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 고은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 흔하디 흔한 것 동시에 최고의 것 // 가로되 사랑이더라 밥알 / 이재무 갓 지어 낼 적엔 서로가 서로에게 끈적이던 사랑이더니 평등이더니 찬밥 되어 물에 말리니 서로 흩어져 끈기도 잃고 제 몸만 불리는구나 위대한 식사 / 이재무 산그늘 두꺼워지고 흙 묻은 연장들 허청에 함부로 널브러지고 마당가 매캐한 모깃불 피어오르는 다 늦은 저녁 멍석 위 둥근 밥상 식구들 말없는, 분주한 수저질// 뜨거운 우렁된장 속으로 겁 없이 뛰어드는 밤새 울음, // 물김치 속으로 비계처럼 둥둥 별 몇 점 떠 있는 냉수 사발 속으로 아, 새까맣게 몰려오는 풀벌레 울음 베어 문 풋고추의 독한,// 까닭 모를 설움으로 능선처럼 불룩해진 배 트림 몇 번으로 꺼뜨리며 사립 나서면 태지봉 옆구리를 헉헉, // 숨이 가쁜 듯 비틀대는 농주에 취한 달의 거친 숨소리 아, 그날의 위대했던 반찬들이여 냉이의 꽃말 / 김승해 언 땅 뚫고 나온 냉이로 된장 풀어 국 끓인 날 삼동 끝 흙빛 풀어진 국물에는 풋것의 향기가 떠 있는데 모든 것 당신에게 바친다는 냉이의 꽃말에 찬 없이도 환해지는 밥상머리 국그릇에 둘러 피는 냉이의 꽃말은 허기진 지아비 앞에 더 떠서 밀어놓는 한 그릇 국 같아서 국 끓는 저녁마다 봄, 땅심이 선다 // 퍼주고도 다시 우러나는 국물 같은 냉이의 꽃말에 바람도 슬쩍 비켜가는 들 온 들에 냉이가 돋아야 봄이다 봄이라도 냉이가 물어 주는 밥상머리 안부를 듣고서야 온전히 봄이다 // 냉이꽃, 환한 꽃말이 밥상머리에 돋았다 칼국수 / 문인수 어머니, 여름날 저녁 칼국수 반죽을 밀었다 둥글게 둥글게 어둠을 밀어내면 달무리만하게 놓이던 어머니의 부드러운 흰 땅 나는 거기 살평상에 누워 별 돋는 거 보았는데 그때 들에서 돌아온 아버지 어흠 걸터앉으며 물씬 흙 냄새 풍겼다 그리고 또 그렇게 솥 열면 자욱한 김 마당에 깔려.....아 구름 구름밭 부연기와 추녀 끝 삐죽히 날아 오른다// 이 가닥 다 이으면 통화가 될까 혹은 긴 긴 동앗줄의 길을 놓으며 나는 홀로 무더위의 지상에서 칼국수를 먹는다 동지 / 신덕룡 폭설이다. 하루 종일 눈이 내려 집으로 가는 길이 지워졌다 눈을 감아도 환한 저 길 끝 아랫목에서 굽은 허리를 지지실 어머니 뒤척일 때마다 풀풀, 시름이 날릴 테지만 어둑해질 무렵이면 그림자처럼 일어나 홀로 팥죽을 끓이실 게다 숭얼숭얼 죽 끓는 소리 긴 겨울밤들을 건너가는 주문이리라 너무 낮고 아득해서 내 얇는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눈그늘처럼 흐릿해서 들여다볼 수 없다 평상이 있는 국숫집 / 문태준 평상이 있는 국숫집에 갔다 붐비는 국숫집은 삼거리 슈퍼 같다 평상에 마주 앉은 사람들 세월 넘어온 친정 오빠를 서로 만난 것 같다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손이 손을 잡는 말 눈이 눈을 쓸어 주는 말 병실에서 온 사람도 있다 식당 일을 손 놓고 온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평상에만 마주 앉아도 마주 앉은 사람보다 먼저 더 서럽다 세상에 이런 짧은 말이 있어서 세상에 이런 깊은 말이 있어서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큰 푸조나무 아래 우리는 모처럼 평상에 마주 앉아서 국수집 / 윤의섭 말간 국수집 강릉 가는 길가에 갑자기 솟아난 섬처럼 놓여 있는 국수나무 바람에 잠깐씩 깨어나는 마당 인적 없어도 한 방 가득 복작거리는 천지간 국수집 질긴 면발은 가장 늙은 지층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에선 국수비가 쏟아지는가 희뿌옇게 김 서린 유리창 너머 