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7달째 모였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동시와 시에 대한 사랑이 무르익어갑니다.
모두가 바쁜 오월... 우리의 모임이 스승의 날을 앞두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처음엔 알모, 망고, 연어알이 조촐하게 시작했어요~
나중에 나타나신 미쳐님과 진달래님 덕분에 더욱 뜨거워지기도 했구요.
처음은
그 어느 누구보다 시를 열심히 읽고 계신 알모님께서 열어주셨습니다.
아침마다 시 친구들에게 좋은 시를 보내주시는 알모님은... 영국 여행에서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를 보내주셨어요.
게다가 영국 곳곳에서 찍어주신 동시마중의 사진은 알모님의 따뜻한 마음을 담고 있었어요.
동시마중은 어디에나 잘 어울리고, 게다가 참 예쁘더군요.
알모님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거예요.
읽을 시가 많아서 하루에 한 권씩 읽으신다는 알모님.
정말 시에대한 애정과 사랑이 가득하셨습니다.
더불어 시를 사랑하는 시간이 깊어지고, 많아질수록 더불어 함께 하는 고민의 시간도 가져봤어요.
<맨날맨날 착하기는 힘들어/ 안진영/ 문학동네>, <나만 알래/ 권정생/ 문학동네> <새의 얼굴/ 윤제림/ 문학동네> <목욕탕에서 선생님을 만났다/ 강정규/ 문학동네>, <아기까치의 우산/ 김미혜/ 창비> 를 읽으시며 참 좋았다고 하셨어요.
어떤 날에는 시 친구들에게 시를 보내줄 때 내가 시를 고르는 게 아니라 시가 내게로 와서 보낼 때가 있다고 하시네요.
영국에서 쌍봉 낙타를 보내실 때 그러했대요.
영국 여행에서 런던 동물원에 갔을 때 그곳엔 쌍봉 낙타도 있었고, 쇠똥구리도 있었으니 동시마중에 있는 동물들을 동물원에서 만났다고 하셨어요. 시 속에서는 낙타가 짐을 싣고 가더라도 자유롭지만 동물원의 낙타는 오히려 자유가 없어서일까요. 생경하게 느껴졌다고 하셨어요.
여행지에서 동시마중을 사진 찍으며 동시마중으로 상징되는 사람들에 대한 추억, 알모책방 사람들, 동시마중 사람들을 떠올리고 그래서 같이 가고 싶은 사람들을 담아가는 느낌이셨대요.
알모님은 원어로 워즈워드의 수선화를 읽어주셨어요. 언어로 읽어주시니 정말 느낌이 달랐습니다.
다음은 망고님
언제부터인가 시집을 보면 망고님의 목소리가 들려요. 망고님의 시를 낭송하는 목소리가 참 좋아요.
<아기 까치의 우산/ 김미혜/ 창비> 딱정벌레, 꽃 이름 부르며, 도깨비 바늘을 읽어주셨어요.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박라연/ 문학동네> 는 헌책방인 아벨서점에서 구입하신 책인데 습작생이 책에 끄적거린 글들이 있었습니다.박라연 시인의 시 뿐만 아니라 습작생의 시까지 읽어주셨어요. 참 따뜻했네요.
<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 이진명/ 문학동네>의 시도 읽어주셨어요. 이진명 시인은 남자분이신줄 알았는데 여자분이네요. 시가 무척이나 길고 두껍지만 박라연 시인의 시집보다는 더 좋았다고 하셨어요.
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 나무 이름 하나, 배추 파는 여자를 읽어주셨어요.
이 부분에 진달래님의 짠하고 나타나시어 좋은 시와 자작시를 읽어주셨습니다.
<맛의 거리/ 곽해룡/ 문학동네> 사탕하나 물면 다녀 올 수 있는 거리, 거리를 맛으로 표현하다니요. 맛집 거리가 아니었어요.
<벽면 부부/ 이진달래/ 자작시> 동시는 아니지만 진달래님의 자작시가 정말 좋았어요. 우리는 모두 크~~~ 햐~~~ 흐~~~! 모두 감탄사!
<늦은 저녁 식탁에 앉았다/ 이진달래/ 자작시> 망고님의 목소리로 다시 읽어보기도 했어요.
이후에 쓰고 계신 시는 <사투>라고!! 궁금합니다!! 다음달에 꼭꼭꼭 들려주세요!!
진달래님과 함께 등장하셨던 미쳐님이 뒤이어 말씀하셨어요.
여성운동가 정희진씨의 강연을 들으셨던 말씀과, 한겨레 신문에 실린 황현산 번역가의 말씀도 전해주셨네요.
구구절절 공감이 가는 글이었습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
- 시집을 읽을 때 공감가는 시를 찾기가 쉽지 않다. 시 찾는 게 상당히 어려운 과정인 것 같다. 알모가 아침마다 시를 찾는 건 참 대단한 일이다.
- 동시를 읽을 때 내가 동시를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쉬운 어른 시를 좋아하는 걸까 고민했다. 심오한 시, 깊이가 있는 시를 좋아하면서 결국에 동시가 아닌 시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했다.
- 솔직히 내가 왜 동시를 읽는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깨끗하게 마음을 비우고 내가 아이들에게 들려줄 좋은 동시를 찾는 건지.. 아니면 내가 위안을 받을 시를 찾는 건지...
