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산에도 암자가
구룡산(九龍山)이라는 이름이 전국에 몇개가 있다. 강원 영월의 구룡산(967m) 원주 구룡산(479m) 경북 경산의 구룡산(675m) 서울 강남구 개포동과 서초구 염곡동에 걸쳐 있는 구룡산(306m)이 있다.
그 이외에도 몇개가 더 산재해 있다. 오늘은 306m의 구룡산을 향한다. 대모산과 나란히 서울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나즈막한 산이다. 건너편의 아차산(296m) 용마산(348m)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4형제와 같은 산이다. 북한산 도봉산을 비롯한 산객(山客)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명산(名山) 중의 애산(愛山)이렷다. 먼 옛날 구룡산에는 숲으로 뒤덮힌 열개의 계곡이 있다. 각 계곡마다에는 한 마리의 용(龍)이 살고 있는 보금자리이다. 천년을 넘도록 이곳에서 살아온 열 마리의 형제 용들이 약속을 한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칠흑같은 새벽에 승천(昇天)하기로 다짐을 하는 것이다. 맏이부터 아홉째 용이 동시에 하늘로 날아오른다. 새벽잠이 많은 막내 용 한 마리는 훤히 동이 트인 아침에 하늘로 치솟는다. 임신 막달의 처녀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순간에 막내는 다시 계곡으로 곤두박질을 한다. " 막내야 ! 너는 그곳에서 물이 되거라." 하늘에 오른 형들의 부탁이다. 지금의 양재천이 탄생하게 되었다는 전설의 설화이다. 분당선 대모산입구역에서 출발한 서류바 위짜추 까토나 노객들이다. 쉬며 가다가를 수없이 반복하여 어느새 구룡산(306m) 정상에서 숨을 고른다. 참나무 그늘 아래 한 곳에서 무언가가 꿈틀대고 있다. 몸통에는 온통 나뭇잎 부스러기와 잘잘한 돌부스러기을 뒤집어 쓰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몸체가 뒤집혀 허둥대고 있는 모습이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지쳐서 생을 마감할지도 모르겠다. 원상태로 바로 놓는다. 여섯개의 다리와 더듬이 두개 약간 갈색을 띄는 검정색의 장수하늘소가 아닌가. 장수하늘소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보호 곤충이다. 두 날개는 반지르 윤기마저 흐르는 건강한 놈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장수하늘소가 아닌 장수풍뎅이 녀석이다. 장수하늘소 다음으로 커다란 딱정벌레 속(束)의 곤충이다. 천연기념물 보호종이던 아니던 그것이 중요치는 않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물체는 마땅히 보호받으며 살아야 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서울 시내 전경을 바라보며 몇컷의 폰샷을 누르기도 한다. 양재천의 맑은 물소리가 용의 승천하는 소리처럼 들리는 듯도 하다. 수없이 오르내리던 구룡산이건만 그저 스쳐 지나기만 하던 곳이다. 오늘은 며칠 전에 발견한 암자(庵子)를 기필코 다시 찾으리라. 가파른 절벽이 있는 곳으로 몇번을 오르내린다. 노객의 노쇠한 뇌세포 탓인가. 헛 걸음을 되풀이한다. 온 몸에 땀으로 범벅이 되어서야 찾고야 말았다. 낭떠러지 절벽에 있는 천연 동굴이다. 기껏 서너평 정도의 넓이로 아늑한 느낌도 든다. 군데군데 낙서를 지워버린 흔적도 보인다. 민초들의 애절한 소원을 정성을 들여 기원하던 곳 암자(庵子)와 같은 곳이다. 커다란 나무지팡이를 들고 노털 한 사람을 만난다.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기도를 드린다는 무속신앙인 모양새다. 정성을 드리는만큼 저들도 암자의 소중함과 불쾌감을 유발하는 더럽히는 망동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다시 등산로로 접어들어 하산길의 발길을 재촉한다. 양재시민의 숲 근처 맛집으로 배낭을 풀고 자리를 잡는다. 생각보다 정갈스럽고 깔끔한 음식과 알콜이 식탁을 메운다. 씨원한 맥주 주점은 보이지를 않고 편의점에 들어가 시원한 맥주 한잔과 아이스 빙수로 달구어진 오장육부를 잠시나마 식혀본다. 뜨거워진 육체를 느낄 수 있음에 행복한 것이리라. 노객은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음으로 말이다.
2018년 7월 31일 무 무 최 정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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