한 입 가득 국수를 머금은 채 웃고 있는 사람 덩그렇게 앉아 있는 하얀 소복 국수사리 곧 폭설이 몰아칠 것이다// 여기 와서야 넋 놓고 겨울 진경을 보자 했구나 동지 석 달은 한 그릇 말아 벌써 먹어 치웠어 길이 끊기겠지 한 가닥 모질게 남은 면발이 아직 이어져 있는 것도 같아 선한 눈매가 지워지지 않은 얼굴이었다 오랜만이지// 누가 어디 다녀왔냐길래 소스라치게 놀란다 바람이 한 꺼풀 걷혔지만 설산은 그대로였고 말간 국물에 한소끔 먹먹히 잠겨 있는 저녁나절 봄비로, 가을비로 / 한영옥 보슬비 마알갛게 얼비치고서 국수나무 순 소복소복해지면 국수나무 순 삶아 먹고 내처 장대비 쏟아지고서 국수버섯 소복소복해지면 버섯국 끓여 먹으며 서러운 밥 때마다 눈시울 뜨거워 봄비로 떨구었습니다 가을비로 후득였습니다 생각할수록 사랑이었습니다 국수나무 이파리도 쪼그라지고 국수버섯 나던 곳도 바싹 말랐습니다 어지간히 생각한 것입니다 어지간히 생각하라 하셨습니다 두부 / 나희덕 언제부터인가 두부가 싫어졌다 // 두부만으로도 푸짐했던 시절은 갔다고들 한다 그러나 퇴근길에 두부 한 모 사들고 오면서 // 왠지 즐겁고 든든해지던 날들이 있었다 따뜻한 김이 나는 두부를 // 부서질까 조심스레 들고 와서 기름에 부쳐 먹고 된장찌개에도 넣고 // 으깨어 아기 입에도 넣어주었지 두부를 좋아하는 사람들 맘씨처럼 // 정에 약해 곧잘 부서져내리기도 하고 뜨거운 된장 속에서 가슴 부푸는 // 그런, 두부를 나도 모르게 잊고 살다니! 시장바닥에 좌판을 벌여놓은 아줌마 // 옆구리에 어린애를 끼고 앉아 김치에 날두부를 싸서 늦은 점심을 먹는 모습이 // 어찌나 맛있게 보이던지! 오랜만에 두부 한 모 사들고 돌아온다 // 두부에게로 돌아온다 아구찜 요리 / 최승호 아구는 거의 없고 뼈만 씹히고 양념이 산더미 같은 아구찜 버얼건 양념을 먹으세요, 매운 양념을 아구라는 놈은 대가리가 크고 넓적해도 살은 몇 점 안 되니까 // 아구찜인지 아귀찜인지 이 아귀세상 온갖 양념이 당신을 요리하는 세상이니 아구찜을 먹으세요, 입 큰 고기 아귀처럼 아귀아귀 먹으세요 당신도 매운 사람이 되세요 비빔밥 / 고운기 혼자일 때 먹을거리치고 비빔밥만 한 게 없다 여러 동무들 이다지 다정히도 모였을까 함께 섞여 고추장에 적절히 버무려져 기꺼이 한 사람의 양식이 되러 간다 허기 아닌 외로움을 달래는 비빔밥 한 그릇 적막한 시간의 식사여 나 또한 어느 큰 대접 속 비빔밥 재료인 줄 안다 나를 잡수실 세월이여, 그대도 혼자인가 그대도 내가 반가운가 누룽지 / 정상현 배고픈 날 누룽지 한 조각 먹어보아라 밥 짓다 태웠다고 푸념할 일이 아님을 꼭꼭 오래 씹어 본 사람은 그 맛을 알리라 인생도 씹을수록 맛이 나는 누룽지처럼 더 타고 속이 타야 멋도 알고 맛도 알까? 밥 / 정진규 이런 말씀이 다른 나라에도 있을까 이젠 겨우 밥이나 좀 먹게 되었다는 말씀, 그 겸허, 실은 쓸쓸한 安分, 그 밥, 우리나란 아직도 밥이다 밥을 먹는게 살아가는 일의 모두, 조금 슬프다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 어머니께서도 길떠난 나를 위해 돌아오지 않는 나를 위해 언제나 한 그릇 나의 밥을 나의 밥그릇을 채워놓고 계셨다 기다리셨다 저승에서도 그렇게 하고 계실 것이다 우리나란 사랑도 밥이다 이토록 밥이다 하얀 쌀밥이면 더욱 좋다 나도 이젠 밥이나 좀 먹게 되었다 어머니 제삿날이면 하얀 쌀밥 한 그릇 지어올린다 오늘은 나의 사랑하는 부처님과 예수님께 나의 밥을 나누어 드리고 싶다 부처님과 예수님이 겸상으로 밥을 드시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분들은 자주 밥알을 흘리실 것 같다 숫가락질이 젓가락질이 서투르실 것 같다 다 내어주시고 그분들의 쌀독은 늘 비어 있었을 터이니까 늘 시장하셨을 터이니까 밥을 드신지가 한참 되었을 터이니까 국밥집에서 / 김춘수 이 더운 날에 내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것을 부글부글 끓는 맵싸한 국물과 함께 꿀꺽 삼킨다. 