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기행문 : 30년만에 환상적인 기차 여행
양 현자
어느 가을 날 우리집을 찾아오신 줄리아언니가 집으로 돌아 가실때 기차를 타고 가신다고 하셔서 영월 기차 역전을
모셔다 드리면서 언니와 나누었던 대화는 "언니 기차 타고가면 재미 있겠네요 저는 기차를 타본지 30년은 넘었을거예요
기차 여행 한번하고 싶은데 불편한 몸으로는 힘들고 엄두도 나지않아요." 묵묵히 내 이야기를 듣고 계시던 언니 왈
"그래! 휠체어로 기차 타기는 정말 어렵고 힘들겠구나 내가 호스피스 사랑방에 힘 좋은 남자들 동원하여 함께 기차 여행 할
수 있도록 추진을 해봐야 하겠구나"하고 말씀하시고 떠나셨던 그 언니는 결코 그냥 건성으로 하신 말씀이 아니였음을
얼마전에 언니에게서 전화가 오기를 밝은 등불 기차 여행 시켜 주자고 카페 회원들에게 메일을 보냈다고 하시며 가겠다는
회원을 알아보고 계획을 세워 본다고 하셨을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가겠다는 회원이 없다며 언니 말이 우리 둘이서라도 가자고 연락을 하셔서 좋다고 말씀드렸지만 기차 타는 조건이 지금은 어찌 되어있는지 몰라 연약한 언니 혼자서 나를 부축여 준다는게 걱정이 되어 나중에 힘 좋은 봉사자가 나서주면 가기로 하자고 말씀 드렸을때 언니는 좀더 생각하고 연구해 보자고 말씀 하셨다.
그리고 며칠 후 언니는 쪽지로 연락 하시기를 우선은 둘이서 연습삼아 짧은 거리인 정동진을 가면서 열차타는 조건등을 알아 보자는 것이었다. 그러자고 답을 드렸지만 그 언니도 몸이 건강한 분이 아님으로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그런데 언니에게 또 쪽지가 오기를 남편께 부탁을 하였더니 흔쾌히 승낙을 하셔서 부부가 함께 동행을 하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떠나기 하루 전날 언니는 또 쪽지로 소식을 전하기를 전진님이라는 분이 동행해 주신다고 하여 세분이 온다는 것이었다.나 같은 사람이 뭐라고 그렇게나 마음을 써주시는 것인지 그저 감사하기만 했다.단 아쉬운 것이 놀토가 아니라서 어찌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 학교 담임 선생님께 처음으로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거짓말 내용인즉 가까운 집안에 잔치가 있는데 결혼식에 참석할 집안들이 모두 노인들이라서 차 운전을 해주어야 한다고...솔직히 여행을 간다고 말을 해도 현장 학습으로 통과가 되지만 기말고사 시험 눈앞에 두고 학교 결석을 하면서까지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솔직히 염치가 없었던 것이다.
선생님의 승낙을 받고 2008년 11월28일 학교에서 돌아와 남편이 먹을 밥을 해 앉혀놓고 원주 버스터미널로 나갔다. 그 분들은 차가 있었지만 버스를 타고 원주까지 오신다는 것이었다.버스터미널에 당도하여 전화를 거니 이미 터미널에 도착해 있다 내 차로 나오셨다.전진님이라는 분 카페에서 글은 많이 봤어도 만나는건 처음이었다.머리가 좀 커보여 강한 인상을 주었다.웃음으로 인사를 하여 어색함을 털어내며 언니가 우선은 저녁을 먹고 떠나자고 식당으로 안내하라 하셔서 내가 오가며 들렸던 순대국밥집 식당을 찾아들어 곱창 전골로 저녁을 먹는 도중에 열차가 밤 11시40분이면 많이 기다리는 것도 그렇고 너무 늦으니 좀더 일찍 떠나는거 없나 알아보자고 안건을 내어놓은 분이 줄리아언니 남편인 교수님이셨다.그래서 언니는 역전에 전화를 걸어 알아보니 6시45분에 출발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었다.우리가 저녁을 끝낸 시간이 6시10분이었다.