-동시든 시든 구별이 없어야 하고, 마음이 담겨야 하는데 그런 좋은 시를 찾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알모가 영어로 시를 보냈을 때 어려운 우리말로 번역된 것보다 생생한 영어가 더 와 닿았다.
- 추필숙의 새들도 번지점프를 하다를 읽고 작가의 세계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문재 시인도 지금 필요한 것은 세계관보다 세계감이라고 한다. 공감하는 힘이 필요한 것이다. 헌데 <팝콘>은 제발 땅으로 돌려달라는 절규를 듣고서도 전자렌지에 넣고 꽃이 핀다라고 한다. 다른 사람이 아파서 죽어가도 그것을 지켜보는 무감함, 상대의 절규를 듣고도 계속 실행하는 잔인함을 사회적인 문제점이라고 생각했다면 너무나도 확대해서 생각한 것일까.
-이번 호의 동시마중은 전반적으로 숨 고르기를 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연어알의 귓가에 맴돌던 시들을 몇 편 읽고 마무리를 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신현림/ 세계사>
모든 게 고통으로 벅차온다.
내가 그리워 한 밥과 흙 사이에
자유의 의미를 지닌 모든 게 시들해진다.
밥벌이가 힘겹다.
정작 하고 싶은 일은 못하고,
의욕을 잃고,
어떤 외로움도 나를 깨우지 못하여
계단은 비상구로도 흐르지 않는다.
집과 애인,
태양을 비축하지 못한 나는
모든 걸 놓친 것은 아닌가?
왠지 억울하고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들면
당신은 어찌 이기는가?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묻지 않고
나이로 강박의 그늘을 넓히지 않고,
완벽한 생을 요구하지 않고,
다만 묵묵히 두더지처럼 깊이로 사는
당신의 얘기를 듣고 싶다.
당신의 손에서 목수의 손을 본다.
나무와 톱 망치와 못을 다스리는 손
사려 깊은 손,
뭐든 일으켜 세우는 손,
그 진지함을...
살기 위해서 매일 죽는 자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퇴근길에
건전지와 장미 한 다발을 사들며 뇌까린다.
아! 기분을 바꿔야해.
제니스 조플린 노래 따라 어깨춤을 추며
나는 기다린다.
당신의 과묵한 열기와 저 노래의 마력이
내게 전염되기를
맹목적인 생의 열정이 무섭게 타오르길...
다시
다시
그리고 매번
다시
방어진 해녀
<호항이 발자국/ 손택수/ 창비>
방어진 몽돌밭에 앉아
술안주로 멍게를 청했더니
파도가 어루만진 몽돌처럼 둥실둥실한 아낙 하나
바다를 향해 손나팔을 분다
(멍기 있나, 멍기-)
한여름 원두막에서 참외밭을 향해 소리라도 치듯
갯내음 물신한 사투리가
휘둥그래진 시선을 끌고 물능선을 넘어가는데
저렇게 소리만 치면 멍게가 스스로 알아듣고
찾아오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하마터면 실성한 여잔가 했더니
파도소리 그저 심드렁
갈매기 울음도 다만 무덤덤
그 사투리 저 혼자 자맥질하다 잠잠해진 바다
속에서 무엇인가 불쑥 솟구쳐올랐다
하아,하아- 파도를 끌고
손 흔들며 숨차게 헤엄쳐 나오는 해녀.
내 놀란 눈엔 글쎄 물속에서 방금 나온 그 해녀
실팍한 엉덩이며 볼록한 가슴이 갓 따올린
멍게로 보이더니
아니 멍기로만 보이더니
한잔 술에 미친 척 나도 문득 즉석에서
멍기 있나, 멍기- 수평선 너머를 향해
가슴에 멍이 든 이름 하나 소리쳐 불러보고 싶었다
* 소주와 멍기 생각이 간절해지는 요즘입니다.
우리 언제고 함께 가요! 방어진에 멍기 먹으러요~~~
이번 시간이야말로 풍성하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는데 정리를 잘 못했어요,
무엇보다도 나는 왜 동시를 읽는가? 나는 왜 동시를 좋아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다보니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고민이 많았던 듯합니다.
암튼 시간이 무르익을수록 우리들의 고민도 많아지는 것 같아요.
시를 보는 눈도 높아지고, 갈증도 많아지고..
이 지점에서 우리들의 갈증을 해결해주실 이안 선생님을 모실 기회가 마련되었습니다.
다음 모임은 수요일이 아닌 목요일!
6월 12일 10시부터 12시까지는 동시 모임을 가지고, 12시부터 1시까지는 이안선생님과 이야기도 나누고 싸인도 받는 알찬 시간을 갖겠습니다.
동시에 대해 할말이 많다고 벼르거나 몹시 애정하시는 분들 모두모두 모이세요!
필 받으면 방어진으로 멍기 먹으러 갈 지도 몰라요~~(ㅋㅋㅋ 농담입니다)
자 6월 12일입니다! 6월 12일에 뵙겠습니다!!
첫댓글 후기 정리 하시느라 애쓰셨어요.
마중이 이렇게 보니까 새로워요.
내가 찍은 사진이 아닌 것 같은 느낌?
마중이가 점점 더 좋아져요.
물론 마중이 친구들도요~
이번 달 동시모임 벌써부터 기대기대~~
우리가 이렇게 진지한 얘길 나눴네요
항상 좋았던 시간들~
담 모임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