혹은 개 패듯 두들겨팬다. 비명을 한번 질러 보라고 질러 보라고 오늘이 복날이니까. 무밥 / 안도현 무밥 한 그릇이 소반 위에 놓여 있다 소반이 적막하여서 무밥도 적막하여서 송송 채를 썬 흰 무의 무른 살에 스민 뜨거움도 적막하여서 무밥 옆에 댕그라니 놓인 양념간장 한 종지도 옛적에 젊은 외삼촌이 여자를 만난 것처럼 가난하게 적막하여서 들척지근하고 삼삼한 이 한 저녁을 나는 달그락달그락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삶은 감자 / 안도현 삶은 감자가 양푼에 하나 가득 담겨 있다 머리 깨끗이 깎고 입대하는 신병들 같다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중이다 감자는 속속들이 익으려고 결심했다 으깨질 때 파열음을 내지 않으려고 찜통 속에서 눈을 질끈 감고 익었다 젓가락이 찌르면 입부터 똥구멍까지 내주고, 김치가 머리에 얹히면 빨간 모자처럼 덮어쓸 줄 알게 되었다 누구라도 입에 넣고 씹어봐라 삶은 감자는 소리 지르지 않겠다고 각오한 지 오래다 밥 먹었느냐고 / 최정례 꽝꽝나무야 꽝꽝나무 어린 가지야 나를 엄마라고 불러줄 수 있겠니? 날 여보라고 불러줄 수 있겠니? 어린 가지야 꽝꽝나무야 나에게 물어줄 수 있겠니? 여보, 밥 먹었어? 엄마, 밥먹었어? 라고 그럼 나 대답할 수 있겠다 꽝꽝나무야 나 밥 먹었다 국에 밥 말아서 김치하고 잘 먹었다 꼬막 / 박노해 벌교 중학교 동창생 광석이가 꼬막 한 말을 부쳐 왔다// 꼬막을 삶는 일은 엄숙한 일 이 섬세한 남도(南道)의 살림 성사(聖事)는 타지 처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모처럼 팔을 걷고 옛 기억을 살리며 싸목싸목 참꼬막을 삶는다// 둥근 상에 수북이 삶은 꼬막을 두고 어여 모여 꼬막을 까먹는다// 이 또롱또롱하고 짭조름하고 졸깃거리는 맛 나가 한겨울에 이걸 못 묵으면 몸살헌다// 친구야 고맙다 나는 겨울이면 니가 젤 좋아부러 감사전화를 했더니 찬바람 부는 갯벌 바닷가에서 광석이 목소리가 긴 뻘 그림자다// 우리 벌교 꼬막도 예전 같지 않다야 수확량이 솔찬히 줄어부렀어야 아니 아니 갯벌이 오염돼서만이 아니고 긍께 그 머시냐 태풍때문이 아니것냐 요 몇 년 동안 우리 여자만에 말이시 태풍이 안 오셨다는 거 아니여// 큰 태풍이 읍써서 바다와 갯벌이 한번 시원히 뒤집히지 않응께 말이여 꼬막들이 영 시원찮다야// 근데 자넨 좀 어쩌께 지냉가 자네가 감옥에 안 가고 몸 성한께 좋긴 하네만 이 놈의 시대가 말이여, 너무 오래 태풍이 읍써어 정권이 왔다니 갔다니 깔짝대는 거 말고 말여 썩은 것들 한번 깨끗이 갈아엎는 태풍이 읍써어// 어이 친구, 자네 죽었능가 살았능가 국밥 한 그릇 / 이정록 '세번째로 맛있는 집'에서 국밥 먹는다 왜 '첫번째로 맛있는 집'이라고 안했어요? 물어보니, 서른 남짓한 ~여인이 웃기부터 한다 처음 오신 손님만 물어보니 귀찮을 거야 없쥬, 한다 차림표에다 써놓을 필요가 어딨것슈, 손사래친다 '첫번째로 맛있는 집'은 시할머니가 하고, '두번째로 맛있는 집'은 ~시어머니가 운영한단다 손맛이란 게 역사라며 세번째도 과분하단다 '첫번째로 맛있는 집'은 육칠십대 어르신들이 ~단골이고, '두번째로 맛있는 집'은 사오십 줄, '세번째로 맛있는 집'은 이삼십대 얼라들이란다 좋은 밥집은 단골과 함께 나이 먹는 거라며 아직 어림없단다 어서 빨리 ~'네번째로 맛있는 집'을 열었으면 좋을 텐디유, 하며 늦둥이 아들의 기저귀를 가는 여인의 뒤태가 고추장단지 같다 녀석의 짝이 어딘가에서 어미젖을 쭉쭉 빨 것을 떠올리며, 삼십년 뒤 ~국밥 한 그릇까지 킁킁 후루룩거리는 겨울 아침이다 배추 절이기 / 김태정 아침 일찍 다듬고 썰어서 소금을 뿌려놓은 배추가 저녁이 되도록 절여지지 않는다 소금을 덜 뿌렸나 애당초 