역전 마당 사정을 모르니 내 차를 세워둘 곳을 걱정하다 원주 의료원 마당에다 세워두고 간다고 마음 먹었는데 의료원까지 갔다 역전을 가려면 무리인 것 같아서 어찌하나 생각하다 식당 주인에게 마당에 낼까지 차좀 세워둘 수 없느냐고 물으니 고맙게도 흔쾌히 승낙을 해주어 우리는 택시를 불러타고 역전으로 달려가니 시간이 촉박해 언니부부는 대합실로 열차표를 바꾸러 들어가고 전진님과 나는 기차철로를 향하여 나오는데 어느새 기차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오고 제대로 길따라 나가기는 기차타기 어려울 것 같아 마음이 초조해지는데 건장한 청년둘이 불러댄 것처럼 나타나 나의 휠체어를 들고 직선으로 철기를 넘어가 멈춰서있는 기차앞에 막 당도하니 언니부부가 어찌 되었나 몰라 전화를 하니 통화중이고 그렇게 숨가쁘게 시간은 흐르고 겨우 통화가 되어 언니부부도 기차앞에 당도하여 기차 문이 열리며 승무원은 휠체어가 올라갈 슬로를 빼내어 땅위에 내리니 경사로가 되어 쉽게 기차를 타고 의자에 앉아 가쁜 숨을 내려 놓으며 서로가 숨가쁘게 바빴던 순간들을 이야기 하며 기적처럼 기차를 탔다고 즐거운 웃음을 웃었다. 교수님이신 형부가 유머로 웃기셔서 더욱 즐거웠다.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기차는 철커덕철커덕 소리를 내며 달리는데 30년만에 타보는 기차는 정말 낭만의 극치었다.어둠속에서도 도심을 지날때면 창 너머로 보이는 도심의 불빛들은 크리스마스때 교회 십자가 봉위에 설치해놓은 트리불 같기도 하고, 또는 밤 하늘에 가득히 떠있는 수 많은 별빛 같기도 했다.
언니와 전진씨는 기차가 도심을 지날때마다 그 찬란하게 빛나는 화려한 네온싸인 불빛을 사진기에 담으려고 노력했지만 달리는 열차에서는 무리한 도전이었다.그런데 흐르는 세월속에 변한 것이 또 하나 있었다.30년전에는 열차안에 노점상인이 먹을 것을 잔뜩 담은 구루마가 기차 칸을 넘나들었는데 원주에서 제천까지 잠시 보이더니 그 노점상은 제천에서 내렸는지 없었다. 승무원의 말로는 지금은 노점상이 거의 없다고 한다.그래서 지금은 기차안에서 먹을 것을 다 준비해서 타야한다고 말을 해주었다.장애인 편의시설이 되어있어 좋은 반면에 노점상들이 없으니 먹는 즐거움이 없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4시간을 달린후 기차는 드디어 정동진역에 당도하여 내리니 거센 바람속에 바다 비린내음이 둔한 후각을 자극했다. 언니부부는 매표소에 들려 그 다음날 되돌아갈 기차표를 예매하는 동안 전진님과 나는 역전을 나오니 모텔 주인들이 기차에서 내린 손님들을 모시려고 그 추운데도 나와 서있으며 당신들의 모텔 좋은 점을 홍보하느라 혈안이 되어있었다.나는 그네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사는 것이 무엇인지 추운 밤바람을 맞으며 생존경쟁에 저렇도록 열을 올리는가 하는 측은함이 가슴 한켠에 짠하도록 느껴왔다.
당신네 모텔에 묵으라고 권면하는 소리를 건성으로 들으며 있자하니 언니부부가 나와 모텔 주인 한분을 선택해 숙소에 들었다. 비수기라서 방 값은 저렴하였다.방 세개에 5만원...
