의 손꼽히는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는 당일치기 빡빡한 일정이었다. 군산은 인구 27만의 서해 요충 항구도시로 개항 120년을 넘긴 농업 어업 공업 물산의 도시다. 참가 인원이 많지 않아 넉넉하게 자리를 잡은 대형버스가 오산시청 앞을 출발한 것은 아침 8시 조금 지나서였다. 매양 마음 가는 회원들끼리 문학적 소양을 담아올 하루 일정에 모두가 설레었다. 젊어서는 누군가와 만남에 설레고 나이가 좀 차면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서 설렌다. 여행은 살아갈 날에 대한 적금 같은 것이다. 오산 나들목에 들어서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열심히 끌고 가던 버스가 천안 공주 부여 동서천을 버리고 군산시 강변로 449에 자리한 채만식문학관 넓은 뜰에 열두 명의 활짝 핀 오산의 꽃송이를 한아름 내려놓았다.
채만식문학관(蔡萬植文學官)은 암울한 일제 강점기 작가 백릉(白綾) 채만식(1902 6 17~1950 6 11)의 문학 업적을 기리고, 창작 저작물과 유품 등을 전시하고자 2001년 3월 10일 개관하였다 한다. 그는 군산시 임피면에서 태어나 임피보통학교, 중앙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으며 대표작 <탁류>. <태평천하>, <레디메이드 인생>을 비롯한 소설, 희곡, 수필 등 20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소설 「탁류」의 무대인 금강 주변에 자리한 문학관에는 일제 강점기 채만식에 관한 각종 자료 및 친필 원고는 물론 개관 당시 군산 개항 100주년 자료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수준 높은 문학의 향기와 군산의 발자취, 문화 도시로서의 위상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울러 시민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문학 행사를 치르며 소통과 문학 교육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는 해설가의 전언이다. 전시실에는 연대기 순서로 채만식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도록 관련 유품 등이 소개 글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일제 강점기 수탈의 역사가 서린 군산의 옛 모습을 보면서 가슴 밑바닥이 저려왔다. 채만식의 삶과 문학적 삶의 여정이 한눈에 들어오고 작가의 작품 구상과 집필 모습, 향을 피웠던 향로 등과 그래픽 영상자료들을 한눈에 볼 있어 생생한 입체적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전시관을 나오니 넓은 마당에는 미두, 백릉, 청류 문학 광장과 오솔길 기찻길 등의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서 자연과 함께 즐기는 산 체험이 되었다. 잔디광장 글 돌에 새긴 유언문을 읽으며 폐결핵을 견디다가 눈을 감은 투병 생활의 말년을 상기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슴 찡한 글 돌의 전문을 여기 옮긴다.
나 가거든 손수레에 들꽃
가득가득 덮어주오
마포 한 필 줄을 매어
들꽃 상여 끌어주오 -채만식 유언문 중에서
딱 다섯 줄의 짧지만 가슴 뭉클한 유언문을 가슴 밑바닥에 오래 간직하기로 하고 다음 행선지인 근대 역사박물관으로 향했다.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은 2011년 9월 30일에 군산시 해망로 240 넓은 부지에 세워졌으며 역사는 미래가 된다는 명제로 시민과 관공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서니 어청도 등대 모형이 위용을 자랑하며 우리를 맞이했다. 1층과 2층을 빼곡하게 채운 해양 물류 역사관, 어린이 박물관, 근대 규장각실, 근대 생활관, 기획전시실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주말이라 많은 탐방객으로 북적였다. 박물관 광장을 뒤로하고 큰 길을 건너 88888 즐비했으나 꼼꼼하게 눈에 담지 못하고 근대문화의 거리의 하나인 ”군산탁류길“에서 탁류의 주인공인 정초봉, 정주사, 고태수, 남승제 등 주인공의 동상을 만났다. 모두가 한 컷 씩 사진에 담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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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문학기행은 낯선 곳에서 낯설게 나를 내려놓은 일이 아닌 친숙한 곳에서 오래전에 살아왔던 친숙함들을 잘 익은 과일을 따 담듯 풍성한 하루였다. 누구는 여행을 낯섦과 친숙함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것이라 했는데, 저는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더 많은 회원이 함께했더라면 하는 점과, 빡빡한 일정으로 더 꼼꼼하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던 점이다. 지난해와 같이 1박 2일 일정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이 남았다. 점심을 차려준 폐교를 이용한‘옹고집식당“의 추억어린 분위기와 소품들은 오래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관광버스를 대여해 주신 회장님 감사합니다. 저녁 식사와 다과 등 푸짐한 간식거리를 제공해 주신 여러 회원님,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짜임새 있는 기행지 코스 이동과 운영을 맡아 노심초사하신 집행부에 감사 드립니다.‘2019 오산문인협회 힐링 문학기행’설렘 속에 보고 들은 군산의 이모저모 오래 가슴에 간직하겠습니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데 소중한 사진 오래오래 간직하겠습니다. 다음 해의 문학기행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