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5월이다.
4월부터 서두르던 올레여행을 2일인 월요일에서야 가게 되었다.
월요일은 캠핑팀과의 첫 미팅이 있고 화요일은 긴 팬데믹 이후 하하첫수업이 있다.
당연히 안될일이지만 남편의 시간에 맞춰야하니 어쩔수없이 수업은 불참이다. ㅠ
무거운 등산화를 벗고 산뜻한 트레킹화도 샀으니 새신을 신고 뛰어볼까?
그럼 올레길이 있는 환상의 섬, 아름다운 제주로 지금부터 레츠고~
올레 4년차로 제주공항에 내리니 날씨는 더할나위없이 맑고 깨끗하다.
급하게 예약해둔 법환동의 가온누리게스트하우스를 600번 공항버스로 1시간 20분 가량 타고 서귀포터미널에서 하차,
햇살 쏟아지는 상큼한 길을 기분좋게 걷는다.
제주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바로 한라봉을 사 먹을 일이다.
중간 크기의 천혜양을 만원어지 달랬더니 10개나 준다.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맛이라 냠냠 까먹으며 예쁘게 꾸며진 게하에 도착,,
귤밭이 내다 보이는 트윈룸에 배낭을 내려놓고 작년에 마지막을 찍었던 외돌개를 향해 집을 나섰다.
다시 찾은 외돌개는 문섬을 뒤로하고 여전히 바다 위에 고고하게 우뚝 솟아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외돌개가 있는 돔베낭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로라 표현하는 길이다.
외로워 보이는 장군석, 외돌개를 뒤로하고 이국적인 야자수와 백년초 군락지인 수모루공원에서 찰칵찰칵~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곳이라 연인들이 많다.
마을 주민들이 더위를 식히는 장소였다는 속골을 지나 자연 생태길, 수봉로를 지난다.
2007년 김수봉님이 홀로 삽과 곡괭이로 개척하여 7코스 길이 완성됨에 우리 올레꾼이 안전하게 걸을수있으니 감사하다.
공물깍,망다리를 넘겨 고려 말 명장 최영장군이 마지막 몽고 잔당을 섬멸시킨 법환포구다.
예정대로 올레 첫날이니 숙소가 있는 여기까지다.
제주하면 뭐니뭐니해도 흑돼지구이인가보다.
저녁을 잘 먹지않는 나는 그저 한두입 싸먹고 보송보송한 구스이불을 덮고 꿈나라~
해도 뜨기전에 일어나 숙소에서 금귤잼을 바른 토스트와 커피를 마시고 공기좋은 이른 아침길을 나선다.
예쁘기 그지없는 골목골목을 지나 고래가 돌아오지 못했다는 서건도의 썩은섬을 지나 구럼비바위를 지키자는,
아직도 해군기지 반대 현수막이 어지럽게 펄럭이는 강정마을에 들어섰다.
봄보다 먼저 무아재비가 되어 봄바람을 달구던 풍경은 옛말이 되어버렸고
영주씨 둘쨋딸이 강정마을에서 산댔는데......하며 지난다.
해안 자갈길, 하얀 찔레꽃,흰인동초꽃,노오란 가자니아꽃길을 지나며 아름다운 풍치를 트레일링하면서
이곳, 강정마을 같은 인간들의 편협함을 볼때면 아스팔트길처럼 굳어지는 안타까움에 속이 상한다.
곳곳에서 들리는 개발에 따른 공사현장의 망치소리가 거슬리는건 나 뿐만이 아닐것이다.
드디어 7코스 끝지점, 작지만 예쁜 월평포구다.
월평의 해안은 서귀포시 최고의 비경을 자랑한다고하여 서귀포70경으로 지정된 경승지다.
전체거리 18.1km의 가장 인기있는 7코스를 드디어 마치고 월평아왜낭목 쉼터에서 8코스 길의 시작이다.
총길이 19.6km의 8코스는 올레 26개 코스중 19km가 넘는게 6개 코스인데 그중 하나라 길고 지루하다는 평이있다.
거대한 3단지붕의 약천사라는 대형사찰을 지나
예부터 큰개라 불리운 대포포구에는 용암이 굳으면서 생긴 지삿개바위라 부르는 주상절리대가있다.
나보다 기억력이 훨씬 좋은 남편이 말한다.
10년전 우리 형제들과 와서 묵었던 빌라와 식당이 여기였다고 가리킨다.
기억해내지 못하는 나는 그런것같기도 하네~하며 시쿤둥 지나치니 그때 먹었던 메뉴까지도 말한다.
그러고보니 모두 자는 이른 새벽에 나와 주상절리대까지 다녀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역시 추억은 아름답다.
