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 그럴까, 시장에 나가면 화초에 자꾸 눈이 간다.
모두 탐이 나지만 지난 번에 시크라멘을 살리지 못해 자신이 없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조그만 화분에서 막 꽃망울을 피워내고 있는 화분 하나에서 시선을 뗄 수 없다.
아직은 콩알만한 봉오리만 조롬조롬 맺혀 있다. 잎새는 선인장과의 식물처럼 두텁고 큰데
꽃봉오리는 갑옷무장에게 보호받고 있는 듯 편안해 보인다.
'칼란디바'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집에 두고 며칠이 지나자 꽃잎이 피어나며 조그맣고 탐스런 꽃송이들이 도란도란 정답다.
사랑스러움에 겨워 마음이 읏는다. 연분홍빛을 띈 겹겹의 연약한 꽃송이를 보며
'이쁘다, 이쁘다~~' 노래가 자꾸 나온다.
꽃말이 설렘이라 한다.
설렘을 잊은지 오래여서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설렘! 그냥이어도 좋으니 그 씨앗은 늘 지닌 채 살고 싶다.
출렁이는 물결, 바람에 흩날리며 쏟아지는 벛꽃, 숫눈 내리는 겨울, 볼에 스치며 끊임없이 부는 봄바람
흔들리는 나뭇잎과 풀잎들, 봄날 저녁의 장밋빛 부드러운 노을,
그리고 젊은 날, 생각깊은 눈시울로 바라보던 어떤 이의 눈빛
모두가 설렘이다.
설렘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인가. 그런 줄 알면서도 칼란디바를 바라보며 생기는 막연한 기대
마음은 아직 늙지 않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