너무 억센 배추를 골랐나 아니면 저도 무슨 삭이지 못할 시퍼런 상처라도 갖고 있는 걸까// 점심 먹고 한 번 빨래하며 한 번 화장실 가며오며 또 한 번 골고루 뒤집어도 주고 소금도 가득 뿌려주었는데// 한 주먹 왕소금에도 상처는 좀체 절여지지 않아 갈수록 빳빳이 고개 쳐드는 슬픔 꼭 내 상처를 확인하는 것 같아// 소금 한 주먹 더 뿌릴까 망설이다가 그만, 조금만 더 기다리자 제 스스로 제 성깔 잠재울 때까지 제 스스로 편안해질 때까지// 상처를 헤집듯 배추를 뒤집으며 나는 그 날것의 자존심을 한 입 베어물어본다 그 말이 가슴을 쳤다 / 이중기 쌀값 폭락했다고 데모하러 온 농사꾼들이 먼저 밥이나 먹고 보자며 자장면 집으로 몰려가자 그걸 지켜보던 밥집 주인 젊은 대머리가 저런, 저런, 쌀값 아직 한참은 더 떨어져야 돼 쌀 농사 지키자고 데모하는 작자들이 밥은 안 먹고 뭐! 수입 밀가루를 처먹어? 에라 이 화상들아 똥폼이나 잡지 말든지 나는 그 말 듣고 내 마음 일주문을 부숴 버렸다 매생이 / 정일근 다시 장가든다면 목포와 해남 사이쯤 매생이국 끓일 줄 아는 어머니를 둔 매생이처럼 달고 향기로운 여자와 살고 싶다 뻘바다에서 매생이 따는 한겨울이 오면 장모의 백년손님으로 당당하게 찾아가 아침저녁 밥상에 오르는 매생이국을 먹으며 눈 나리는 겨울밤 뜨끈뜨끈하게 보내고 싶다 파래 위에 김 잡히고 김 위에 매생이 잡히니 매생이를 먹고 자란 나의 아내는 명주실처럼 부드러운 여자일거니, 우리는 명주실이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해로할 것이다 남쪽에서 매생이국을 먹어본 사람은 안다 차가운 표정 속에 감추어진 뜨거운 진실과 그 진실 훌훌 소리내어 마시다 보면 영혼과 육체가 함께 뜨거워지는 것을 아, 나의 아내도 그러할 것이다 뜨거워지면 엉켜 떨어지지 않는 매생이처럼 우리는 한몸이 되어 사랑할 것이다 비빔밥 / 이대흠 비빔밥엔 잡다한 것이 들어가야 한다 싱건지나 묵은 김치도 좋고 숙주노물이나 ~콩노물도 좋다 나물이나 남새 노무새도 좋고 실가리나 씨래기 시락국 건덕지도 ~좋다 먹다 남은 찌개 찌끄래기나 달걀을 넣어도 좋지만 빼먹지 않아야 할 것은 ~고추장이다 더러 막걸리를 넣거나 된장국을 홍창하게 넣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취향일 뿐 그렇다고 국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비빔밥엔 가지가지 반찬에 참기름과 고추장이 들어가야 하지만 정작 비빈 밥이 ~비빔밥이 되기 위해서는 풋것이 필요하다 손으로 버성버성 자른 배추잎이나 ~무잎 혹은 상추잎이 들어가야 비빔밥답게 된다 다 된 반찬이 아니라 밥과 ~어우러지며 익어갈 것들이 있어야 한다 묵은 것 새것 눅은 것 언 것 삭은 것 ~그렇게 오랜 세월이 함께해야 한다 하지만 재료만 늘어놓는다고 비빔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비빔밥을 만들기 위해서는 요령이 필요하다 비빈다는 말은 으깬다는 것이 ~아니다 비빌 때에는 누르거나 짓이겨서는 안된다 밥알의 형태가 으스러지지 ~않도록 살살 들어주듯이 달래야 한다 어느 하나 다치지 않게 슬슬 들어올려 ~떠받들어야 한다 손과 손을 맞대고 비비듯 입술과 입술을 대고 속삭이듯 그렇게 몸을 맞대고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게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우려 이미 분리할 수 없게 그렇게 그렇게 나는 너를 배고 너는 내게 밴 상태라야 비빔밥이라고 할 수 있다 // 우는 사람아 비빔밥을 먹을래? 내가 너에게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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