마치 벌꿀집처럼 오묘한 5,6각형의 돌기둥이 병풍처럼 서있는 우리나라 최대규모인 주상절리를 둘러보고
입구에 마련된 8코스 중간스탬프를 찍는다.
한라봉과 당근착즙을 마시며 걷다보니 국제컨벤션센터가 보인다.
중문단지 조형물들을 지나쳐 베릿내오름을 오른다.
별이 내린 개울이라해서 베릿내라 부른다고한다.
성천봉전망대에서 바라보니 형제섬,송악산이 보인다.
중문포구 퍼시픽마리나의 하얀 요트가 떠다니는 경관좋은 식당에서 카페처럼 푹신한 소파에 앉아 스시로 점심을 먹고
퍼시픽랜드로 올라가니 역시나 젊은이의 성지답게 붐비는 클럽같은 더클리프카페는 앉을 엄두도 못내고 급히 지나쳐
예전에 왔던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카페에서 휴식을 취한다.
여기 퍼시픽랜드는 별천지다.
북적북적한 이곳이 사유지임을 모른다면 상업적인 느낌에 불쾌할수 있지만 기꺼이 개방해준 사유지님께 감사할 일이다.
저 아래 색달해변은 여름이면 해변축제가 열리고 겨울에는 겨울바다 팽귄축제가 열린다.
한동안 쉬었다가 다시 출발, 중문관광단지 입구 구실잣밤나무 터널의 싱그러움에 환호가 절로 나온다.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논짓물은 상당히 길게 이어져 지루할수 있으나
조용히 물길따라 걷는 묘미 또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듯하다.
논짓물의 뜻은 바다 가까운 물이라 생활,농업용수로 사용할수 없어 그냥 버린다는 의미다.
어느새 산방산을 배경으로 박수기정의 모습이 드러난다.
샘물을 뜻하는 박水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진 말이다.
지칠때쯤 대평포구에 다다른다.
최남단 난드르(들판) 앞바다는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조망할수 있는 곳으로 8코스 끝지점이다.
오늘 총 걸음수는 44344보, 33.59km이다.
걸을때는 몰랐는데 조금 무리한듯하다.
두번째 올레투어때 38km를 걸어 몹시도 힘들었던 경험이 있음에도 또 무리하고 말았으니 내일이 걱정된다.
스탬프를 찍고 산토리니풍의 피제리아3657 피자전문점에서 화덕피자를 먹으며 하루를 정리한다.
하얀 찔레꽃과 황홀하리만치 진한 귤꽃 향기를 맡으며 걸었던 해안길.
우뚝 솟은 산방산을 바라보며 설레이며 가는 8코스.
가로수로 흔히 만나는 빨간 열매의 초록 먼나무.
먹을순 없으나 가는곳마다 주렁주렁 크고 탐스런 하귤나무.
그리고 코 끝을 간지럽히는 살랑살랑 제주의 바람.
자연은 누구에게나 골고루 위안과 평온을 준다.
가슴 가득히 차오르는 뿌듯함을 안고 힘겨웠으나 아름다운 8코스를 마무리하고
미치도록 사랑하는 산방산과 송악산이 있는 9,10코스의 후기는 숨 좀 고르고나서 계속 쓰려한다.
첫댓글 1시간 46분간 써내려갔네요.
궁둥이가 들썩들썩 허리가 아파 더 쓸래야 쓸수가 없어요.
나 혼자 신나서 썼나시퍼 좀 무안해질 찰나, 도리질을 합니다.
하하에 대한 애정 없이는 못할 일임을 알거든요.
아직도 발가락 통증이 있고 걷기 불편합니다.
그래도 마져 써볼 참인데 잘 될런지요.
아자! 힘내자!
제주도 이야기 잘 읽었는데요. 물 흐르듯이 술술, 발걸음 닿는 곳마다 향기가 퍼져옵니다. 영주 님 카톡 사진들이 떠올라요. 제주도 풍경들. 이야기와 접목시켜 눈에 아른거립니다. 아주 오래전 제주 기억과 더불어.. 추억은 머리에 두고 다리,몸은 쉬셔요.^^후편 기다릴게요.♡
어느 모임에서 그리고 딸과 제주 올레길을 다녀 온 경험이 있는지라 글이 아주 생생하게 다기옵니다. 가는 곳마다 상징,특징과 느낌을 어쩜 이리도 세세히 전하여주시는지요. 여행하면 먹는 재미가 또 얼만데 먹거리는 별 볼일 없으셨는가요.
글 읽다보니 올레길 그립기도하고 불쑥 달려가고프네요.
leehan 202 언니의 실천력! 부럽습니다.
9, 10 코스도 함께 졸졸 따라 가렵니다.