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가 3년 만에 시즌3으로 돌아왔다. 2회 차 만에 시청률은 무려 16. 5%를 기록했다. 강원도 정선의 외딴곳에 있는 돌담병원이 무대다. 병원 간판 중 ‘담’ 자는 전구를 교체하지 않아 아직도 꺼진 상태다. 겉모습에 무심한 병원이지만 인근에서 교통사고 환자가 발생하면 선택의 여지없이 달려오는 곳이다. 닥터 김사부(본명, 부용주)때문이다.
언뜻 보면 괴팍스러워 보이지만 뛰어난 의술을 가진 그는 자신에게 온 환자는 반드시 살린다는 신념 하나로 똘똘 뭉쳐있다. 환자를 살리는 일이라면 어떠한 상황에서건 길을 찾고, 된다고 말하고, 해보겠다고 말하며, 의료기기로 안 되면 자신의 감각으로라도 시도하는 사람이다. 심지어는 행정직원의 실수로 수술실 전원이 꺼졌을 때조차도 "당황할 거 없다. 괜찮다. 핸드폰 후렛쉬를 켜라"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서 가만히 있거나 물러서지 않는다. 본인은 GS(일반외과)이면서도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면 CS(흉부외과) 분야까지도 주저하지 않는다. 만용으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이지만 사람의 생명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그렇다. 드라마여서 그럴 테지만 수술 결과를 장담하거나 확신할 수 없는 때에도 그가 내린 결정은 누군가의 후원을 받고 있기나 한 것처럼 성공적이다.
그와 갈등을 빚고 반대편에 서서 공격하던 사람들까지도 그의 일하는 모습을 본 뒤에는 그의 편으로 돌아 서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그의 편에 서서 환자를 보는 눈이 열리는 것이다. 그렇게 김사부에게서 흘러나온 스피릿이 동료 직원들의 마음을 적셔놓는다.
돌담병원은 의료인이라면 일하고 싶은 곳이요 '진짜' 의료인으로 거듭나는 곳이다. 환자라면 아무리 먼 곳에 있더라도 영순위로 치료를 받고 싶은 곳이다. 마치 병원의 이상향 같은 곳이다. 김사부 때문이다. 매번 그와 부딪히며 그의 신념에 동의하지 않았던 원장이 김사부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다. “그는 차원이 다른 사람입니다. 존경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여기에 남아있는 이유입니다.”
적당히 타협도 하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대충 눈도 감아주고,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사람의 생명을 두고서도 거래하고, 더 나은 보수나 자리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이 선 곳이 살 곳임을 아는 사람이다. 기둥처럼 선 그를 중심으로 자본주의, 권위주의, 성공주의, 학연이나 지연 등이 제 자리를 찾아간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교육계든, 경제계든, 언론계든, 정치계든, 문화계든, 종교계든, 법조계든 그 어딘가에는 김사부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있다는 것을 드라마는 상기시켜 주는 것 같다. 마치 사막처럼, 부드러웠던 마음조차 메마르고, 거칠어지고, 사나워지게 하는 세상 같아도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이 있어서 그렇다."라고 상기시켜 주는 것과 같은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하자고 하는 것 같다.
내가 살면서 만났던 교우들이 그랬고, 전도사님들과 목사님들이 그랬다. 기억 속의 교회가 그랬다. 숱한 하나님의 사람들이 그랬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자고, 삶으로 전달되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세상을 적시고 신선하게 하는 일이 있었다.
"내 백성이 두 가지 악을 행하였나니 곧 그들이 생수의 근원 되는 나를 버린 것과 스스로 웅덩이를 판 것인데 그것은 그 물을 가두지 못할 터진 웅덩이들이니라"(렘 2:13)
생수의 근원이신 하나님께 연결되어 사는 사람들의 주변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돌담병원에서는 진짜 의료인이 되듯, 그 교회에서는 진짜 제자가 되는 일들이 마르지 않는 샘처럼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주변을 적시며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