그런데 지나고보니 싼 것이 비지떡이란 말을 실감하게 된 것은 모텔 주인들이 노인들이다 보니 써비스가 영 아니었다.청소를 자주 안해서 바닥은 어석어석하고 이불은 후줄그레하니 덮기는 깨름했지만 하루 밤인데 하고 견디기로 마음을 달래는데 모텔 주인은 아낀다는 차원에서 방에 불을 시간 타임으로 해놓아 한밤을 자면서 언니와 나는 소금을 구워야만 했다.자는둥마는둥 추위에 떨며 지내다 보니 해도지를 보라고 콜로 울려주는 전화벨소리에 일어나 우리들은 모텔에서 가까운 바닷가로 나갔다.하늘은 흡족하게 맑지는 않고 구름이 뭉게뭉게 떠돌아 구름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볼것 같아서 바닷가 모래벌에서 해뜨는 쪽을 보고 있노라니 구름 덮힌 주변이 해볕으로 인하여 뜨거운 용암이 분수처럼 폭팔해 솟아오를것 같은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러다 구름을 헤집고 떠오르는 태양 정말 눈이 부셔 똑바로 바라볼 수 없이 휘향 찬란하니 아름다웠다.구름 한점없이 맑은 하늘에서 해가 떠올랐다면 더욱 볼만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바닷가에 모여든 사람들은 마치 처음보는 모습인양 환호성을 지르며 야단 법석들이었다.나는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아! 이래서들 해도지 해도지 하는구나"하고 생각을 했다.사진 몇장을 찍고 식당으로 돌아오는 길에 형부가 웃끼셨던 말은 저쪽에 남녀 한쌍이 모래위에 글을 써놓았는데 뭐라고 썼나하면"우리는 어젯밤 결혼 한거야!" 하고 써놓았더라고 하셔서 우리는 크게 웃으며 동태국으로 아침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조금 쉬다가 준비를 하고 오전 10시25분 열차를 타기위
해 기차 슬로로 나와 맑디 맑은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휴게실에 잠시 들려 커피를 마시며 맑은 바다물위에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를 구경했다.그리고 시간이 되어 기차에 오르려하니 맑은 햇살아래 뭉게 구름밑으로 비가 뿌려지는 것도 신비스럽게 아름다웠다.거센 바람이 불며 좀 추웠지만 기차에 오르니 기차안은 여름날처럼 따뜻했다. 달리는 기차안에서 창밖에 바다 풍경은 하느님의 대작에 예술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스치는 갖가지 풍경들을 구경하며 돌아오는데 줄이라언니가 하는말 "이런날 눈까지 내려면 더 볼만 하겠다"하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짙은 재색 구름이 무겁게 깔린다 싶더니 눈이 펄펄 날리는 것이 아닌가...
태백에 오니 온산이 하얀 눈으로 뒤덮혀졌다.그러니까 언니가 또 하시는말 "야! 우리가 도착할 원주에는 하늘이 맑으면 좋겠다"하시고 얼마 지나 영월쯤 오니 구름은 걷치고 햇님이 눈부시게 등장 하는 것이 아닌가...
정말 하느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감사 함에 우리들은 즐거운 웃음을 마음껏 웃으며 오다 생전 처음으로 기차안 화장실을 들어가 보니 그곳에도 장애인 편의시설로 화장실을 만들어 놓아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전혀없었다. 언니가 기차 탈때 마련한 간식을 먹으며 즐겁고 행복한 가운데 드디어 기차는 원주 역전에 멈추고 우리는 내려 다시 택시를 타고 내 차가 있는 식당으로 가 차 맡아준 고마움에 늦어진 점심을 그 식당에서 저녁겸 시켜 먹고 시간이 조금있어 치악산 주변을 한바퀴 돌고 버스터미널에서 언니부부와 전진님과 아쉬운 이별을 하고 어둠이 내려지는 길위를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꿈을 꾸듯한 환상적인 열차 여행을 영화필림 돌리듯 되돌려 떠올려며 부족함 뿐인 내가 이렇게 넘치는 사랑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 보았다.열차비 또 숙식비와 간식비 까지도 줄리아언니가 다 담당하셨다.
나는 그저 얼굴 두꺼운 여자가되어 염치없이 받기만 했는데 이 깊은 은혜를 어이 갚을꺼나...
오! 하느님 저를 위하여 물질과 시간 그리고 뜨거운 사랑 담아 마음을 준 분들에게 천만배로 큰 축복을
저 대신 내려주시어 갚아 주시옵소서 하고 여행의 여정을 내려 놓으며 예수님과 성모마리아상 앞에서 기도를 올렸다.
2008년 11월30일 깊어진 밤---
첫댓글 좋은 여행 하셨구려
이제는 좀더 멀리로 더 길게 타고싶어요...열차를...
또 가고 싶어요...
좋은 여행 하였네요
네 극치에 환상이었어요...기차타고 보는 바다가...
네 넘넘 좋고 행복했습니다...
받은 은혜를 되 돌려줄수는 없고, 다른이에게 은혜를 많이 베풀고 계시니 본전이 옳시다 아흐 좋았겠네 땡땡이 도치고 학생담엔 고짓말하믄 정학이야
좋은 추억만드셨읍니다. 추카추카 정학은 안되고요. 미결로~~~ㅎㅎ 늘 건강하세요. 님의 깊은 건강함을 지도 예전이나 지금도 배우고있읍니다. 감사합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