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첫날, 대구 중구 한 투표소서 참관인이 선관위 직원 고소
사전투표 운영기기 화면 육안 확인 요청했지만 거부
선관위 "운영기기 화면 카메라 촬영으로 오해해"
30대 참관인 A씨, 선관위 공무집행방해로 고소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 대구 중구의 한 투표소에서 참관인이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을 공무집행방해죄로 고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대구 중구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4일 오전 11시 50분 중구 대봉1동 사전투표소에서 선거 참관인 30대 남성 A씨가 투표자 수 점검을 위해 관리관에게 사전투표 운영기기 화면에 대한 육안 확인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행정복지센터 직원인 관리관이 선관위 직원에게 화면 확인 가능 여부를 확인했지만, 선관위 직원이 이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부당하게 느낀 A씨는 변호사와 경찰을 동원해 또 다른 선관위 직원과 사실 확인을 수차례 거쳤고, 육안 확인을 거부했던 직원은 뒤늦게 A씨의 요청 행위가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선거법 제 162조 1항에 따르면 사전투표관리관은 사전투표참관인에게 사전투표 상황을 참관하게 하고 관할 우체국장에게 투표지를 인계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에 동행하게 해야 한다. '사전투표 상황'에는 사전투표 운영기기 화면의 육안 확인이 포함된다.
A씨는 "투표가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생각에 사명감을 갖고 직접 확인한 투표자 수와 전산상에 입력된 투표자 수가 맞는지 점검 하려고 육안 확인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선관위 측은 A씨와 오해를 빚으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오전 투표 개시 전 A씨가 사전 투표함 등을 일부 촬영하면서 선관위 직원이 이를 저지했고, A씨의 육안 확인 요청을 선관위 측이 촬영 요청으로 오해했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 161조에 따르면 투표참관인은 투표소 안에서 사고가 발생한 때에만 투표상황을 촬영할 수 있다.
선관위 직원은 "A씨가 투표 개시 전에 사전투표 운영 시스템에 대해 촬영해 사진 삭제를 요청했다. 이후 육안 확인 요청에 관리관과 전화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촬영으로 오해했다. 정확하게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A씨는 공무집행방해죄로 담당 선관위 직원을 경찰에 고소했다. 선관위 측은 내부 논의를 거쳐 고소에 대응할 예정이다.
대구중부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인지하고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배주현 기자 pearzoo@imaeil.com
https://n.news.naver.com/article/088/0000747718
'선거 중립'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
세계 역사를 보면 권력이 장기 집권을 노리고 부정선거를 획책한 사례가 적지 않다. 2000년대 초 우크라이나 정부는 반대파가 많은 선거구에서 사용되는 펜을 시간이 지나면 잉크가 사라지는 펜으로 바꿔치기했다. 이로 인해 반대파 투표용지가 모두 '공란'으로 나와 무효 처리됐다. 짐바브웨에선 반대파 지역에서 태어나는 아기들에게 출생신고서를 발급하지 않았다. 성인이 된 뒤에도 투표를 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브라이언 클라스 '권력의 심리학'). 볼리비아 페루 키르기스스탄 등에선 야당 후보 등록 저지, 유권자 명부 조작, 개표 중단, 투표함 바꿔치기까지 난무했다.
선거 개입은 권력으로선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자기 조직과 진영을 보위하고 정적의 후환을 없애는 생존 본능과도 같다. 우리도 역대 정권 때마다 관권선거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현 정권도 대선을 앞두고 공정성 시비가 한창이다. 당장 선거의 최후 보루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부터 편향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중앙선관위원장은 친정권 코드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법원에서 선거법 무죄 판결을 받았던 재판의 주심이었다. 선관위원 다수도 친여 성향이다. 단속 기준 또한 '고무줄'이다. 작년 4월 재보궐선거 때는 민주당을 연상케 한다며 야당의 '내로남불' 현수막을 막더니 올해는 '소가죽' '신천지' 등 야당 후보를 둘러싼 무속 논란과 형평을 맞춘 듯 문구 사용을 허용했다. 게다가 청와대는 올 초 선관위 관례를 깨고 비상임위원에 캠프 특보 출신인 전 상임위원을 앉히려다 선관위 직원들 반발에 밀려 철회하기도 했다.
선거 관리 유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장관도 모두 여당 3선 의원 출신이다. 심지어 산업통상자원부·여성가족부 차관은 여당에 대선 공약 자료를 넘기려다 고발까지 당했다. 어디 이뿐인가. 당정은 2020년 총선과 작년 재보선에 이어 올해도 대선을 앞두고 17조원 추경안을 밀어붙였다. 게다가 선심성 돈 살포를 위해 한국은행 발권력까지 동원할 태세다. 나라 곳간은 어찌 되든 표만 챙기면 된다는 심산이다. 청년들 분노만 키운 희망적금 역시 표를 노린 생색내기다.
대통령도 '선거 중립'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전 정권 적폐 청산 수사' 발언에 분노를 표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윤 후보가 대선 중 '정치 보복'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은 분명 경솔한 행태다. 하지만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대통령까지 나서 야당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 역시 정치적 오해를 살 만하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인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참여정부 때 사면된 기업인의 진실 규명을 언급하자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여당 선거를 지원했다. 선거 중립 위반이다"고 비난하지 않았는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과반을 넘다 보니 정권으로선 어떤 식으로든 판도를 뒤집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집권 5년간의 독주와 오만을 반성하고 국정 기조를 바꾸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정권이 표심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정책과 발언을 쏟아내고 헌법·독립기관까지 들러리로 세우는 것은 공정선거를 저해하고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행태나 다름없다. 브라이언 클라스는 "권력자가 되면 더 이기적이고 위선적이고 힘을 남용하기 쉬워진다"며 "이를 막으려면 권좌에 앉은 사람들을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성숙한 민주적 정치 역량을 가진 유권자들이 권력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반칙과 편법, 꼼수를 막을 수 있다. 정권도 더 이상 '선거 중립' 약속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도록 엄정한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게 봉사하는 길이다.
[박정철 논설위원]
https://news.nate.com/view/20220224n0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